윤환철 사무총장(미래나눔재단)

▲ 윤환철 사무총장(미래나눔재단)

판문점 선언

4·27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로도 우리와 세계인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올해 1월 1일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에서부터 평창올림픽을 거쳐 김여정과 김정은의 친서(2.10), 문재인 대통령 친서(3.6), 북한의 대화 의지 트럼프에 전달(3.9KST) 등 반전(反轉)드라마가 펼쳐졌다.

<판문점 선언>의 행간에는 북이 그토록 원하던 ‘인정(認定)’이 들어있었다. 명시적으로 가장 앞세운 조치는 ‘개성지역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대표부를 지향했다.

체육 교류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그 효력이 확인된 바 있고 명절이나 삼일운동과 같은 기념일은 미래의 남북 통합의 근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산가족 등 인도적 조치는 그 양과 질이 더 중요하고,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도로 연결은 앞뒤의 조치들을 이행하기에 필수 불가결한 수순이다. 군사적 긴장완화 항목 중 파격적으로 ‘서해 북방한계선’을 논한 것은 2013년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왜곡사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언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전당사자 모두를 소환하는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그토록 원하는 ‘비핵화’도 ‘완전한’이라는 수식어 뒤에 두면서 그 구체적 내용은 북미회담을 위해 남겨뒀다. 이를 두고 ‘가상의 남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선언 이후

회담직후 북은 평양 표준시를 철회(5.5부터)하고 풍계리 시험장 불능화에 참관단 초청 등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조치들을 발표하고 있다. 역사상 최초로 북미가 만나 종전선언→비핵화→평화협정→북미수교→동북아안보협력기구 등의 프로세스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쉽지 않으리라 짐작되는 부분은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와 CVIG(Guarantee, 체제보장)를 어떤 방식으로 주고받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미 간 신뢰 결핍을 채우는 다리 역할을 맡으면서 명실상부한 동아시아 평화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려 할 것이다.

북-미 간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다음 순서는 남북미, 이후 중국을 포함하고 일본과 러시아가 소외되지 않도록 하여 동아시아 핵심국들로부터 한반도평화를 국제규범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동북아안보협력기구’와 같은 구상이 가시화 될 수 있다.

교회가 가야 할 길

햇볕정책의 설계자 중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2005년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화해는 “네가 직접 원수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는 말씀에서, 협력은 “네 원수가 굶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라”는 말씀에서 찾았다.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은 북을 붕괴시키려 하지 말고 변화시키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모든 사람과 더불어 평화롭게 지내라”는 말씀은 법적인 국가 통일은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신념으로 바꾸었다.”

이와 같이 햇볕정책은 보수적인 신자의 말씀묵상에서 비롯되었는데, 보수 정권들은 이를 살려나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파국으로 가는 길을 닦았던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리고 오늘 한국교회는 남북 화해의 국면에 기여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을까.

교회가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냉전 공포에 스스로 사로잡히는 이데올로그의 길을 버리고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의 묵상을 공유하고 평화의 명령을 내재화 하는 것이다. 그간 소홀히 했던 평화의 신학과 목회방식을 개발하는 데도 나서야 한다. 온갖 마타도어와 네거티브에 잡힌 발목을 빼내는 일을 오늘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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