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연합은 교회 보편성 추구방식 아니다”

김재윤 박사 “참된 예배와 성령의 능력 갖췄느냐가 ‘보편교회’ 표지돼야” 강조

한국교회가 진보와 보수, 또는 수많은 교단들로 나뉘어져 있어 문제라고 말을 많이 한다. 그렇다면 교회연합기구를 만들고 교단통합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개혁신학회는 4월 14일 칼빈대학교(김근수 총장)에서 ‘종교개혁 이후-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김재윤 박사(아세아연합신학대)는 ‘교회의 보편성에 대한 개혁신학의 이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서 “막연한 교회연합이나 교단의 통합이 교회의 보편성을 이루는 방도가 아니다”면서 “신앙고백이 서로 충돌하는 교회들을 서로 참된 교회로 인정하는 것은 진정한 보편교회를 이뤄가는 일에 무관심을 더할 뿐”이라고 말했다.

▲ 개혁신학회 학술대회에서 이상규 교수(가운데)가 종교개혁 이후 기독교역사 편찬은 객관성 보다 신앙고백적 차원에 입각해서 쓰여졌다고 논문 발표를 하고 있다. 개혁신학회는 ‘종교개혁 이후-교회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교회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연구된 논문들을 소개했다.

김 박사는 한국교회에 개교회주의도 문제지만 연합운동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교회의 보편성에 대한 이해를 갖고 보편교회에 대한 열망을 회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교회의 보편성에 대한 바른 이해는 어떤 내용일까?

김재윤 박사에 따르면 교회의 보편성을 가장 익숙하게 접하게 되는 것은 381년에 제정됐던 콘스탄티노플 신경이 교회의 네 속성들로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이라는 규정을 했던 때부터다. 이후 로마가톨릭은 자신들이 보편적(catholic)이라고 자랑해왔지만 개신교회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교회가 보편적(Catholic Church)이라는 사실은 신약의 공동서신에서 기원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동서신은 교회를 특정 지역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각처에 퍼져있는 공간 또는 모든 사람에게 전해진 구원의 메시지와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보았다. 교부들도 교회의 보편성을 이해할 때 클레멘스는 가르침이, 키프리아누스는 주교직인 보편성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마제국으로부터 기독교가 공인을 받은 뒤 교회의 보편성 개념은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된다. 로마교회는 (로마 제국의 통치 아래 있는) 세상에 편만한 교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중세교회가 형성되었으며 교회의 보편성에 대한 이해는 사제들의 조직을 의미하게 되었다. 사제들이 칠성례를 집행하며 이를 통해 죄사함의 은혜를 베풀고 모든 사제들의 정점에는 교황이 있는 교회조직을 보편교회로 여기게 됐다. 이런 시각은 종교개혁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변화할 수 밖에 없었다. 칼빈은 교회의 보편성을 그리스도와의 실재적이고 신비한 연합이라고 규정했고 바로 이어서 이 연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침이라고 이해했다. 칼빈은 <기독교 강요>에서 “보편교회는 ... 거룩한 교리의 한 진리에서 서로 일치하며 같은 종교 생활의 유대로 연합되었다”면서 같은 교리를 배우고 동일한 신앙고백을 한다면 참된 교회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빈은 교회연합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시각이 다른 교회지도자들과 대화를 계속했으며 심지어 로마가톨릭교회도 잘못된 교리를 포기하기만 하면 회복될 수 있는 교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칼빈은 성찬에 대한 시각과 칭의교리에 있어서는 어떠한 타협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가르침과 예배, 즉 교리와 성찬이 비성경적으로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기구적으로 연합을 시도한다면 이는 명목상의 연합일 뿐 오히려 그리스도의 몸을 찢는 일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또 교회의 보편성에 대해 강조한 것이 바로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이기도 한데 여기서는 순수한 복음 설교를 통해서 실현되는 가르침과 예배, 그리고 교회법으로 드러나는 직분론이 가시적 보편교회의 순수한 실현이라고 규정했다. 신칼빈주의자 끌라스 스킬더도 참된 교회는 단지 어떤 기관이나 조직이 아니라 역동적인 순종 속에 있어야 한다면서 신앙고백을 강조했다.

김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연합기구를 형성하여 외형적인 하나됨을 추구하는데 힘쓰기 보다 지역 개교회와 교단들이 가르침(교리)과 예배(성찬)을 바르게 시행하므로 교회의 역동성을 갖추는 것이 더 중시되어야 한다. 김재윤 박사는 “한 지역교회가 보편교회의 구체적 실재적 실존으로 서 나가는 것에 기초하지 않는 모든 종류의 교회연합적 사고는 교회의 보편성을 위해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보편교회를 형성한 지역교회들의 일반 교육 공동체 형성(가정과 학교), 기독교 사회운동과 구제를 위한 조직 형성, 연령별(청소년, 청년, 장년) 연합 모임 등을 형성해 기독교의 보편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학술대회에서 이윤석 박사(독수리기독학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진화론적 인간관 비판’을 주제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다시 등장한 낙관적 미래관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유발 하라리의 사상을 예로 들면서 유발 하라리와 같은 이들이 기술발달로 인류는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이 줄고 이어서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호모 데우스’라는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는 인간들이 있는가 하면 진화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수많은 무능력자 계급도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하라리가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철저히 유물론적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그의 이론은 그 자체로서 설명력과 내적 정합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는 김길성 교수(총신신대원)가 주제발제를 했으며 이상규 박사(고신대)는 “종교개혁시대 이후 기독교역사 편찬은 객관적 사실의 기록보다 신앙고백과 로마가톨릭의 오류를 지적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김요섭 교수(총신신대원)는 “종교개혁가 가운데는 교회 내부 위선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선포했던 존 녹스 같은 이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현진 교수(평택대)는 “한국교회가 세속화되고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 가운데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본질을 되새기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공동체는 물질까지 함께 나누는 사랑의 가족이 되고, 고통 당하는 이웃을 섬기는 실제적인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영근 교수(칼빈대), 유창형 교수(칼빈대) 장재 교수(칼빈대) 이신열 교수(고신대) 등이 발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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