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은 ‘변수 아닌 상수’ 대비계획 세우라

‘창의적 접근지역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 인식 필요 …
적절한 케어로 제2 위기 예방 중요

최근 몇 년간 창의적접근지역에서 사역하는 한국 선교사들의 추방이 늘고 있다. 추방된 선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다양한데, 그중에는 파송교회와의 관계도 포함된다. 파송교회가 추방을 선교사의 책임으로 인식하거나, 그 결과로 후원을 끊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선교사 추방은 언제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선교사 재배치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파송교회의 이해와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선교사 추방에 대한 이해를 돕고, 파송교회 차원에서의 올바른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세 차례 기획기사를 싣는다.<편집자 주>

▲ 추방된 선교사들은 선교에 실패했다는 생각에서 오는 자책감, 파송교회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실망감 등 추방을 통해 받는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이다. 사진은 인도 선교사 추방과 관련해 대책을 논의한 GMS 인도선교 포럼 장면.

“선교지에서 추방된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파송교회와의 관계였다. 더 이상 후원이 힘들다며, 석 달 말미를 줄 테니 다른 파송교회를 알아보라고 했다.”

지난 해 초 중국에서 추방된 모 선교사의 말이다. 이 선교사는 다른 교회 게스트하우스에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또 다른 교회와 연결돼 1년 뒤 제3국으로 재파송을 받을 계획이다.

파송교회가 추방 선교사들에 대한 후원을 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선교사 추방에 대한 이해 부족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선교사 추방을 선교사의 실수에 기인하거나, 선교전략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선교사 추방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특별히 선교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창의적접근지역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정한 선교사(GMS 상설위기관리팀장)는 “예수님의 제자들과 바울, 윌리엄 캐리, 허드슨 테일러를 비롯해 지금까지 기독교 역사에서 수많은 사역자들이 추방을 당했다”며 특별히 “창의적접근지역에 선교사를 보내는 파송교회는 꼭 추방에 대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송교회들이 선교사 추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협력관계에 있는 교단선교부나 선교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추방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와 정보들을 파송교회에 제공해, 추방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김정한 선교사는 “파송교회에서는 선교사를 보내는 곳에서 과거에 선교사가 추방된 적이 있는지, 어떤 이유로 추방됐는지 등 객관적인 정보를 알아야 대비를 할 수 있다”며 “선교단체가 선교사 파송 단계부터 이러한 정보들을 파송교회와 함께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방과 관련해 선교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많은 경우 ‘성공적인 선교’는 선교 열매도 많고, 추방도 안 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추방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도 ‘믿음이 없는’ 행위로 여기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생각들이야말로 선교에 대한 인식과 역량, 성숙도가 부족한 증거라고 지적한다.

직접적으로 추방 단계에서 파송교회는 선교사에 대한 적절한 케어(care)에 신경을 써야 한다. 조용성 선교사(GMS 선교총무)는 “심리검사에서 이혼 스트레스 지수가 600인데, 추방된 선교사는 700이다. 한 가정이 깨진 것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파송교회들이 선교사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정돈의 시간을 제공해야 제2의 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대 변화에 맞게 선교에 대한 정의를 수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교통과 통신의 제한 등으로 선교가 지역적 개념으로 한정됐지만, 지금은 교통과 통신의 발전으로 모든 지역이 선교지나 다름없다. 김정한 선교사는 “전 세계적으로 자국을 떠나 생활하는 인구가 2억명에 달하고, 우리나라만 해도 200여 개 나라에서 200만명이 와서 살고 있다. 선교사들이 해외에 나가 선교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훨씬 효율적으로 선교할 수 있다”며 디아스포라 시대에 맞는 선교적 접근을 주문했다. 창의적접근지역에서 추방당한 경우 해당 선교사가 한국이나 상대적으로 안전한 제3국에서 해당 국가 국민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선교할 수 있도록 파송교회의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추방은 선교사 재배치로 이어져야 한다. 재배치는 첫 파송에 못지않게 신중해야 한다. 나이와 사역의 연속성, 기후, 자녀교육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한 선교사는 “추방되는 선교사들이 보통 10년 정도 사역하다 추방된다고 했을 때, 50대 중반 나이로 새로운 종족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사역의 연속성 차원에서 같은 종족을 대상으로 익숙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배치 과정에서는 파송단체의 역할도 중요한데, GMS의 경우 재배치율이 90%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조용성 선교사는 “GMS는 전 세계에 98개 필드가 있어 타 단체에 비해 재배치 조건이 훨씬 좋다. 재배치된 선교사들도 다른 지역에서 열심히 선교하고 있다”며 “선교사와 파송교회들은 추방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일로 바라보고, 추방됐다고 선교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라”고 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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