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 열려

올림픽 단일팀 구성, 정상회담 논의 등 남북관계에 그 어느 때보다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세계교회가 한국에 모여 한반도 평화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목사·이하 교회협)는 3월 5~7일 서울 을지로 라마다 서울동대문에서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를 개최하고 성명서를 채택했다.

1988년 발표해 88선언으로 불리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은 교회협이 3년에 걸쳐 통일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훗날 김대중 정부의 통일 정책에 중요한 기초자료로 쓰였다.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 인도주의, 민의참여 등을 주된 내용으로 삼아 군사독재 시대에 평화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날 국제협의회에는 WCC 올라프 총무, CCA 매튜 총무, WCRC 퍼거슨 총무 등 전 세계 에큐메니칼 인사들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국내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WCC 올라프 총무는 “88선언은 그 역사적 맥락 속에서 예언자적이고 용감한 선언이었다”며 “아직도 한반도 어느 곳에서든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가장 근본적인 기독교적 가치에 정반대된다. 이 때 그리스도인들은 북한과의 대화, 긴장 완화, 상호 이해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한 제안도 이어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핵을 포기했다가 체재가 붕괴된 리비아, 핵 의혹을 받고 침략당한 이라크 사례를 봤을 때 북한이 대가도 없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북핵문제 발생 초기부터 북한이 요구했으나 미국이 이행하지 않은 북미수교(평화협정)가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그 다리 역할은 북핵문제의 최대 피해자가 될 한국이 할 수밖에 없다. 고위급회담,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등을 계속하면서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시작하도록 한국이 나서서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2박 3일 동안 참석자들은 주제강연, 이야기 나눔, 패널토론, 분과토론 등을 통해 각자의 위치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할을 모색했다. 교회협 이홍정 총무는 “이번 국제협의회는 평화 중재자로서 개신교의 역할과 동북아 평화를 위한 시민 연대를 논의해보는 시간이 되었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조그련이 WCC 올라프 총무를 5월에 초청한다는 편지를 보내 고무적이다. 한국교회와 사회에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인식이 고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회협은 마지막 날 “우리는 미국이 대화 테이블에 참여해 평화에 대한 희망을 굳건히 만들고, 중국 러시아 일본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한다. 또한 인도적 접근의 증진을 위해 가장 엄격한 대북 경제 제재 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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