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식 목사 <암만해도…>

시골교회 목사가 육순이 넘어 첫 시집을 내놓았다.

처녀작 <암만해도 가봐야 할랑개벼>(창조문예사)를 출간한 성현식 목사(완주 신와교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월간 창조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후, 오랫동안 작업해온 작품들 중 71편을 모아 수줍은 듯 세상에 내밀었다.

총 4개의 장으로 나뉜 이 시집은 작가의 삶을 형성하고 있는 네 겹의 세계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시집의 제목과 동일한 구절로 표제를 정한 첫 장에는 성현식 목사의 생활터전인 삼례 들녘의 풍경이 정겹고도 생생하게 등장한다.

목회자로서 정체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두 번째 장 ‘유모차와 교회’에 이어, 자신을 둘러싼 다정한 벗들을 하나씩 불러내는 세 번째 장 ‘쉽게 말 못할 것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억과 소망이 어여쁜 꽃다발처럼 한아름 담긴 ‘순례의 길을 가다’까지 참 잘 짜인 구성이다.

전라도의 독특한 정취가 가득한 시어들은 무심히 툭툭 뱉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주변의 사람들과 일상에 대한 속 깊은 정을 드러낸다.

‘짝궁 여자가 걸레질을 해댄다/티비 홈 쇼핑에서 새로 산/목 비틀린 두 마리 둥개처럼/달라붙은 걸레가 잘도 도는 어지러운 청소기로/방마다 마루마다 고루고루/돌리며 밀며 다닌다/가을의 고실고실한 바람이/구경난 듯 따라다닌다.’(<가을 하늘에게> 중)

저자는 “우리가 서로 많이 다르다 해도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얘기하고, 사랑하는 것이 어려워할 일은 아니다”면서 “부모의 사랑, 친구나 이웃의 사랑, 또한 예수의 사랑을 가지고 나 아닌 이들과 만나 공감의 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시집을 낸 동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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