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시행 앞두고 생명존중의식 약화 우려

내달 4일 연명의료결정법이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등에 대한 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해서 인간으로 존엄과 가치, 그리고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기독교 생명윤리 단체들은 연명의료결정법을 존엄사로 오인하거나 안락사 허용 요구로 이어질 위험 등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는 조건의 핵심은 ‘환자의 의사’이다. 일단 의료기관에서 주치의와 전문의사 1명의 결정을 통해 환자의 말기질환 여부를 판단하게 되어 있다. 일차적으로 이 과정에서 오진이 일어날 경우 의도치 않은 안락사가 될 수 있다.

말기환자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의식이 있을 경우 연명의료 중단 등에 대한 의사를 직접 밝히면 된다. 그러나 그런 환자 다수가 충분한 인지 및 의사능력이 없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작성되어 있을 때는 의사 2인이 이를 확인해 결정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없을 때는 가족 2인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과 의사 2인의 확인으로 결정된다. 환자가 의사능력도 없고,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확인할 수도 없을 때는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이 필수적이다.

결국 취지와 달리 환자의 이익보다 환자 가족들이 자신들의 편의와 이익의 관점에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나아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건강한 성인은 누구나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이 법을 소극적 안락사 혹은 존엄사 허용 법률로 오인하기 쉽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권오용 소장은 “환자 본인의 진지한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법절차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이 일괄적으로 진행될 경우 사람의 생명이라는 신성한 가치가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며 “한국교회가 이제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님 주신 거룩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실천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 2월 4일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된다. 사진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중앙호스피스센터 현장을 방문해 환우들을 위로하고 있다.(사진=보건복지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한 환자는 107명으로, 말기 환자가 98명,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9명이었다. 그 후 실제로 54명은 사망했다. 이 중 연명의료(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중단 등 결정을 이행한 경우는 27건이었다.

문제는 이 기간에 법적 윤리적 문제들이 곳곳에서 드러나 보완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다. 가령 임종을 앞둔 환자 본인이 미리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못한 채 혼수상태에 빠질 경우 가족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 중 일부가 동의하지 않거나, 혹은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의 경우는 그 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연명의료를 계속 해야 한다.

또 현재 절차에 따르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및 임종기 환자라는 판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말기 및 임종기 환자가 많은 대다수 요양병원은 참여하기 힘든 조건이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권오용 소장은 “3개월이라는 시범 사업 기간이 연명의료결정법을 확인하기에는 너무 짧은데다 이전에 연구 자료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더욱이 가족 중심의 우리나라 문화 자체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꺼려하거나 익숙지 않는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권 소장은 존엄한 생명을 다루어야 할 연명치료 중단 결정이 환자의 의사 반영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법절차에 따른 일괄적인 실행으로 진행될 경우 안락사 요구로 이어질 위험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고통을 고려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허용하자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진다면 결국 인간 존엄성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교회가 연명의료결정법은 물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 권 소장은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된 사람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생명 존중을 실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역할임을 감안할 때, 한국교회가 관련 의사결정 자리에서 좀 더 전문적이고 실천적으로 정부 및 사회와 소통할 근거를 갖춰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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