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순 능주교회의 100주년은 새로운 사명들에 계속 도전해온 시간들로 기억된다. 그 도전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사진은 교회당 전경.

화순 능주교회, 설립 100주년 새로운 도전 시작
다음세대 사역 동력 삼아 전도와 섬김에 진력

화순군 능주면은 조선시대에 능주목으로 승격될 만큼 제법 널리 알려지고 규모가 큰 동네였다. 광주와 나주, 보성 사이를 잇는 교통의 요지였고, 한 때는 탄광산업이 성황을 이루며 인구가 밀집해 살기도 했다.

그렇게 이름난 동네인 만큼 선교사들이 이 지역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녹스(한국명 로라복)와 탈미지(한국명 타마자) 선교사가 앞장서고 한국인 전도인들이 협력하여 1918년 4월 10일 화순군 능주면 석고리에서 예배가 시작된 것이 능주교회(천병기 목사)의 출발이었다.

▲ 오랜 세월의 자취를 보여주는 종탑.

석고리교회라는 이름으로 사역하다 일제에 의해 교회가 폐지되는 시기도 겪었지만 해방 후 다시 예배가 재개되며, 새롭게 교회당을 건축하고 성장기를 보냈다. 그 사이 장로교회의 분열이라는 격랑을 온 몸으로 겪었으며, 탄광산업의 몰락과 더불어 극심한 이농현상이라는 파고에 부딪치기도 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갈등과 사고의 순간 또한 적지 않았다.

100년 역사동안 무려 34명의 교역자들이 거쳐 갔다는 사실은 능주교회가 보낸 세월이 얼마나 순탄치 않았는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이 유서 깊은 공동체가 한결 같은 마음으로 일구며 많은 결실을 거둔 옥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음세대 사역이었다.
능주교회가 처음 설립된 지 7년만인 1925년 11월 25일에 여자야학과 유치원을 개설한 것은 교회역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우리말에 ‘어린이’라는 단어가 비로소 등장하기 시작하고 남존여비 사상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당시로서는 유아들과 여성들에게 ‘배움’ 혹은 ‘교육’이란 말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개념들이었다.

그래서 여자야학과 유치원의 설립은 단순히 교회 부설기관들이 탄생했다는 의미를 넘어서, 이 땅의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리고 소외된 생명들을 품는 위대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은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진다.

진작 고령화 사회를 맞이했고, 전형적인 농촌교회의 환경을 지녔지만 능주교회는 특이하게 세대간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 물론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교인들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는 해도, 중고등부가 활발하게 운영되며 함께 예배하는 젊은이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

교회당 인근의 능주고등학교가 특목고로서 명맥을 이어가며 청소년 성도들의 든든한 공급원 역할을 해주고 있으며, 이웃한 군부대에서도 상당수의 장병들이 능주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덕분이다. 특히 중고등부는 자칫 활력을 잃을 수 있었던 목회사역에 큰 돌파구가 됐다.

“학생들을 믿음으로 가르치고 기도하는 일이 어른 성도들에게 소중한 사명이 되고 있으며, 어른들의 애정 어린 관심 속에서 학생들 또한 뜨거운 찬양과 예배의 모습으로 보답하는 중”이라는 천병기 목사는 “부족한 살림 속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장학제도를 마련하는 등 온 교회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능주교회는 다양한 전도사역과 섬김사역으로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열심히 감당한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김치를 비롯한 갖가지 반찬거리들을 준비해 이웃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5일장이 설 때마다 칡차나 매실차 등 건강음료들을 준비해 나누어주는 일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담임목사와 장로로 만나기 전 주일학교연합회 회장직을 번갈아 맡으며 동역한 각별한 사연 등으로 더욱 돈독한 당회원들 간의 관계, 3대 이상 믿음의 가문을 이어가며 헌신적으로 일하는 교우들의 존재 덕분에 병원선교, 직장선교, 군선교 등으로 사역무대도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 화순 증주교회 옛 당회록 등 역사자료들.

설립 100주년을 뜻깊게 맞이하고자 능주교회 교우들은 매일 밤 특별기도회를 열고, 성경필사운동을 벌이며 신앙을 더욱 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오래전 화재로 상당부분 소실된 교회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에도 최선을 다한다. 이를 통해 기념예배를 비롯해 역사집 발간, 역대 목회자와 옛 교우들 초청행사 등 갖가지 기념사업들도 무난히 치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를 계승하되 역사에 갇히지 않는 교회, 변화되는 환경을 받아들이되 그 속에서 또 다른 도전을 찾아나서는 교회. ‘복음의 빛 100년’을 맞는 능주교회의 역사는 그렇게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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