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어둑해졌다가도 아침이 되면 다시 찬란히 빛나는 태양이 떠오른다. 정들었던 2017년과 작별인사를 고해도, 2018년 새해가 반가운 손님처럼 우리 곁에 다가온다. 이 땅 어디서나 주께서 내려주시는 사랑의 빛, 은혜의 빛은 교회들과 함께 반짝일 것이다. 한반도 서쪽 끝자락 함평 해안가의 교회와 바다 건너 동쪽 섬 울릉도의 교회를 찾아가 묵은해를 보내고, 신년을 맞는 목회자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석양처럼 아름다운 복음 전할 터”

서해를 바라보는 함평 석성교회 정남 목사

우리 교회는 노을이 예쁜 함평만 해변에 있습니다. 지난 22년 동안 매일처럼 석양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면서 석성교회를 지켜왔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주로 갯벌에서 나는 굴과 낙지를 잡는 일로 먹고 삽니다. 요즘에는 낚시 미끼로 쓰는 갯지렁이 판매 사업도 호황입니다. 여름이면 해수찜이 유명한 돌머리해수욕장에 제법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부임 당시에는 인구가 제법 많았고, 동네 아이들 가르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떠나는 사람들을 어찌해볼 수 없었습니다. 한 동안은 나이 든 교인들이 연속해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망연하게 지켜보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저를 석성교회로 청빙해주신 장로님들이 어느새 한 분도 남아계시지 않았습니다.

주일학교 아이들도 애써 키워놓으면 대학 간다고, 취업한다고 떠났습니다. 월요일마다 손수 차를 몰아 광주의 학교까지 데려다주며 정성껏 보살핀 아이들이었습니다. 우울하고 맥이 빠졌습니다. 다 내 잘못인가 싶어서 장로이신 아버지를 찾아가 한탄을 쏟아놓기도 했습니다.

“목사의 일이 원래 사람들 잘 가르쳐서 일터로 파송하고, 천국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너는 할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이니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그 말씀을 듣고 위로를 얻어 지금까지 맡겨진 목양지를 잘 지키고 있습니다. 전남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을 당시부터 농촌목회에 일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해 지금까지 그 다짐을 잘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리하려 합니다.

우리 교회 역사는 첫 설립연대부터 계산하면 100년이 훨씬 넘었고, 일제의 강요로 이웃 궁산교회와 합병했다가 다시 복구한 때부터 따져도 50년을 헤아립니다. 그만큼 전통이 강하고, 오랜 연륜을 가진 성도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2인3각처럼 처음에는 서로 삐걱대고 엉키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함께 가자’면서 인내하고 포용하는 목회 기조를 유지한 덕이었는지 여태 별 무리 없이 현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착하고 성실한 우리 교우들은 동네일에 적극적이고 전도에도 열심입니다. 이들의 수고로 마을 복음화율이 70~80%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새 가족이 교회로 찾아옵니다. 잃어버린 영혼을 찾는 것보다 우리에게 더 기쁜 일은 없습니다.

올 한 해에는 나라와 교회 안팎으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고, 종교인 과세가 시행을 앞두게 됐으며, 막판에는 총신 사태가 터져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모두가 교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건들이기에, 이 문제들에 대해 기도하고 관심을 두어야 마땅했을 그리스도인들 그 중에서도 목회자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들이라 생각하기에 마음이 더욱 무겁습니다.

▲ 교회 앞마당의 종탑은 1967년 함평 석성교회가 복구될 당시 청년회에서 힘을 모아 세운 것이다. 이 종탑을 배경으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는 그윽하고 아름답다.

특히 총신 사태는 우리 모두의 잘못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잘못한 사람들을 비난할 줄만 알았지 정작 여러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무지하고 방관했기 에 문제가 독버섯처럼 자라버린 것입니다. 동성애문제, 종교인과세문제 같은 것도 결국 개교회주의라는 병폐에 빠져 살았던 우리들 자신이 세상에 빌미를 준 것은 아닐까 반성해봅니다. 목회자들이 먼저 세상 문제에 대해 먼저 깨어있어야 하고, 교인들을 일깨우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올해 저를 감동시킨 사건도 크게 두 가지나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지난여름 함평 진양교회에서 벌어진 화재, 그리고 이후 진행된 함평노회와 우리 총회의 기민한 대처를 통해 복구공사가 빠르고 원활하게 진행되는 놀라운 과정이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평상시 목회자 몇이서 모여 조촐하게 치렀던 함평군 성탄트리 점등식이 올해에는 지역교회들의 적극적인 참여 가운데 무려 700여명의 인파가 모이는 성대한 잔치로 발전한 사건입니다.

그렇습니다. 서로 마음이 모이고 하나가 될 수만 있다면 어떠한 문제라도 얼마든지 극복해낼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이렇게 나라의 위기도, 총회의 위기도 함께 힘을 합해 극복하고, 목회자들이 오로지 복음사역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우리 교회가 오랜 시간 절절히 기도해온 태신자들이 내년에는 꼭 예배의 자리에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내의 찬양사역에도, 광주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들의 건강에도, 중학교 졸업반으로 올라가는 딸아이의 진로선택에도 하나님이 복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무엇보다 진양교회의 복구공사가 원활하게 마무리되고, 도시교회와 시골교회의 동역이 전국적으로 크게 확산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총회에도 노회에도 2018년은 감사가 넘치는 한 해가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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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의 소망 품고 회복의 역사를”

동해를 바라보는 울릉도 현포양문교회 박찬우 목사

샬롬! 해 뜨는 곳, 한 점 섬 울릉도에서 기독신문 독자여러분께 삼가 새해 인사 올립니다. 현포양문교회를 14년째 섬기고 있는 박찬우 목사입니다.

현포양문교회는 30돌이 갓 지났습니다. 서른 살을 맞아 이제 봉사와 섬김의 날개를 활짝 펴고 일어나 빛을 발하는 새해를 맞으려고 합니다. 현포라는 작은 마을에 교회가 셋이나 있다 보니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교회에 다니지 않는 주민들이 남아있기에 이들에게 힘을 다해 복음을 전하려고 합니다.

울릉도도 크지 않지만, 그 속에서 더욱 좁은 현포마을에서 지내다보니 서로 너무 잘 알게 됩니다. 자칫하면 교회 안에서 성도들끼리도 쉬이 구설수에 오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서로에게 더욱 합당한 말을 하며, 더욱 베푸는 손길이 되고, 발걸음마다 늘 복음을 실어 나르려 하고, 착한 행실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게 하는데 온 교회가 하나 되고자 이제까지 노력했습니다.

이에 따라 새해 표어는 ‘일어나 빛을 발하라’(사60:1)로 정하고, 표어를 실천하기 위한 세부 시행지침은 ‘합당한 말(잠 25:11,) 베푸는 손(눅 6:38), 전하는 발(사 52:7), 착한 행실(마 5:16)’ 등으로 세웠습니다.

주일학교가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울릉도 같은 섬마을에는 그 타격이 더욱 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마을에는 아직 분교장이 남아있기에, 교회에서 아이들을 계속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마을에 분교장이 계속해서 문을 열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고등부 두 명이 졸업하고 진학과 취업을 위해 육지로 나갑니다. 현포분교장에 다니는 세 명 친구도 부모님의 전근으로 육지로 갑니다. 그러나 새로 오시는 선생님 가정에 두 자녀가 있다고 하니 빈자리를 채울 소망이 있어 감사드립니다.

울릉도에는 우리 교단 울릉시찰교회로 울릉서문교회, 독도교회와 저희 현포양문교회가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가장 많은 교회와 교인수를 가진 우리 교단이라고 하나, 울릉도에서는 교회 역사나 교세에서 가장 미말에 서있는 것이 우리 울릉시찰 교회들입니다.

▲ 울릉도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갤 것 같은데 이내 구름이 끼고, 잔뜩 구름이 끼다가도 잠시나마 햇살이 고개를 내민다. 이와 달리 현포양문교회의 일상은 단조롭다. 2018년 새해 역시도 반복될 일상이지만, 언제나 어둠을 뚫어내는 해처럼 복음의 역동성이 있기를 소망하며 새해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므로 관광을 오시거나, 이곳 관공서나 직장에 전근을 오실 때 우리 세 교회를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교단들은 이 부분이 잘 되고 있는데, 우리 교단은 비교적 관심이 약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면 육지에서는 우리 교단 소속 교회의 직분자들인데, 여기 와서는 이웃 다른 교단 교회에 출석을 하는 경우도 있어 아쉬움이 생깁니다. 이왕이면 같은 교단 소속인 울릉서문교회와 독도교회 그리고 현포양문교회를 찾아 주신다면 저희에게 큰 힘이 될 줄로 믿습니다.

울릉도의 신년은 비움의 시작입니다. 섬 주민들이 대거 육지로 나들이를 떠나 조용해지는 시기입니다. 그래도 새해는 역시 새해입니다. 모두가 얼굴에 큰 희망을 안고 새해를 맞습니다. 2018년에는 울릉도가 관광과 산채 재배, 오징어 조업에서 더욱 활기를 띠기를 소망합니다.

지난해 북핵문제 등으로 독도문제가 관심사에서 뒤로 밀리자,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많이 감소했습니다. 바다 환경의 변화와 중국어선의 북한 해역 조업으로 오징어는 씨가 말랐다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울릉도를 사랑하셔서 지금도 마을마다 교회를 세우시며, 역사하시고 계십니다. 울릉도내 37개 교회와 성도들이 울릉도 복음화와 발전을 위해 부르짖는 가운데 2018년에는 다시 모든 것이 회복되게 하실 줄로 믿습니다.

시인 유치환은 그의 작품 ‘울릉도’에서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이라고 이 섬을 표현했습니다. 울릉도는 바다건너 경주와 포항에 지진이 나도 전혀 느낄 수 없는 지각판위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유치환은 ‘멀리 조국(朝國)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懇切)함이여!’라고 노래하기도 했는데, 아주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비록 우리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나, 육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정의가 강같이 흐르고 평화가 바다처럼 넘쳐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나타내는 역사가 날마다 이곳 한 점 섬으로 흘러들어오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물이 바다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이 가득한 2018년 새해가 되기를 멀리 희망의 곳, 해 뜨는 신비의 섬 울릉도에서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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