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인생보다 무겁다. 백년살이라도 인생은 끝이 있지만, 이름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잘 살아야 하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 인생은 사라지지 않는 이름 속에서 역전돼 버린다. 유대 땅의 권력자였던 빌라도는 그 이름이 치욕으로 남았고, 비천했지만 기생 라합은 믿음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 한국교회 안팎에서 두 명의 목회자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한 명은 우리 교단 신학교의 수장이고, 또 한 명은 우리나라에게 가장 큰 교회의 담임목사였던 사람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명예와 권력을 가진 이들이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의 이름은 요즘 명예롭지 못하다. 자신들은 떳떳하고 법적으로 문제될 것 없다고 말하지만, 반박을 하면 할수록 자신들이 어렵게 쌓아온 공적을 하나하나 흠집 내는 모양새다. 워낙 중요한 인물인 터라 일반 언론에서도 앞다투어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특별한 반전이 없다면 그들의 이름은 지금처럼 부끄럽게 기억될 것이다.

비슷한 때에 경기도 화성 총회세계선교회(GMS)선교센터 복도에 순직자 49명의 명단을 새긴 동판이 내걸렸다. GMS 선교사로 살다 임기 중에 질병이나 사고로 숨진 이들이다. 동판에 새겨진 내용은 조촐하다. 이름과 선교지, 파송일, 순직일이 전부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름은 어느 권세가의 그것보다 무겁다. 특별히 명단이 내걸린 곳이 GMS선교센터여서 더욱 각별하다.

GMS선교센터는 우리 교단 선교의 컨트롤타워이자, 선교훈련생들이 선교의 비전을 품고 헌신을 다짐하는 선교훈련장이다. 선교센터를 오가는 선교훈련생들에게 앞서 살다간 선배들의 이름은 아름다운 지표가 될 것이다.

사람은 유한하다. 그래서 끝매듭이 중요하다. 매듭을 잘 맺지 못하면 여기저기 보풀이 일고, 전체를 망친다. 끝매듭이 잘못됐다면 늦더라도 실을 풀고 바늘을 다시 잡는 용기가 필요하다. 성경의 가르침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래야 후회 없는 이름으로 남는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