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식 목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본부장)

▲ 신동식 목사(기윤실 본부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은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사드 보복의 상황 가운데서 이루어졌다. 그만큼 이번 방문에는 민감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평택 미군기지까지 가서 맞이하고, 다시 청와대로 돌아와서 공식 행사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최고의 환대를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환대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현실을 보게 된다. 남북이 대척 가운데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도움이 없이는 불안 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실존 상황을 확인한다. 또한 미국을 향한 우리의 극단적인 모습도 확인했다. 광화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반대 시위와 트럼프 대통령을 찬양하는 집회가 함께 열렸다. 그 사이에 경찰 차벽이 견고하게 서 있었다.
이렇게 우리의 지정학적인 현실과 상반된 여론 속에서, 트럼프의 방한에 대하여 기독인들의 시각은 어떠해야 할까?

우선,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 정책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매우 중요한 군사적 위치에 있다. 한국을 노리던 강대국들 중에서 미국이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미국은 이 영향력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행동이 그것을 증거한다. 트럼프는 북한의 핵 위협 앞에 한국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 무기 구입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미 FTA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한국이 평택기지의 완공에 90% 이상을 지원한 것도 미흡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 정책이 얼마나 강력하고 견고한지 보아야 한다.
둘째, 미국을 향한 하나님의 선민사상을 배격해야 한다.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역사 교수인 칼 투르먼은 자신의 조국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애국주의는 대체로 좋지만, 기독교 국가로서의 자신의 나라를 추구하는 극우파는 교회와 국가의 경계를 희미하게 하는 위험이 있다고 하였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노릇을 하고, 팍스 아메리카를 외치고 있다고 해서 하나님이 세워주신 구세주와 같이 여기는 것은 우상숭배와 같다. 전쟁과 평화를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섭리는 오묘하다. 오직 하나님의 나라만이 영원하다. 그러므로 미국을 향한 극단적인 사고는 바르게 균형 잡혀야 한다.

셋째 미국 대통령은 고레스 왕이 아니다.

많은 기독인들이 미국 대통령을 고레스처럼 생각한다. 고레스가 이스라엘을 바벨론에서 구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한반도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우리를 구원해 줄 존재가 아니다. 철저하게 자국 세일즈맨이다. 그는 무기수입이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고,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하게 알 수 있다. 그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샐러리맨의 모습을 일본과 중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우리의 현실적인 안보에 있어서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우리의 안보에 큰 힘이 되는 우방이다. 북한의 핵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억제력은 미국이다. 이렇게 미국은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으로 한국은 명분을 가졌고, 미국은 실리를 챙겼다. 한국은 북한을 향하여 가만히 있으라는 메시지를 주었고, 국민들에게 안심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미국은 그 대가로 엄청난 무기 수출과 경제적 선물을 받아 갔다. 한반도의 현실이 이러한 불균형을 여전히 만들고 있다.

기독인들은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성경은 전쟁은 여호와께 있다고 말씀하신다. 사람이 아무리 계획을 세운다 할지라도 일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오늘 우리가 구할 것은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이 속히 오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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