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만호 선교사 8년 기록 담은 영화 <아이엠 호프맨>

부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아이들은 그런 부모를 도와 쓰레기를 주워다 팔거나 시장에서 허드렛일을 한다. 이마저도 어려우면 어린 나이에 술집에 나가 집안 생계를 책임진다. 구정물 쓰레기더미 속 판잣집에서 평생을 살 수밖에 없는 인생. 희망이 있을까 싶은 이곳에 아이러니하게도 ‘호프스쿨’이 꿈을 전하고 있다.

▲ 임만호 선교사(서울광염교회 파송)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캄보디아, 그 안에서도 도시 개발로 밀리고 밀려난 주민들이 모인 빈민가 언동마을에 임만호·김용순 선교사(서울광염교회 파송)가 호프스쿨을 세웠다. 2002년 초등학교로 시작해 이제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350여 명이 함께 공부한다. 작년에 졸업한 17명의 학생 중 12명은 대학에 진학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영화 <아이엠 호프맨>은 이런 임 선교사 부부의 헌신적인 삶을 8년간 담아낸 기록이다.

다큐멘터리만 20여 년간 찍어온 나현태 감독에게도 이런 장기간 프로젝트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캄보디아를 20여 회 오가면서 임만호 선교사 부부를 밀착 취재했다. 연출은 하나도 없었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찍지 못할 때도 허다했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임 선교사 부부의 감동을 한국에 전달해야겠다는 의지는 식지 않았다.

“서울광염교회 조현삼 목사님께서 점점 기독 다큐멘터리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면서, 임만호 선교사님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을 제안하셨습니다. 처음에는 호프스쿨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췄었는데 방송사 사정으로 편성이 어려워지면서 영화 제작으로 눈을 돌리게 됐죠. 방송용 다큐멘터리는 아무래도 종교색을 많이 감출 수밖에 없는 반면 영화화가 되면서 오히려 복음적 내용을 더 많이 담을 수 있었습니다.”

기획이 달라진 이유는 또 있었다. 2008년 신축 중학교가 지어질 무렵, 임만호 선교사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2012년에는 5살 때부터 부모를 따라 열악한 캄보디아에서 살았던 맏아들 요한이를 자동차 뺑소니 사고로 잃었다. 꿈과 희망을 나누고자 했던 곳이 시련과 절망의 땅이 되었지만 임 선교사는 어눌한 말과 행동, 잃어가는 기억 속에서도 여전히 캄보디아 아이들 곁을 지키고 있다.

▲ 영화 <아이엠 호프맨>은 캄보디아 아이들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사랑한 임만호 선교사 부부의 헌신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요한이가 사고 당한 곳이 임만호 선교사님 댁에서 호프스쿨로 가는 길에 있는데, 임 선교사님이 한동안 사고지점을 지나가지도 못하셨어요. 그 곳을 통과하지 않으려고 30분이나 길을 돌아가셨죠.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그 아픔을 다 견디신 거예요. 캄보디아가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하신 겁니다.”

나현태 감독은 임만호 선교사 부부가 완성된 영화로 요한이의 장례식 등의 모습을 처음 보고 많이 마음 아파했다면서 그러나 ”호프스쿨로 가장 큰 은혜를 입은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선교사의 고백이 많은 이들을 회복하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쯤 되면 이 영화의 ‘호프맨’은 임만호 선교사 부부라고 생각할 법하다. 그러나 나현태 감독의 의도는 조금 다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우리 모두가 호프맨이라는 것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나 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호프맨입니다. 남이 보기엔 빛나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소명을 받아서 하고 있다면 하나님을 믿는 자녀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찍은 저 역시도 호프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어느 곳에 있든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영화 <아이엠 호프맨>은 11월 16일부터 노원 롯데시네마와 필름포럼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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