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사회학연구소 1일 중형교회 심층연구 결과 발표

한국교회의 관심이 대형교회와 작은교회의 위기에 집중된 사이, 중형교회마저 현상유지조차 힘든 곳이 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형교회 살리기’가 교계의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970년대와 80년대 도시의 대다수 중형교회들이 주민들과의 관계와 전도,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함께 성장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90년대 재개발과 신도시 개발로 수도권 인구이동이 가속화 됐다. 산업화와 더불어 큰 부흥을 이뤘던 서울도심권 교회의 경우, 다수 교인들이 서울 외곽으로 이주해 교인수가 급감하거나 사역의 기반인 마을이 아예 통째로 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결과 중형교회 중 부흥 당시 교인수를 유지하는 교회는 전체의 20% 정도이고, 재정이 유지되는 교회는 10% 정도에 그친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중형교회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수도권 중형교회 25개에 대한 심층 조사를 실시한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 조성돈 교수는 “한창 부흥할 때 지어놓은 예배당 유지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중형교회가 대다수”라며 “더 큰 문제는 목회자 교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란과 교회 내 헤게모니 및 재산 분쟁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중형교회 몰락을 우려했다. 

그렇다면, 중형교회는 왜 중요한가? 중형교회는 그동안 한국교회 성장과 더불어 작은교회, 농어촌교회, 선교현장, 교계 단체를 후원하며 한국교회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왔다.
지역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중형교회의 특성상, 중형교회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그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목회사회학연구소에서는 중형교회에 지역 중형교회와의 공동 사역, 교동협의회 통한 지역사업 활성화 등 지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제안했다. 중형교회 살리기를 비롯해 한국교회 전반에 성경적인 교회론에 따라 상생의 생태계 형성을 위한 구체적인 사역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 조성돈 교수가 수도권 중형교회 목회자와 중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인터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소장인 조성돈 교수는 오늘날 중형교회의 현실을 짚으며 왜 중형교회가 위기에 처했는지에 대해 풀어냈다. “중형교회 대부분이 1950~60년대 지역을 기반으로 탄생했고 70~80년대 서울로 인구가 몰려들 때 급격히 성장하면서 은행 대출을 받아 예배당을 증축했지만, 90년대부터 젊은 세대가 주택가와 아파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구도심이 공동화 되어 지역사회가 무너져 2000년도에 들어서 급격하게 무너지게 되었다.”

조 교수는 중형교회 위기가 본격화 된지 10년이 훌쩍 지나면서 단순히 중형교회가 연이어 문을 닫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중형교회가 지원하던 작은 교회, 농어촌교회, 선교현장, 교계 단체들 또한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자녀 교육을 위해 소위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대다수 중형교회에는 노령의 교인들만 남게 되면서 위기가 심화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대부분의 노령 교인들은 은퇴한 상태이며, 정작 재정에 도움을 줄 청장년층은 집값이 싼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인터뷰에 임한 많은 중형교회 목회자들은 “지역인구가 줄어들면서 새로 유입되는 교인이 없다보니 기존 교인들의 층이 더욱 공고해지면서 가족중심의 파벌이 생기게 된다”고 답변했다. 더욱이 한창 부흥할 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지은 대규모 부지 위의 예배당은 매매 자체가 쉽지 않아 재정적 부담도 가중된 상태인데, 유지비는 교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기에 목회자들이 당회 눈치를 보며 목회를 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조 교수는 “중형교회가 흔들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대교체”라며 목회자 청빙에 있어 보수화 된 중형교회에서 다음세대를 바라보며 역동적인 목회를 할 젊은 목사를 청빙하지 않는 경향이 강한 것이 위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젊은 사람들을 교회로 불러오기 위해서는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목회자를 모셔야 한다. 그리고 그런 목회자를 모시기 위해서는 청빙위원회에 젊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의 관점에서 목회자를 청빙할 수 있도록 열어 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차세대 리더십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세대에게 귀를 기울이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미래가 있다.”
더불어 교단과 노회 및 지방회에 대한 불신 또한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중형교회 교인들이 교회 내적인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노회 및 지방회, 교단의 중재를 거치는 과정에서 정치꾼들이 돈을 받고 해결사 노릇을 하는 것을 겪으면서 목회자와 교회 자체에 대한 불신을 품고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중형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조 교수는 무엇보다 중형교회는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형교회의 특징은 지역에 기반해 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교동협의회를 통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교회도 있고, 지역 중형교회들이 힘을 합쳐서 교제하며 공동 사역을 펼치는 곳도 있다. 이러한 지역 활동은 중형교회가 가진 큰 장점이며, 교회도 살고 지역도 살기 좋게 되고 주변 교회들도 상생할 수 있는 길이다.” 이와 더불어 교인들의 리더십을 세우는 훈련 강화, 청장년층을 위한 콘텐츠 개발, 공신력 있는 분란조정기구 마련, 주중사역 개발 등을 제안했다.

이어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중형교회가 겪고 있는 ‘제도화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제도화의 딜레마란, 교회는 하나의 공동체로서 교회 구성원인 신자들 사이에 일치와 연합, 결손을 강조하지만, 모든 조직이 그렇듯 하나의 조직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제도화의 길을 걷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 귀속감 저하 현상과 정책결정과 수행에서 목회자 리더십 약화, 관료주의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제도화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정 교수는 “교회를 관료제와 같은 피라미드식 상명하달 조직보다는 책임을 분담하는 위원회 같은 소모임들의 수평적 의사소통의 관계망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더불어 일의 진행에서도 성과 중심보다 교인들의 참여와 협력의 과정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교회 비전을 공유할 것을 권면했다.

이 밖에도 장진원 목사(도림감리교회)가 ‘중형교회들의 소리들과 이야기’,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가 ‘중형교회를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 발표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