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들꽃교회, 작은음악회로 흥겨운 마을축제
다음세대 사역도 큰 걸음, “섬김의 공동체 되겠다”

엄마 품처럼 따뜻한 동네가 모악산 아래 김제 원평마을이다. 어여쁜 꽃잎들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이 마을에 5년 전 ‘들꽃교회’가 섰다.

들꽃교회는 김청화 목사가 멀리 부산에서 머물며 개척을 준비하던 시절부터 꿈꾸었던 이름이다. ‘들에 핀 백합화를 돌보시는 주님’이라는 말씀을 붙들며 힘든 투병생활을 견뎠고, 남들 보기에 다소 늦은 나이에도 다시 목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 김제 들꽃교회가 마련한 ‘들꽃작은음악회’에서 따뜻함과 흥겨움이 넘치는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

“지친 이들에게 쉼을 주는 교회를 이루고 싶다”는 목사의 소망을 SNS를 통해 멀리서 전해들은 전라도 산골짜기 성도들이 경상도 바닷가까지 찾아가 모셔오는 데 성공했고, 서로 뜻과 마음을 맞춘 이들의 조합은 들꽃교회를 통해 제법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다.

10월 22일 아담하고 어여쁜 예배당에서 ‘들꽃작은음악회’가 열렸다. 3회째 이어지는 들꽃교회와 마을 사람들의 대동축제이다.

이날 음악회에는 전주신일교회 할레우스찬양단과 하늘꿈쟁이몸찬양단, 성악가 장인숙 씨, 바이올린연주자 김성민 씨 등이 출연해 한일장신대 최동규 교수의 지휘로 성가에서부터 동요 가곡 가요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연주자와 객석이 다함께 노래하는 흥겨운 순서도 마련됐다.

들꽃작은음악회는 문화 소외지역인 이 고장에 음악과 공연을 활용한 복음의 통로를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교우들이 온갖 지혜와 자원, 인맥까지 동원해 시작한 사역이다. 처음에는 교우들 스스로 우쿨렐레 연주팀 등을 만들어 밤낮연습하며 무대에 섰지만, 점차 수준 있는 외부 문화예술인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음악회 무대도 면사무소 마당이나 초등학교 강당처럼 이웃들이 접근하기 쉬운 장소들로 정했고, 3회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교회당에 초대한 것이다. 음악회에는 공연 뿐 아니라 먹을거리며 선물들도 준비해 푸짐한 잔치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뿌려진 그곳에서 믿음 뿌리 내리고, 향기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삶과 생명의 열매를 맺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한다.’ 푸릇한 정취가 물씬한 이 문구는 들꽃교회의 사명선언문이다. 작은음악회는 바로 사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피워낸 열매 중 하나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기성 교회에서 분립한 공동체인데다, 한 동안은 이단이라는 소문까지 돌아서 전도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작은음악회를 비롯한 여러 사역들을 펼치며 지역사회를 진심으로 섬기고 소통하려 노력한 모습이 이제 조금씩 성과를 거두는 듯합니다”라고 김청화 목사는 말한다.

조그마한 시골교회이지만 들꽃교회는 다음세대를 키우는 일에도 많은 공을 들여왔다. 교회에 나오는 어린이가 한 명뿐이었을 때부터 그랬다. ‘미래학교’라는 이름으로 주일학교를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워도 전담 부교역자를 계속 기용했고, 예배당 여러 공간에 들꽃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책들을 비치하고 독서실을 꾸며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어느새 미래학교에는 꽤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었고, 들꽃작은도서관 또한 마을회관 등을 돌면서 주민들이 읽을 책을 곳곳에 비치하고 교환해주는 이동도서관 역할을 할 만큼 활동이 활발해졌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들꽃교회는 소속된 전북서노회의 작은 교회 어린이들을 방학마다 초청해, 손수 먹이고 재우면서 말씀을 가르치는 성경캠프까지 열었다. 처음에는 반응이 신통치 않아 걱정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인원이 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성경캠프 준비는 아이들을 데려오는 교회들에서 교사 1명씩을 파송해 함께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그 아이를 마중물 삼아 생명 다해 다음세대를 키우자는 사명감을 들꽃교회가 이웃 교회들에까지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는 전북서노회에 교육부가 확실한 사역방향을 잡으며 주일학교연합회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고, 김청화 목사와 하태묵 장로 등은 이를 열성적으로 섬기는 중이다. 내친 김에 들꽃교회가 개발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표준화하여 이웃 교회들과 공유하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

“들꽃이 그렇듯이 우리 개개인이 본래 대단한 존재는 아니잖습니까? 주님이 돌보시기에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대접받는 것이지요. 앞으로도 이처럼 들꽃에 깃드는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치고 그 사랑을 다음 세대와 이웃들에게 널리 전파하여 하나님나라와 의를 구하는 공동체로 자라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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