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알곡교회, 기독교 역사유물 지정 기대

오래전 광주에서 영광으로 가는 길목, ‘잿등’이라고 불리는 동네에 빨간 벽돌로 지은 예배당이 있었다. 육군 상무대가 주둔하던 이 동네를 오랫동안 지키며 광현교회당이라 불리던 이 예배당에는 교회 역사보다 더 오래된 존재 하나가 있었다.

1886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제작된 청동 종이 그 주인공이다. 이 종은 미국남장로교선교부 소속 마틴 루터 스와인하트(한국명 서로득) 선교사가 광주로 가지고 들어온 세 개의 종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 광주 알곡교회당 5층 꼭대기에 설치된 종. 1886년 미국에서 제작된 이 종은 교우들과 1세기를 훌쩍 넘는 세월동안 온갖 애환을 함께 했다.

건축전문가인 서로득 선교사는 1911년 한국에 선교사로 파송되어 1937년 은퇴할 때까지 주로 광주에 머물며 여러 교회와 학교를 중심으로 많은 사역을 감당했다. 특히 광주를 중심으로 전국에 수많은 서양식 근대건축물들을 직접 세우며 우리나라 건축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광주 양림교회 오웬기념각과 수피아여고 윈스브로우홀, 전주 신흥학교 리차드슨홀, 순천 조지왓츠기념관과 매산학교 매산관, 서울 기독교서회와 이화여전 본관 등 오늘날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많은 기독교 건축물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현재 광주 알곡교회(박승훈 목사)로 불리는 옛 내방교회는 바로 그 서로득 선교사가 1913년 4월 5일 설립한 교회이다. 자신이 세운 교회당에 근사한 종을 달아 올리고, 온누리에 퍼지도록 힘껏 종소리를 울렸을 서로득 선교사의 감격어린 표정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내방동에서 출발한 교회가 쌍촌동으로 이사하고, 교회 명칭도 상무제일교회와 광현교회 시절을 거쳐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는 동안 서로득 선교사의 종도 애환을 함께 했다. 교인들에게 이 종은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었다.

전쟁 통에 공출과 징발이 한창이었던 일제치하나 6·25 시절에도 교인들은 종을 지키기 위해 우물이나 화장실에 몰래 감추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지금까지 무사히 보존해왔다. 2006년 신축한 알곡교회 현 예배당에도 그 종은 5층 꼭대기에 마치 상징물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1884년 주조된 것으로 알려진 익산 황등교회 ‘사랑의 종’이 예장통합 총회로부터 한국기독교사적 제33호로 지정된 것처럼, 알곡교회 교우들이나 교회사학자들은 이 종이 조만간 총회역사위원회를 통해 한국기독교역사유물로 지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광신대학교 김호욱 교수는 “앞으로 알곡교회의 사적과 종의 유래에 대해 더 상세한 연구를 통해 그 역사적·문화적 위상을 드러낼 계획”이라면서 “현재까지 나타난 증거들만으로도 문화재로서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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