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퇴임 앞둔 총회장 김선규 목사

▲ 바울 사도가 그랬듯 목회자가 믿음의 유익과 복음전파를 위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할 수 있는 노력들이 있어야 합니다. 교회나 노회 문제가 발생할 때 나 때문이라는 자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 신뢰받는 목회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느덧 101회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입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갖는 소회는 어떠신지요.

=우리 교단에 목사가 많은데 1명의 총회장으로 세워지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라 생각하고, 무한한 영광과 감사를 갖습니다. 한 회기 동안 대과없이 잘 마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교단 산하 노회와 교회들이 1년간 기도하고 도와주심 때문이며, 섬기는 교회가 잘 이해하고 기도로 응원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총회장 직무를 감당하시면서 체감한 교단의 저력은 무엇이었으며, 이것이 교단 발전과 한국교회를 위해 아름답게 쓰임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교단의 바른 신학과 신앙 파수 열정이 가장 큰 장점이겠지요. 규모면에서도 1만2000교회, 300만 성도라는 인프라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긍정의 요소입니다. 내적으로는 총회세계선교회로 복음사역을 왕성하게 감당하고 있어 타교단들이 부러워합니다. 교회자립개발원이 본격 가동되면서 농어촌 및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된 점도 감사할 일입니다.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자료 개발과 보급 등에도 선도하고 있습니다. 많은 교단의 강점과 능력을 체계적인 정책으로 발전시켜 교단 산하 교회 부흥에 도움을 주고, 한국교회 신뢰회복에 쓰임받기를 기대합니다.

▲일련의 지표에서 사회적으로 교회 신뢰도 추락이 가속화되는 추세입니다. 한국교회 이미지 쇄신을 위한 우선순위가 무엇이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 주신다면.

=무엇보다 교역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의 교육 강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학문뿐 아니라 삶이 있는 신학을 하도록 인성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바울 사도가 그랬듯 목회자가 믿음의 유익과 복음전파를 위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할 수 있는 노력들이 있어야 합니다. 교회나 노회 문제가 발생할 때 나 때문이라는 자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 신뢰받는 목회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아가 개교회가 아닌 한국교회와 교단의 교회들과 함께 가는 동반성장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구체적인 일을 실천하는 노력 역시 계속되어야겠지요.

▲교단에 대한 변화와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총회장님께서는 교단이 변화되어야 할 부분으로 무엇을 꼽고 계신지요.

=교단의 정치가 불신당할 일들이 그동안 많았습니다. 최근의 사례를 들자면 납골당, 아이티, 찬송가공회 등 지도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교단적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교단을 섬기는 분들의 자세가 정말 중요합니다. 목회하는 심정으로 교단을 섬긴다면 이 정도로 불신 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교단의 특정적인 인물들이 교단 위상을 떨어뜨리는 구조를 타파하고, 우수한 많은 인재들을 적재적소에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거의 모든 노회나 교회들도 진통을 겪는 것 같습니다. 분쟁이 발생하면 적법한 절차와 서로간에 내려놓음이 있으면 좋겠는데 계속 투쟁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분쟁들 속에서 일부의 부적절한 개입으로 교단이 혼란을 겪고 불신을 받는 이유가 큽니다.

▲101회 총회에서 정책적이고 발전적인 결의들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 결정들이 현재 제대로 시행 또는 적용이 되고 있는지요.

=의미 있는 정책적인 결정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용 과정에서 정치적인 요소들이 개입하다보니 본말이 전도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져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상비부와 특별위원회가 가동되어 비효율성이 끊임없이 지적되는데, 미래지향적인 입장에서 통폐합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기득권과 익숙한 제도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가짐들이 공유되기를 기대합니다.

▲취임 초기 총신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셨는데, 총회와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형국입니다. 궁극적으로 총신 문제 해법을 제안하신다면.

=한 회기 동안 이루지 못한 과제가 총신입니다. 총회와 총신 서로가 순수함으로 접근하지 못한 것이 일이 더 꼬이게 됐습니다. 총회와 분리된 총신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학법과 충돌되어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총신이 본연의 정체성을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문제해결을 위해 총회와 총신이 상호 양보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대립이 너무 심하게 이어져오다 보니 제대로 되지 않아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총신 법인이사로 등재가 되신 분들도 교단을 위해 내려놓고, 총회도 내려놓고 서로 간에 대화와 타협한다면 해법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는 총회 정치 구조가 복잡해 총신 해법이 미뤄지는 상황입니다. 이제라도 최대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납골당 매각이 막바지 단계에 놓인 것 같습니다. 매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납골당 매각에 대한 총회장님의 의견을 피력하신다면.

=납골당 문제야말로 16년간 이어지는 우리 교단의 적폐요소입니다. 이 문제로 교단의 은급제도뿐 아니라 교단 불신으로까지 작용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만든 것이 다름 아닌 우리 교단의 목사님 장로님 때문 아닙니까. 이제는 납골당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습니다. 이번 매각과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교단적 은급제도를 재건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회기동안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남다른 열정을 보이셨습니다. 이번에 창립한 한국기독교연합이 갖는 의미와 남은 과제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 교단은 이단 가입 문제로 촉발된 한기총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제2의 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결의했고, 그것이 임원회에 일임됐습니다. 교파를 초월해 신학교를 가진 20여 교단이 모여 한교총을 만들었고, 이후 한교연과 합하면서 한기연이 생겼습니다. 항간에 WCC 교단과 손잡는 것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압니다. 그동안 우리는 외부 연합활동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교회연합은 교단을 통제하는 상위의 지위가 아닙니다. 1개 교단이 하기 힘든 대정부 대북한 대사회에 한목소리를 내고 효과적인 활동을 하는 기능적인 요소로 인식해야 합니다. 한기연은 보수적 교단들이 연합활동을 이끄는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한기총은 이단들이 그대로 잔존하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한기연을 중심으로 한기총과 하나가 되어 명실공히 한국교회 단일 연합기구를 이루는 일에 우리 교단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한기연에 대해 자리욕심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정관상 대표는 현 총회장이 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정인이 독식하는 구조가 아님을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한 회기 교단을 이끌면서 특별히 겪은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이를 바탕으로 향후 총회장 직무 수행에 있어 필요한 조언을 하신다면.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교단 내 소위 정치권들이 총회임원회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안 되면 대립하게 되고,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총회임원들이 1년간 최선을 다해 일해 가도록 기도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 회기 총회임원들은 얼굴 붉히고 다투는 일이 없었습니다. 총회장이지만 양보할 것은 양보했습니다. 독단적으로 하지 않고 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임원들이 골고루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 노력했습니다. 차기 총회임원회가 구성되면 총회 결의에 의거해 수행하면 좋겠습니다. 교단의 법과 정책으로 이끌어야지 정치로 이끌면 혼란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총회장님께서 활동하는 모임에 대해 비선조직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제가 가입해 있는 목회자 모임에 대해 오해가 많은 것을 압니다. 12년 전 쯤에 전국의 목사님들이 모여 세계선교, 목회, 통일 대비, 건강한 총회 섬김을 목적으로 협력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동안 정말 순수하게 일해 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교단 지도자들이 나오면서 이 모임이 오해를 받게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활동하는 중에 교단의 지도자로 나온 것이지, 정치를 하기 위해 모임을 조직한 것이 아닙니다.

▲끝으로 퇴임 이후 계획은 어떠하신지요.

=지금까지 부흥회 사역을 30년간 해왔습니다. 총회가 끝나도 연말까지 집회가 많이 잡혀있습니다. 이처럼 부흥사역을 계속해야겠지만,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았습니다. 당분간 영성회복과 쉼을 위해 시간을 많이 가질 예정입니다.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것이 있다면 기쁨으로 쓰임 받는 종의 삶을 살아가겠습니까.

 

정리=김병국 기자 bkkim@kidok.com
사진=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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