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복차림으로 성경판소리 공연을 하는 박주향 장로. 복음을 전하고 성도들을 위로하는 길을 새롭게 찾은 그의 요즘 일상에는 활력이 넘친다.

요즘 박주향 장로(군산 수송동교회)의 달라진 복장을 보고 놀라는 지인들이 많다. 평소 즐겨 쓰던 베레모대신 갓과 두루마기를 갖춘 한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대체 무슨 사연인지 의아해한다.

이유는 단 하나, 얼마 전 그가 성경판소리라는 색다른 재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교계활동과 정수기사업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박 장로는 얼마 전부터 여러 무대에 올라 성경말씀을 소재로 한 우리 가락을 구성지게 뽑아내고 있다.

최근도 군산 시내 여러 교회 찬양예배와 익산직장선교연합회 주최 구국기도회, 군산시기독교연합회가 마련한 광복절기념 행사 등에 초청되어 ‘베드로의 용서’ 등 스스로 창작한 국악 작품들을 연주했다.

“아직 판소리라고 말하기는 부족한 수준이고요. 국악 장단에 맞춰 성경을 암송하는 일종의 퓨전공연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단지 성경을 그대로 외우는 게 아니라 그 속에 제 진실한 감정과 고백까지 담아 부르다보니 많은 분들이 갈채도 보내주시고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박주향 장로가 국악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인간문화재로 유명한 고 박동진 명창의 판소리 작품 ‘예수전’을 직접 관람한 후, 저절로 이끌리듯 따라부르며 독학으로 익힌 것이 계기가 됐다.

어려서부터 성량이 풍부한 편이어서 제대로 배우면 훌륭한 소리꾼이 되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온 터였다. 하지만 생계에 매달리며 차일피일하다보니 나이 60이 넘어서야 비로소 도전할 기회가 생겼다. 드디어 군산 시내 한 국악교습소에서 정식으로 판소리 수업과 고수 훈련까지 받으며 실력을 키우게 됐다.

어느 정도 자신이 쌓이자 사도신경을 판소리 버전으로 만들어 직접 부른 동영상을 주변 사람들에게 시험 삼아 보내주었다. 예상 밖으로 반응이 좋았다. 자신감이 생긴 박 장로는 내친 김에 성경이야기를 소재로 한 국악작품들을 여럿 만들어 레퍼토리로 삼았다.

“성경말씀은 오랜 신앙생활을 해 온 제게 가장 익숙하고, 암송하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는 분야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감정도 쉽게 이입하고, 다른 사람들과도 수월하게 은혜를 나눌 수 있습니다. 노후에 주님을 섬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좋은 길을 열어주신 것 같습니다.”

자신이 시무하는 수송동교회 어버이날 행사에 순서를 맡아 연주한 것이 공식적인 첫 무대였다. 이후 주변에 입소문이 나면서 점점 무대에 설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국악연주와 함께 자신의 삶에 동행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간증하는 시간도 함께 갖는다.

박 장로는 앞으로도 자신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라도 달려가겠다고 말한다. 특히 신앙생활을 하다 낙심한 이들, 열심히 섬기다가 심신이 고갈되어 지친 이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포부도 밝힌다. 그에게 목전으로 다가온 은퇴는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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