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곤 사무국장(기독청년아카데미)

▲ 정인곤 사무국장(기독청년아카데미)

청년들의 삶이 위험하다. 올해 4월, 청년실업률(15~29세)은 11.2%로 최고를 기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청년들의 삶을 반영하는 체감실업율도 올해 1월에 최고치인 22%였다. 취업한 청년들의 삶은 어떠한가?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2016년 1월)에 따르면 임금노동자로 신규 채용된 청년층의 비정규직 비중은 64%에 이른다. 10명 중 2명이 실업상태이고 그나마 취업한 8명 중에 5명은 비정규직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청년들 ‘비계인’이라고 한다. ‘비계인’이라는 말은 비정규직, 계약직, 인턴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달픈 현실을 담고 있다.

청년들의 현실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통상의 실업률은 ‘실업자/(취업자+실업자)’인데 여기엔 약 50만 명의 공시생들이 빠져있고, 또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잠시 아르바이트하는 취준생들도 빠져있다. 정부에서 매해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비정규직 비율 또한 현실의 일부만을 반영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2017년 비정규직 비율은 32%인데,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의 통계엔 44%이다. 실제 청년들의 삶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팍팍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 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는 주거나 부채의 문제와도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반가운 소식은 새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청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첫째,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추가 공공일자리 창출하기로 했다. 81만개 일자리를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1만 명을 올해 안에 정규직화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둘째, 새 정부에서는 민간(기업)에서 비정규직을 더 늘리지 않도록 비정규직 채용 제한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이는 참여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이 의도와 달리 다양한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에 대한 반성일 것이다. 셋째, 새 정부에서는 2020년까지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비취업 청년들 다수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교회도 사회의 흐름에 맞춰 청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일단 무엇을 할 것인지를 모색하기에 앞서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06년 비정규직 보호법이 만들어지자 뜻밖에도 가장 먼저 기독교계 기업이 이를 악용했었다. 그 기업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2년이 다가오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해버렸다. 기독교 기업을 표방했던 곳이라 사회적 파장이 컸다.

한국교회가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교회 안에 ‘청년 비정규직’이 이미 많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2015년 5월에 발표한 한국교회 부교역자 설문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고 있으며 10명 중 3명만이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또한 부교역자 10명 중 7명은 월 사례비가 200만원 미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수준(4인 가족, 211만원)에도 못 미쳤다. 만약 교회가 한국사회를 향해 청년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자 한다면 교회 안에서부터 먼저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부교역자의 여건을 대폭 개선하는 노력이 사회개혁에 선행되어야 한다.

청년 문제 대안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희년은행, 데나리온 은행, 장신고 등은 기독교 기반 관계금융이다. 소액 대출과 함께 재정 상담을 하면서 경제적 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돕고 있다.

인천의 찰스하우스, 착한주택협동조합 보후너스, 서울 광진구의 숨과쉼 등은 기독교 기반의 쉐어하우스다. 모여 살면서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고립되지 않게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준다. 이런 흐름에 공통점이 있다면 몇몇 청년들이 작은 규모로 시작했다는 점이고, 초창기에 기독교 기반을 활용해 시작해 점차 비기독교인으로 확대해갔다는 점이다. 만약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청년들의 기반이 되어준다면 더욱 다양한 대안들이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청년문제에 적극적으로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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