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목사(예수사랑마을교회)

▲ 김남수 목사(예수사랑마을교회)

2011년 12월 비자 문제로 러시아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2006년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후, 5년 만에 귀국하는 길은 힘들었다. 아내와 상의하면서 교회를 개척하기로 했다. 교회개척의 소명을 가족과 교회에게 전했다.

교회개척의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격려와 축하보다 우려 섞인 걱정을 더 많이 들었다. 지금은 교회 개척의 시대가 아니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축하보다 걱정을 받으며 2012년 6월 경기도 파주시에서 예수사랑마을교회를 개척했다.

개척하자마자 열심히 전도를 했고, 무엇보다 온 맘으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지역 마을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교회에 대한 평판도 좋았다. 그러나 교회는 자립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지만, 개척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모두들 우려하던 그 현실에 부딪히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개척교회의 고난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생활 문제로 아내는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괜히 개척한다고 그랬나?”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날도 새벽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개척에 대한 부담감과 좌절감을 쏟아내고 있었다. 쌀쌀한 예배당 안에서 문득 따뜻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지나갔다. 눈을 떠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조용하고 깜깜한 예배당 안에 아무도 없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 순간, 주님의 은혜가 내 가슴으로 밀려왔다. 그 은혜로 부흥에 대한 기대가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주일이 기다려졌다. 설교에 대한 열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예수사랑마을교회는 그때부터 달라졌다. 개척에 대한 불안함과 부담을 떨쳐내고, 오롯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예배와 함께 목회환경도 시대에 맞도록 변화시켰다.

필자는 3명의 초등학생 자녀들이 있는데, 우리 아이들을 중심으로 방과후학교를 시작했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부모들과 관계를 맺게 됐다. 자녀들을 돌봐주는 교회에 부모들은 고마워하며 교회에 관심을 가졌고 출석했다.

또한 예수사랑마을교회는 개척할 때부터 재정을 공개하고 정기적으로 회계보고를 했다. 적은 재정이었지만, 교회가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성도들은 물론 교회에 출석한 분들에게 신뢰를 준 것으로 보인다.

재정의 투명성과 함께 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예수사랑마을교회는 재정의 10%를 선교비로 작정하고 집행했다. 지난해는 재정의 약 20%를 선교비로 지출했다.

성도들의 신앙성숙을 위해 양육반과 제자반을 운영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우리 성도들에게 맞는 교재를 직접 만들어서 열정적으로 양육반과 제자반 교육을 진행했다. 양육반은 처음 교회에 출석한 성도를 대상으로 13주 동안 진행하는데, 양육반에 참여한 새신자 대부분이 교회에 정착했다. 이외에도 필자의 가족 5명이 가족밴드팀을 만들어 찬양을 하며 예배를 준비하고, 무엇보다 설교 준비에 집중했다.

예수사랑마을교회는 개척 5년을 맞았다. 지난주 140명의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돌아보면 지난 5년을 하나님의 은혜 속에 지냈다. 교회가 자립하고 성장했기에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과 두려움을 이기고 목회에 집중하도록 이끄신 것이 은혜였다.

분명 지금은 부흥의 시대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정체를 넘어 침체의 시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은혜의 시대이다. 성장의 우상을 버리고 본질을 붙잡는 목회, 모든 개척교회와 목회자들에게 그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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