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선교회에 한 성도 기부 마중물 삼아 섬 목회자 전달 잇따라

▲ 구도교회 장명견 목사의 사모.

시작은 단순했다. 전자회사에 다니는 한 성도가 자신이 쌓은 마일리지로 전기밥솥 한 대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평소 후원해 온 낙도선교회에 그 전기밥솥을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얼마 후 한 낙도교회에 전기밥솥이 배달됐다.

거기서 파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기밥솥을 선물 받은 완도 구도교회 장명견 목사의 아내가 인터넷에 올린 인증샷에, 기부자가 다시 댓글 형식으로 낙도선교회 대표 박원희 목사에게 보내온 한 편의 글 때문이었다.

“목사님, 밥솥 앞에서 ‘V’자를 그리시는 사모님의 사진을 보니 눈물이 핑 돕니다. 첫째는 사모님은 밥솥을 두고도 감격하시는데 많은 것을 누림에도 감격이 없는 제 모습이 부끄러워서이고, 둘째는 제가 가진 것 조금을 나누었는데 이렇게 좋아하시는 걸 보니 기뻐서입니다…섬길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감사드리며, 저의 마음이 변치 않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낙도선교회 홈페이지와 소식지를 통해 소개된 이 글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낙도선교회는 서둘러 조사에 나서 전기밥솥이 절실히 필요한 교회가 15곳에 이른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뒤이어 한 후원자가 전기밥솥 구입에 써달라며 100만원을 보내왔다.

이 기부금으로 여섯 대의 전기밥솥을 구입해 우선 급하게 필요한 교회들에 전달했다. 그 중 한 교회가 신안 흑산제일교회였다. 흑산제일교회에는 폐암투병 중인 63세의 이용림 사모가 있었다. 두 차례 수술 후에도 종양이 다시 발견돼, 곧 3차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폐암 환자에게는 가스나 연탄의 이산화탄소 같은 것들이 위험한 독소가 된답니다. 밥 한 끼 지어먹는 일도 엄청난 고역이었던 셈이죠. 그러던 차에 전기밥솥을 선물로 받으셨으니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사모님이 제 앞에서 우셨습니다. 그저 감사하다고 우셨습니다.”

박원희 목사는 이 일로 인해 18만 원짜리 전기밥솥 하나가 섬에서는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그 작은 물건이 한 달에 40만원도 안 되는 생활비로 근근이 살아가는 낙도목회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옹기종기 모여 예배하는 섬 교우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의 행복을 나누어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 낙도선교회를 통해 전기밥솥을 선물 받고 기뻐하는 신평교회 교우들.

낙도선교회는 아직도 전기밥솥을 기다리고 있는 낙도교회들의 소망이 성취 되는대로 전자레인지, 이불, 쌀 등 생필품과 일상용품들이 부족한 낙도교회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운동을 계속 벌일 방침이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며, 어린아이가 주님께 드린 오병이어로 오천 명을 먹이는 역사가 우리 시대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작은 전기밥솥 한 대가 교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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