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제일교회, 지역 특성 맞춘 돌봄사역에 진력
“재정 50%, 긍휼사역과 선교 사용” 비전 다짐

▲ 계적인 계획을 마련하여 거여제일교회 역량을 키우고 있는 담임 박희철 목사.

각 지역마다 지역사회의 거점이 되는 교회가 있다. 이들 교회들의 특징은 교인이 아닌 지역주민들도 교회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예배당은 동네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예배당이 웅장하다고, 혹은 단지 오랜 시간 그 자리에 머물렀다고 교회가 지역사회의 거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와 동행하고 함께 살아온 교회로 설 때, 그 지역 역사 한 페이지에 기록될 수 있다.

지난 50년, 거여동 마천동 주민들과 동고동락한 거여제일교회(박희철 목사)가 바로 그런 교회이다. 1966년 거문교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될 때부터 지역주민들의 버팀목이 되어왔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거여동과 마천동은 1970년대 청계천 개발로 쫓겨난 이주민들이 정착한 낙후된 동네였다. 생활고에 시달렸던 주민들은 거여제일교회를 찾아와 주린 몸을 기댔고, 전임 김조준 목사와 성도들은 그들의 지친 영혼을 어루만졌다.

그러다 1995년 현재 담임인 박희철 목사가 부임하면서 거여제일교회의 긍휼사역은 보다 능동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뀐다.

▲ 매년 성탄절마다 진행하는 박싱데이 행사의 일손을 돕는 거여제일교회 성도들.

박희철 목사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무의탁 노인, 소년소녀 가장과의 자매결연이다. 여전도회 등 15개 교회 기관과 30개 구역이 한 가정씩 맡아 45가정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거여제일교회는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춰 어르신 돌봄 사역에 주력했다. 어르신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마련한 소망대학이 대표적이다.

매주 목요일 오전, 180여 명의 어르신들이 거여제일교회를 찾는다. 먼저 운동으로 몸을 푼 다음 예배를 드리고 점심식사를 함께 나눈다. 이어 어르신들은 침술 노래 종이접기 등을 배우며 소망대학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또한 거여제일교회는 지역 경로당에 정기적으로 쌀을 지원하고 있으며, 마천 2동 동사무소 사랑의 쌀독을 채우는 사역에도 열심이다.

▲ 망대학을 찾은 지역 어르신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여기에 매년 성탄절마다 지역주민들이 고대하는 행사 ‘박싱데이’를 진행한다. 고추장 된장 참기름 등 1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담은 박스를 지역 내 어려운 가정에 선물하고, 학생이 있는 가정에는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박병운 부목사는 “어느새 박싱데이는 지역주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 교회만의 특별한 행사로 자리 잡았고, 성도들도 팔을 걷어 붙이고 열성적으로 동참합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거여제일교회 외에도 다른 많은 교회들 역시 다양한 사역으로 지역주민을 섬기고 있다. 하지만 거여제일교회 긍휼사역의 특별한 점은 장기적인 계획 아래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17년 전인 2000년 4월부터였다. 거여제일교회는 2000년대 들어 교회 환경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예상하며 ‘21세기 비전 계획서’를 수립했다. 예배 선교 교육 공동체 지역사회 5개 부문 별로 방향을 설정하고 건강성과 교회다움을 갖춘 교회로 성장할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한 차례 더, 하나님의 뜻을 찾고 지역사회의 등불이 될 목적으로 2014년 2월 ‘거여제일교회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성도 92.8%의 찬성으로 나온 슬로건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이다. 비전 2020의 핵심은 2020년대 말까지 교회 재정의 50%를 긍휼사역과 선교, 교육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 지난해 교회설립 50주년을 맞아 거여제일교회 성도들이 예배당 앞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담임 박희철 목사는 “이러한 제안을 했을 때 교회 살림이 어려워진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장로님 등 평신도 중심으로 준비위원회를 조직했고, 평신도들의 생각을 반영해 모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성도들이 목표를 향해 더욱 열심히 협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교회의 미래를 향한 밑그림은 담임목사가 그렸지만, 그 안에 채워야 할 구체적인 실천사항은 성도들에게 마련하게 했다. 박희철 목사는 그것이 교회 자체의 역량을 키우고 건강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목회자는 목회를 함에 있어 분명한 목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목회자의 역량보다 교회의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담임목사는 계획을 세우고, 나머지는 평신도에 의해 만들어질 때 교회가 건강한 성장을 이루고, 그 건강성은 오랜 기간 유지됩니다.”

작년 10월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거여제일교회는 희년의 기쁨을 맛보며, 지난날에도 그랬듯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지역사회를 품고 사랑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교회가 전한 사랑 덕분에 마천로를 지나는 주민들마다 예스러운 거여제일교회 예배당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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