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재, 공의의 하나님 나라 꿈꿨다”

김명구 교수 “회심 사건 후 ‘역사 주체는 하나님’ 인식 바꿔” 강조
“신부적 세계관 따라 절대신앙 도전하는 일제 침탈행위 강력비판”

▲ 김명구 교수(왼쪽)가 월남 이상재 선생이 회심 후 기독교 세계관이 그의 사상과 독립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강연하고 있다.

“박영효 역모사건에 연루돼 한성감옥에 수감된 월남 이상재 선생은 그곳에서 회심한 후 천부적 세계관에서 신부적 세계관으로 사상이 변이하였다.”

독립운동가이며 사회운동가이자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월남 이상재 선생 90주기를 맞이해 3월 29일 서울 종로 서울YMCA대강당에서 기념 추모식 및 학술세미나가 진행됐다. 서울YMCA(회장:이석하)와 월남이상재선생기념사업회(대표회장:이상복)가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상재가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받아들이기 전후 그의 사상이 어떻게 변모하였고, 그것이 이후의 독립운동과 사회운동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논의됐다.

‘이상재 기독교 사상과 세계관, 한국사적 의미’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명구 교수(연세대)는 한성감옥의 회심사건 이후 이상재의 세계관이 ‘역사 진행의 주체는 하나님’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상재에게서 발견되는 신부적 개념은 인간관에서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국가관으로 확대되어,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하나님의 영역 안에 있으며 공정하고 공평한 권리를 갖는다는 의식으로 발전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독교 입교 전 이상재는 인간 누구나에게 자유와 행복이 천부적으로 부여받은 권리이며 의무로 보는 천부적 세계관에 따라 국민이 국가의 중심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독립협회, 특히 만민 공동회에서 펼쳤다”며 “그러나 한성감옥 수감 중 기독교에 입교 후 이상재는 인간에게 스스로 생각하며 판단하고 결정하는 권리가 있으며 개인의 삶의 권리를 위협하는 것은 야웨 하나님에 대한 신성모독이라는 신부적 세계관으로 변모했다”고 밝혔다.

이런 신부적 세계관에 따라 이상재는 천황을 신성시 여기고 남의 나라를 강제로 빼앗는 침탈행위를 역사의 주재이신 야웨 하나님에 대한 절대신앙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자기 민족만 주장하고 남의 민족은 돌아보지 않거나 힘을 믿고 억압하거나 침약·약탈한다면 하나님이 주신 진리를 거스른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이상재는 1910년 한일 강제병합에 대해 일본근대문명의 승리로 축하하며 한국을 문화적 열등국으로 보는 것을 당연시한 일본 조합교회를 비롯한 일본 기독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상재가 볼 때 전쟁을 정당화하고 남의 나라를 침탈하고서도 자랑스러워 하는 일본의 기독교는 진정한 기독교라 할 수 없었다. 1927년 죽기 직전 이상재는 ‘밤이 오면 곧 아침이 되는’ 하나님의 정의가 중심이 되는 하나님나라의 실현, 즉 하나님이 주재하시는 역사의 진행을 목도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상재의 이상, 곧 한국이 공정과 공평하고 도덕적 품격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하나님 나라 사상’은 YMCA 흥업구락부를 통해 신간회를 주도했던 기호계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이 이어받아, 모든 국가는 동일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의식으로 발전했다.

‘독립’이라는 절대 명제와 더불어 자유와 민권이 중시되는 자유민주주의 정체의 성취, 동일 국가 권리 의식을 가장 중요한 정치 과제로 삼았던 것이다. “이렇듯 월남 이상재의 신부적 세게관과 그 지평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곧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이념, 그리고 기독교적 유토피아의 신념 아래에서의 경제 분배의 문제 등은 2017년 한국사회에도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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