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하민, (전)세월호특조위 상임위원)

▲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하민, (전)세월호특조위 상임위원)

얼마나 기다렸을까? 2017년 3월 23일, 1072일의 기다림에 못 이겨 세월호가 그 녹슨 선체를 바다 위로 드러냈습니다. 세월호 선체 본 인양 작업을 시작하기 전날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 모양의 구름이 하늘 위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날 필자는 먼저 무릎을 꿇고 “세월호가 무사히 육상에 거치되기를, 9분의 미수습자가 가족의 품에 편안하게 안기기를, 세월호 침몰 원인이 규명되기를, 유가족들의 상처가 조금씩이라도 치유되기를,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재발되지 않기를” 주님께 기도 드렸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숨죽이며 TV를 지켜보던 수많은 국민들은 너무나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전원 구조’ 오보(誤報)에 이어, 바로 눈앞에서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하고 있었습니다.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하여 300여 생명이 수장(水葬)되고 있는데, 선장 선원은 물론이고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조차도, 스스로 탈출한 승객을 제외하고 나머지 탑승객 구조에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떤 이유에서든 ‘구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절규가 쏟아졌습니다. 국가가 우리 자녀들을 살리지 못하는 현실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주지 않는 현실이, 국가의 존재 의미 그 자체를 되새기게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이 추모의 노란 리본을 착용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금전으로 배상 보상을 받고 끝냈을지 모르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배상 보상을 요구하기보다, 자신의 가족이 왜 구조되지 못하고 죽어가야 했는지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더 이상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을 세워달라고 주장했습니다. 600만 명의 서명이 모여서 세월호진상규명법과 세월호피해지원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그 이후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잘못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자신은 어떠했습니까? 이제 세월호의 진실이 인양되는 순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필자는 제일 먼저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 ‘회개’의 물결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구조되지 못하였는지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원통함을 여태까지 풀어주지 못한 죄. 무능력 무책임에다 부패하기까지 한 정치권력의 민낯이 드러날까 두려워 세월호의 ‘세’자도 꺼내지 못하게 한 이들. 심지어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을 불순분자, 종북 빨갱이로까지 몰아붙였던 일부 극우 세력들. 허위 혹은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면서 ‘진실’을 ‘돈’ 문제로 가리려 하는 등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온갖 방법으로 매도하던 이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수입과 이윤을 앞세웠던 기업가들… 아니, 그리스도인이라 자처하면서도 그동안 ‘하나님’보다는 ‘돈(자본)’에 ‘바알’에 ‘맘몬’에 사로잡혔던 우리 성도들부터 대 회개운동을 벌여야 할 것 같습니다. “주님, 우리를 벌하여 주소서!”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가슴 치며 눈물로 회개의 기도를 올려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야, 법과 제도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의지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을 ‘돈(물질)’보다 우선시하는 정신세계, 사회제도가 확립될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 하나의 유기체와 같음을 고백해야 합니다. 이기적인 욕망이 끝을 모르게 치솟는 이 세상 속에서 나 자신과 이웃을 한 몸으로 여기고, “이웃의 고통과 고난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회복케 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십자가 도상에서 인간의 고통을 체휼하신 주님. 주님께서도 이 시대에 고통과 고난 받는 이들을 껴안고 함께 피 흘리시고 아파하심을 깨달아야 합니다.

2017년 올해 4월 16일은 때마침 부활주일입니다. 진리의 주님께서 무덤에서 부활하셨듯이, 세월호의 진실도 어두운 바다 밑에서 부활하여 거짓을 불사를 것입니다. “진실한 입술은 영원히 보존되거니와 거짓 혀는 잠시 동안만 있을 뿐이니라”(잠언 12:1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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