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목사(달서교회, 총회역사관설치 소위원장)

▲ 박창식 목사(달서교회, 총회역사관설치 소위원장)

총회역사관 개관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제100회 총회의 결의에 따라 역사위원회가 상설로 설치되고 총회로부터 수임된 역사관 개관을 위해 모든 위원들이 최선을 다했다. 역사관은 그 특성상 총회의 결의나 재정만 있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부딪친 두 가지 문제는 ‘사관의 부재’와 ‘사료의 빈곤’이었다.

주지하듯이 통합교단은 민족교회사관, 기장교단은 민중교회사관이라는 역사학계가 인정하는 사관으로 교단의 역사를 조망한다. 그러나 우리의 관점은 무엇인가? 앞으로 교단의 사관 정립에 학문적인 뒷받침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개혁신학적 바탕이 있다. 개혁주의는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권자임을 확신하는 신학과 신앙의 체계이다. 총회역사관도 이를 바탕으로 진행하였으며, 고난의 시기에 별처럼 빛난 순교신앙과 세계선교의 기수로서 사명을 감당한 지난 족적들을 우리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사료의 문제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었다. 총회사무실의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는 역대 총회회록 원본 외에는 이렇다 할 사료가 없다. 교단 내에 사료에 뜻을 둔 분들이 더러 있지만 교단 차원의 관리는 전무하였다. ‘사료 없이 역사 없다’는 역사학의 기본에 비추어보면 총회역사관 개관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감사하게도 한국칼빈주의연구원 정성구 박사께서 필생에 뜻을 둔 개혁주의 전통과 장로교회의 역사를 방증할 귀중한 사료들을 기증해 주심으로 첫 출발이 가능했음을 밝혀두고 싶다.

이런 한계들로 인하여 우리의 시작은 많이 미흡하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무엇보다 총회가 설립된 지 105년 만에 공식적인 역사관을 개관한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다. 그동안 정치 논리에 밀려 구심점에서 멀어있던 역사가 역사관을 중심으로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총회역사관을 통하여 장로교회의 성경적인 뿌리와 개혁신학의 맥락, 그리고 장구한 역사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구호처럼 외치던 신앙과 신학 체계들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공간과 사료가 부족하였는데, 총회역사관의 개관으로 성경중심의 우리의 신앙적 정체성을 접할 수 있게 된 점은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총회역사관의 교육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싶다. 역사위원들은 ‘교단을 교육하라’는 사명감으로 임하였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신앙의 뿌리를 확인하려는 활발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성도들이 흩어진 기독교 유적지를 방문하고 있는데, 양화진이나 숭실대학교 기독교박물관은 필수 코스처럼 되어있지만 정작 우리의 것을 확인할 곳은 없었다. 이제 총회역사관이 그 중심에 서기를 바라며, 지금부터는 총회회관이 단지 정치의 중심지가 아닌 역사와 뿌리를 확인하는 장소로 바뀌게 될 것을 기대한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총회역사관을 개관했다는 하나의 뉴스로만 장식하고 끝날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교단 300만 성도들의 방문지가 되도록 부단한 개선과 운영의 묘미가 요구된다. 시급한 것은 역사관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책임자를 세우는 것이다. 교단의 역사 부분은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지리멸렬해 있는 사료들을 수집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연구와 출판이 이뤄지고 총회역사관이 상설 전시공간이 되어 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단의 인력자원들을 발굴하고 교육하여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안내와 해설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향후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꼭 한 가지 생각하고 싶은 문제는 ‘총회역사관’이란 명칭이다. 이 용어가 익숙하고 쉽게 다가오는 장점이 있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총회’란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총회를 가진 기독교 단체만 해도 수백 곳이 넘는다. 우리 교단은 한국장로교회의 장자교단임에 틀림없고, 또 역사적이며 신학적인 정통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하루 속히 ‘한국장로교 역사관 또는 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할 것이라 사료된다.

역사위원회가 사적지 지정을 하는 가운데 이미 타 교단이 ‘한국기독교 사적지’라는 이름으로 이전부터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부득이 ‘한국기독교 역사사적지’라는 용어를 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을 생각하더라도 명칭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의 위상에 걸맞은 장로교 박물관으로 발전하는 그날을 기대하면서, 총회역사관 개관에 협력하신 총회와 모든 교회, 그리고 역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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