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 성찰 없는 정치적 행보 비판 잇따라… “사회통합 적극 실천해야”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일부 목회자의 과도한 언행이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예장통합 목회자들은 7일 토론회까지 열어, 목사직을 유지한 채 정치활동에 나선 인명진 서경석 목사와 김철홍 교수의 징계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으로, 갈라진 한국사회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상처 회복도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촛불과 태극기로 극명하게 나뉜 광장 민심은 한국교회도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일부 목회자들과 보수연합기관들은 중심을 지키지 못하고 편협한 언행을 일삼아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받았다.

한국교회연합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3.1절 구국기도회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태극기집회에 참여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태극기집회와는 전혀 상관없는 행사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주최하는 행사가 기도회에 이어 열리면서 결국 국민들 눈에는 태극기집회에 한국교회가 동참한 것으로 보이게 됐다.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은 “한기총이 3.1 정신을 기리는 행사에 함께 해달라고 해서 참여한 것이지 전혀 한 쪽으로 쏠린 정치 성향을 표출하려는 생각은 없었다”며 “겉보기에 그렇게 오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이런 점들을 유의해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3.1절 구국기도회가 해프닝인 것처럼 끝나긴 했으나 실제로 대통령 탄핵과 면직에 대한 목회자들의 인식은 일반 시민들의 생각과 크게 달랐다. 심지어 오랫동안 개혁주의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친 한 원로 신학자도 대통령 탄핵을 “사상전쟁, 이념전쟁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뒤엎기 위해서 종북좌파가 벌인 일”이라고 규정하고 비판하기도 했다.

예장통합 내에서는 이런 불균형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목회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예장통합 교단 목회자들의 모임인 예장목회자시국대책협의회는 3월 7일 기독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총회임원회에 목사직을 유지한 채 정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명진 서경석 목사의 치리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한 촛불집회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을 폄하한 장신대 김철홍 교수도 학교 재단이사회에 징계를 요청하기로 했다.

발제자로 나선 홍성현 원로목사(수송교회)는 인명진 서경석 목사와 김철홍 교수의 행동을 성경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탄핵정국 속에서 권력에 줄을 대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노정선 명예교수(연세대)는 “이 분들이 예전에는 본회퍼처럼 살려고 하셨다는데, 지금 히틀러를 지지하는 꼴”이라며, “즉시 회개하고 그 곳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 시편 1편의 말씀대로, 악인의 길에 서지 말고 의인의 길에 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토론회 사회를 인도한 유재무 목사는 “우리 교단은 정치활동을 할 때 목사직을 사퇴했다. 이것이 교단의 전통이다. 그래서 작년 12월에 성명서를 내고 인명진 서경석 목사에게 목사직을 내려놓으라고 했다”며, “이제 서명운동을 펼쳐서 총회장과 임원들에게 징계를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목회자들이 깊이 있는 신학적 성찰 없이 행동한 것을 반성하고, 사회통합이라는 역할에 흔들리지 않고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형원 원장은 탄핵 정국 속에서 일부 목회자들이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인 첫 번째 이유는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해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목회자들이 문자와 SNS를 통해서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취득하고 확인이나 정확한 판단 없이 그대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에 근거해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성찰해야 한다. 신학적 근거가 없이 이념에 따라 주장하고 행동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 조성돈 교수는 “교회는 이념과 정치의 장이 아니라 복음의 장”이라며, “교회에서 합리적인 대화와 함께 사회와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앞으로 전개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교회는 지켜야 할 자리를 잘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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