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목사(주필)

시간은 오로지 피조물의 세계에만 있다고 했던 사람이 어거스틴이다. 그는 절대자 하나님은 바깥에서 영원한 현재로(eternal present) 존재한다고 가르쳤다. 인간의 역사도 현재뿐이며 과거는 지나간 현재이고 미래는 다가올 현재라고 가르쳤다. 이렇게 어거스틴, 즉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 현재, 미래를 통찰하는 시간 철학을 최초로 주장한 사람이었다. 이런 어거스틴이 76세를 일기로 영면한 시기는 로마제국의 쇠퇴기였다.

430년 8월 악명이 높았던 반달족이 북아프리카를 침공해 어거스틴이 사역하고 있던 히포(Hippo)로 몰려왔다. 반달족이 성곽을 에워 쌓을 때 어거스틴은 병상에서 죽음을 앞둔 상태였다.

어거스틴은 병세가 악화돼 76세를 일기로 그가 사모했던 영원한 도성에 들어갔다. 그가 임종했을 때 그에게는 책 밖에 아무것도 없던 청빈의 사람이었다. 며칠 후 반달족들은 히포 성벽을 무너뜨렸고 히포는 저들에게 무참히 짓밟히면서 약탈의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반달족들은 어거스틴이 사역한 교회와 도서관을 그대로 둔 채 히포를 수도로 삼았다.

지금도 영어단어에 반달리즘(Vandalism)은 예술 문화의 파괴, 비문화적 파괴 행위를 뜻할 만큼 저들은 무도한 자들이었지만 점차 기독교로 교화되었고 족장들은 어거스틴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최초의 중세학자요, 마지막 고전철학자였던 어거스틴이 공부했던 과목들인 수사학, 법학, 수학, 문학, 신학 등은 800년 후 유럽대학들의 커리큘럼이 되었다. 인문주의의 아버지로 1374년에 영면한 페트라르카(Petrarch)도 어거스틴의 고백록을 즐겨 읽었다.

평생 113권의 책과 250편의 서신을 썼던 어거스틴. 그는 저서 <믿음, 소망, 사랑에 대한 교본>(Enchiridion on faith, hope and love)에서 사도신경은 믿음의 고백이고, 주기도문은 소망의 간구이고, 십계명은 사랑의 명령이라고 했다. 특히 그의 저서 <고백록>(The Confessions)은 하늘의 은총에 대한 고백으로 서양 최초 자전문학의 지성사적 전환을 가져온 책이었다. 또한 <신의 도성>(신국론, on the city of God)은 로마가 인간의 도성이며, 하나님의 도성은 가시적 왕국이 아님을 지적했고 중세가 기독교적 통일성을 갖게 한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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