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교회 화합의 역할 강조

“한국교회 국민화합과 적폐해소 앞장서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벌어진 대통령 파면 사태에 대해, 교계는 국민 모두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수용하고,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화합시키고 사회를 통합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한국사회가 이번 사태를 통해 불의와 적폐를 해소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소추 이유로 제시된 사항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최순실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기면서 지속적으로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를 지속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이런 대통령의 행위가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해행위”라며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자, 탄핵 정국 속에서 일어난 대립과 반목을 끝내고 화합과 통합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연합은 “대통령 파면 결정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이자 매우 불행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92일간의 탄핵정국의 마침표는 반목과 대결을 접고 화합과 통합으로 나아가는 노력에서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나기 전, 한국교회연합은 "헌재의 결정을 국민 모두가 승복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촛불도 태극기도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같은 마음에서 시작됐다. 이 땅에 보수도 진보도 오늘의 민주주의를 꽃피운 주인공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원장 김형원 목사는 “대통령 파면은 끝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새롭게 되기 위한 시작”이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정치계 경제계 교육계 문화계 등 사회 전반에 적폐가 쌓여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통령 탄핵과 파면은 이런 적폐를 해소하고 한국사회가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첫 관문을 넘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 조성돈 교수는 “비상식적인 정치와 통치가 물러났다. 한국사회가 정의의 가치 아래서 문제를 해결해 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그러나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서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은 감동이지만, 국민들이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서 광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앞으로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정치와 민주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과 헌재의 심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총회의 한 원로 신학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라야 하지만, 대통령 탄핵 이후 지금까지 온 과정이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탄핵 사태의 핵심은 “사상전쟁, 이념전쟁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뒤엎기 위해서 종북좌파가 벌인 일”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46개 주요 언론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혐의 내용을 조작했고 판사와 검사들이 좌경화 되었다며, “이번 탄핵 사태는 언론과 야당과 법조계가 짜고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92일 동안 이어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한국 사회는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갈등했다. 이 속에서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공의에 따라 사건을 분별하고,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지 못해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탄핵 정국 속에서 제 역할을 못한 교회가 향후 사회 화합을 위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원 원장은 “그동안 태극기 집회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해서 판단하고 탄핵을 반대했다. 오늘 아침까지도 목회자와 성도를 대상으로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들이 이동전화 문자로 돌아다녔다”고 우려했다. 김 원장은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에 근거해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성찰해야 한다. 신학적 근거가 없이 이념에 따라 주장하고 행동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조성돈 교수는 “교회는 이념과 정치의 장이 아니라 복음의 장”이라며, “교회에서 먼저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교회에서 합리적인 대화와 함께 사회와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서 이 사회의 정신적 지주로서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 전개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교회는 지켜야 할 자리를 잘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이상화 목사는 “탄핵의 갈등 속에서 한국교회가 균형추 역할을 하길 바랬는데, 그 역할이 미흡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그러나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번 판결은 법과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진행됐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고, 사회 속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 한목협 역시 사회 화합을 위한 역할을 고민하면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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