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섭 교수(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강서아이윌센터장, 중독심리학회장)

▲ 조현섭 교수
-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 강서아이윌센터장
- 심리학 박사

우리 센터를 찾아오는 부모님들의 한결같은 관심사 중의 하나는 ‘왜 아이가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며, 인터넷에서 떠날 줄 모르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사는가’이다.

일단, 게임이 너무 재미있다. 한번 하게 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다음 날에도 계속 생각이 난다. 스트레스도 해결되는 듯하다. 인터넷, 스마트폰에서는 온갖 정보를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고 상호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등 매우 편리하다. 거기에다 뉴미디어의 발달로 다양한 기능과 콘텐츠가 있고, 가상공간이 마치 현실공간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이러한 기기를 접해본 사람은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 더 몰입하고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 중에 중독자가 있어서 태어날 때부터 중독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또한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아무래도 혼자지내는 시간이 많아 소외감과 외로움을 많이 느끼면 기기를 접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거기에다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는 충동적인 성향이 있는 경우, 참지 못하고 계속 사용하게 되는 것도 한 몫 한다. 그 외에도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이 높을수록, 우울하고 불안할수록,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낮을수록 미래에 대한 꿈이나 희망을 갖지 않고 기기에 몰입한다. 실제로 내가 만난 아이들 중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저 국가가 주는 돈으로 게임만 하면서 살 수 있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는 것이 꿈인 아이도 있었다. 한 명이 아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중독자가 되는 데는 그 아이의 특징이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부모문제가 더 클지 모른다. 중독된 아이의 부모는 대부분 자녀의 생각이나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칭찬하고 신뢰하기 보다는,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고 윽박지르고 지적하고 나무라고 무시하는 등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부모의 스트레스를 힘없는 자녀에게 풀거나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 가족 간의 신뢰가 깨지고 의사소통이 안 될 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사랑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아니 아주 방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에게 무슨 기쁨이 있으며 장래에 무얼 하고픈 욕구가 있을 것인가? 그저 내면에 분노와 자포자기만 있을 뿐이고, 유일하게 게임을 통해서 성취감과 기쁨을 얻고자 할 뿐이다.

최근에 자기 방 앞에 부엌칼을 가지런히 놓고 부모가 자기 방에 들어오면 죽이겠다고 난리를 쳐서 경찰과 함께 온 아이를 만났다. “매일같이 부모님이 싸우시니깐 되도록 집에 늦게 갔어요. 집에 가면 부모님 싸우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헤드셋을 쓰고 컴퓨터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게임을 해요. 그러면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매일 매일 죽이거나 죽고 싶었어요….”

입시관련 스트레스가 심하고, 놀이문화가 없는 것도 청소년 중독의 한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무엇보다도 부모의 양육태도부터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부관계가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필자는 부모교육 시 반드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부부싸움 하지마세요. 자녀는 나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내 배를 빌어 태어난 하나님의 귀한 손님이죠. 자녀를 귀한 손님 대하듯 해보세요. 그 아이는 존중감과 배려와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아주 잘 자라게 됩니다.”

부모들의 학력이 매우 높아졌지만, 여전히 부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따라서 모든 교회에서는 결혼하기 전 부부교육, 아이를 낳은 후 부모교육을 의무화 하면 좋겠다. 여기에 하나님의 사랑까지 더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