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섭 목사(대대교회)

순천만 이야기는 곧 교회의 이야기다

더 높은 수준의 생태보존 활동으로 창조세계 믿음 지키며 지역 섬김 다해

▲ 공학섭 목사
대대교회

이쯤에서 독자들은 순천만과 대대교회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해 할 것 같다. 우리 교회와 순천만은 운명을 함께할 정도로 여러 분야에 걸쳐 밀접하다.

먼저 순천만과 대대교회는 한 마을에 있기에 지역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 교회당은 순천만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경계선이 따로 없을 정도로 한 덩어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대대교회가 순천만을 품고 있다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니다. 따라서 순천만 이야기는 우리 마을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 교회 이야기도 된다.

두 번째로 교회 종소리와 순천만 도깨비불에 얽힌, 마치 전설 같은 실화이다. 순천만에는 긴 둑길이 있는데, 날씨가 궂은 날 밤이 되면 마치 정월 보름날 제방이나 논두렁에 쥐불을 놓은 것처럼 환하게 타올랐다고 전해진다. 어쩌면 사진기에 담아도 찍힐 정도로 선명한 불이었다는데, 신기하게도 우리 교회에서 새벽기도회를 알리는 종을 치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 때 울리던 종이 지금도 매일 정오가 되면 12번씩 울려 퍼진다. 교회 종소리는 은은하지만 순천만 먼 바다에서도 들을 수 있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 고기잡이 하던 어부들이 가끔 소름끼칠 정도로 두려움이 들 때, 마침 새벽 종소리가 들려오면 마음이 평안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 대대교회는 순천만과 한 몸이다. 순천만의 이야기는 곧바로 교회의 이야기이다.

순천만과 우리 교회의 세 번째 인연은 새 예배당을 건축하면서 우리 교회 터에서 나온 많은 흙이 순천만 포구를 넓히는데 사용되었던 일이다. 그런 탓에 순천만 포구에 들를 때마다 땅을 밟으며 ‘우리 교회 흙이 여기 섞여 있는데…’라며 혼자 중얼거려 본다.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단체에서 한라산 흙과 물을 백두산 흙과 물에 섞는 합수·합토 의식을 행하는데, 바로 그렇게 우리 교회 흙과 순천만의 흙이 합토가 되었다.

네 번째 이야기는 1998년 11월 13일 우리 교회에서 열린 ‘순천만 생태계보존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이야기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순천만이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아서, 큰 모임을 열만한 규모를 갖춘 장소가 없었다. 마침 예배당 신축을 마치고 아직 입당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우리 교회가 국제심포지엄 장소로 결정됐다.

▲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에 참여한 세계의 청년들이 제작해 교회에 걸어놓은 목각팻말.

 이 때 국내외 유명한 조류학자들과 갯벌을 연구하는 학자들, 그리고 생태학자들이 발제를 했고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우리 마을 역사 이래 국제회의가 열리기는 처음이었다. 순천만 방문자센터에 가면 그 때의 역사적인 국제회의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다.

▲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에 참여한 세계의 청년들이 제작해 마을에 걸어놓은 목각팻말.

다섯 번째로 2010년 8월 두 주간에 거쳐 진행되었던 제45차 국제워크캠프 이야기다.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 주최로 ‘생물다양성의 해’를 맞아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스페인,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홍콩 등 9개국에서 온 청년들이 이 기간 우리 교회에 머물렀다. 이들은 교회 성도 및 마을 청소년들과 협력해 순천만 일대에 서식하는 생물들을 연구하고, 마을담장 벽화 그리기, 마을 옛 이름 목각에 새겨 걸기 등의 활동을 벌였다.

그 중 하루는 교회당에 지역주민들을 초청하여 직접 만든 민속음식으로 가든파티를 열고,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고, 교회 청소년들과 함께 작은 음악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당시 우리 교회 학생들은 외국 청년들과 어울리며 여러 나라의 언어, 문화, 놀이를 익히고 글로벌 의식을 한껏 고양시킬 수 있었다.

▲ 대대교회는 마을에서 순천만으로 흘러들어가는 하수를 정화하기 위해 유용미생물(EM)을 배양해 마을에 보급한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순천만과 관련된 공모사업에 참여했던 일이다. 순천만에서는 생태환경에 관한 여러 공모사업을 진행한다. 지역주민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공모사업인 만큼 우리가 응모를 하면 대부분 공모사업 사업자로 선정된다. 그렇게 되면 사업비가 주어지기 때문에 본래부터 교회가 해오던 환경사역을 더욱 탄력 있게 수행할 수 있다. 이때는 교회 부설 작은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이름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종교적 거부감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 EM이 배양된 흙공의 모습.

그런데 한 번은 교회 이름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공모사업인데, 결국 사업자로 선정이 되었다. 3년간 지속되는, 규모가 큰 사업이었다. 우리 교회는 본디 지원이 없이도 잘 해오던 일이었지만, 사업비가 주어지니 더 잘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 교회는 기본적으로 인적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일단 무슨 일이든 주어지기만 하면 성공적으로 수행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국가 지원을 받는 공모사업 참여를 지양하려 한다. 교회가 봉사기관으로서 전액 자부담하며 일하는 편이 더 낫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어도 지원금을 받아 일하다 보면 그 순수성을 의심 받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본래 해오던 환경보호 사역들을 교회 자부담으로만 묵묵히 감당하려고 한다. 다만 도서관이나 아동센터에게 주어지는 공모사업 기회들은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 주민들이 마을 샛강에 흙공을 투척해 강물의 오염을 막는 광경.

교회는 환경단체가 아니다. 그러나 교회는 환경단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환경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 이는 교회가 하나님의 창조를 믿기 때문이다. 믿음이 좋다는 것은 단순히 기도와 전도에 열중하는 것만 아니다. 교회가 순천만을 사랑으로 품는 일도 믿음의 일이며, 주님을 섬기는 일이다. 그리스도의 구속의 범위는 모든 피조물을 포함한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했다. 이는 사람과 다른 모든 피조물들이 함께 공존할 때 ‘심히 좋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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