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섭 목사(대대교회)

‘창조세계 그대로’ 더 많이 불편합시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보존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에 부합하는 일
 

▲ 공학섭 목사(대대교회)

순천에 사람이 들어와 살게 된 시작은 대략 500년 전으로 어림한다. 그러나 순천만의 역사는 태고부터라고 할 수 있다. 순천만은 수 천 년 동안 사람의 손때가 전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순천만의 모습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우선 방문자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교통 혼잡으로 말미암아 주민들은 생활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고, 더 이상 맑은 공기만 마실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거센 부동산 투기 바람이 한바탕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마을에 몇 몇 땅 부자가 생겨나기도 했다.

점차 인심이 박해지고 내 집과 이웃집 경계선도 더욱 분명해졌다. 외지인들에 의해 대형식당과 숙박업소들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다. 따라서 순천만 갯벌의 건강성도 위협받게 되었다. 어획량이 줄어드니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던 어민들의 숫자도 점차 줄어들었다.

100년 후 순천만은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까? 이런 추세라면 10년, 20년 후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 동안 순천만에는 너무 많은 인공구조물들이 설치되었다. 무제한적으로 탐방객들을 입장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순천만의 순수함을 지키는데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작년부터 예약제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순천만에는 하루 1만 명까지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이다. 관리를 책임을 맡은 순천시는 생태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순천만을 오랫동안 보존하려는 의식이 부족해 보인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유치하여 입장수입을 늘리고, 탐방객 실적을 쌓겠다는 의도가 눈에 보인다.

▲ 순천만에는 갖가지 생명들이 더불어 산다. 이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지키고 돌보는 것이 구속함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이다.

자연생태는 이용의 대상이 아니다. 보존의 대상으로 삼고, 보배처럼 간직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자연생태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만 하고 보존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오염과 훼손은 필연이 된다. 자연생태는 한 번 훼손이 되면 원상태로 회복하는 일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자연을 함부로 대하면 그 대가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순천만습지가 지속가능한 생태보전지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우선 순천만습지를 관리하는 공무원들의 투철한 의식이 있어야 한다. 순천시는 100년 후에도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순천만이 지닐 수 있게 하겠다는 확고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지금처럼 하루 1만 명 입장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순천만은 관광 위락지가 아니다.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자연생태보전지역이다. 사람의 발자국을 최소화해야 한다.

▲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붐비는 순천만 생태공원의 주차장. 탐방객의 발자취가 지나치게 잦으면 순천만의 생태는 위협받게 된다.

울진의 왕피천은 순천만에 비해 생태적 가치가 덜한 지역임에도 1구간은 하루 30명, 2구간은 하루 80명으로 입장인원을 한정한다. 또한 예약자에 한해 탐방할 수 있도록 하고, 탐방객들이 반드시 관리요원들과 동행하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여기에 깨어있는 시민들의 관심과 감시도 겸해야 한다.

다음으로 탐방객들을 대상으로 사전교육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처럼 아무런 사전교육 없이 생태보전지역을 탐방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 최소 5분이라도 사전 생태교육을 한 후 입장하게 해야 한다. 세계적인 습지인 순천만에 대해 아무런 주의사항도 알려주지 않고 입장권만 파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물론 함부로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갈대를 꺾고, 게를 포획하기도 한다. 간단한 사전교육만 도입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이란 점에서 안타깝다. 탐방객의 사전교육은 품위 있는 생태 탐방과 지속가능한 순천만습지가 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몇 해 전 순천만 거버넌스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필자는 주민대표로 ‘지역 주민 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발제를 한 적이 있다. 발제의 요지는 ‘순천만습지의 지속 가능한 보전을 위해서는 관 주도의 형태로 나아가지 말고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인공구조물을 줄이고,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 무슨 일이든 주민들의 참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더구나 생태보전은 그 지역민들의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지고 보면 순천만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민만큼 순천만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또 있겠는가?

순천만의 지속가능한 보전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더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탐방객들이 불평하더라도 주차장을 생태보전지역에서 가능하면 멀리 옮겨야 한다. 순천만 주변의 무질서한 난개발을 규제하고 정비해야 한다. 건축허가도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 생태보전지역 업소들의 시설기준도 엄격하게 하여 친환경 업소로 운영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도 하고, 상시적으로 환경오염 실태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 생태보전지역에 걸맞게 소음공해, 빛 공해도 규제해야 한다.

본래 생태보전지역은 불편하게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미 주민들은 불편하게 사는데 익숙해졌다. 앞으로는 탐방객들도 많이 불편해져야 한다. 자연생태는 우리나라 모두의 것이며, 세계인들의 공유재산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피조물이 탄식하며 고통하지 않도록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 생태계의 보전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에 부합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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