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통일’ 기도 최전방에 서다

비무장지대 북녘 땅과 마주한 가장 아름다운 교회
온천제일교회 이연수 집사 헌신바탕 2004년 설립
율곡부대 장병 건강한 군복무 위한 안식처로 활용
“이 땅에 참된 평화가 임하는 도구로 쓰임받길 원해”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교회로 향하는 그날은 유난히 싸늘했다.

추위를 뚫고 북동쪽으로 계속 달렸다. 홍천 인제 원통, 군 생활을 마친 이들의 추억이, 현역 군인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이 곳을 지날 때는 칼바람마저 몰아쳤다. 그런데 산을 켜켜이 올라 진부령을 넘어서자, 놀랍게도 새로운 세상을 열렸다.

태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강원도 내륙과 해안은 서로 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고성에 들어서자 냉기는 사라지고 온기가 스며들었다. 고요했던 산간마을과 달리 해안마을은 활기차 보였다. 도루묵철을 맞아 대진항을 찾은 사람들은 통발을 던졌고, 연신 수북이 쌓인 도루묵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햇살 맞은 한낮의 화진포는 멋진 자태를 뽐내며 물결쳤다.

정겨운 해안 풍경을 뒤로 하고 비무장지대로 통하는 제진검문소에 다다랐다. 간단한 출입수속을 마치고 차로 10분 여 이동하자, 드디어 통일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북위 38.35도, 해발 70m에 자리 잡은 통일전망대 앞에 서니 다시 차디찬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앞서 강원도가 지녔던 두 개의 모습과 또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351고지 전투 전적비와 조국 통일 선언문이 함께 자리한 여기는 그야말로 평화와 긴장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북쪽으로는 더 이상 걸음을 내딛을 수 없는 그곳에 교회가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설립된 통일전망대교회가 북녘 땅과 마주하며 서 있다.

최북단 가장 아름다운 교회

통일전망대교회는 2004년 10월 15일 설립됐다. 통일전망대 바로 옆에 35평의 아담한 원방형 예배당이 터를 잡았으며, 23m의 종탑이 우뚝 솟아있다. 현재 통일전망대교회는 이주안 군목이 시무하고 있으며, 주일 오후 3시 율곡부대 소속 병사 20여 명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부산 온천제일교회(홍석진 목사) 이연수 집사의 헌금이 교회 설립의 기틀이 됐다. 군선교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이연수 집사는 여럿 군부대에 교회를 세웠다. 그중에서도 통일전망대교회에 대한 이연수 집사의 애정은 남달라 보인다. 헌당 12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이연수 집사는 봄, 가을마다 통일전망대교회를 방문하여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예배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예배당 강단 뒷면 전체가 통유리로 시공돼 북측 절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말 그대로 장관이다. 아홉 신선이 장기를 두며 쉬었다는 구선봉에서 시작하여, 천혜의 자연이 숨 쉬는 내금강과 해금강, 인적 하나 없는 해안선까지 파노라마를 이룬다.

금강산을 바라보며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 이것만으로 이연수 집사와 부대원들이 통일전망대교회에 그토록 애착을 갖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북단 가장 아름다운 교회라는 표현이 그대로였다. 통일전망대교회를 섬기고 있는 이주안 군목은 “예배를 드릴 때 부대원들이 저를 보는지, 경관을 보는지 모를 때가 많다”며 말한다.

마치 손을 길게 뻗으면 해금강이 닿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눈앞에 펼쳐진 가까운 땅을 밟을 수 없다.

통일전망대교회를 둘러싼 이곳은 건너갈 수도 없고 넘어올 수도 없는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다. 6·25 전쟁 당시 바로 앞 351고지에서 아군과 적군은 2년 넘게 뺐고 뺐기는 공방전을 이어갔다. 역시나 지금도 아군과 적군은 감시장비를 가동하며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한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는 수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들며 여기 고성에서부터 평화의 물꼬가 트이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이 터지면서 육로관광 도로는 가로막히고 말았다. 벌써 8년 넘게 단절된 도로 사이로 긴장감이 감돈다.
안보와 평화라는 국가적 과제가 중첩돼 있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일까. 통일전망대교회에서 만난 이주안 군목과 부대원들의 소망은 보다 특별했다.

더욱 간절한 평화의 기도

이주안 군목은 이곳 율곡부대 56연대가 초임지다. 지난 1년 5개월 동안 병사들과 동고동락하며 군 생활을 이어왔다. 아무래도 군목은 주일이 가장 바쁘다. 주일에만 다섯 차례, 연대본부와 각 소초교회 그리고 통일전망대교회를 돌며 부대원들과 예배를 드린다. 그때마다 부대원 매순간 하나님을 갈망하기를 기도한다는 이주안 군목. 또한 요즘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근무에 나서는 부대원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한다고 했다.

이주안 군목은 “무엇보다 부대원들이 하나님을 간절히 붙들길 바라며 기도를 하죠. 그리고 겨울철이다 보니 부대원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를 합니다. 여기가 꽤 춥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GOP에 오르면 칼바람이 불어올 뿐 아니라,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진다. 1월에는 폭설이 쏟아지는데, 때로는 무려 3m 넘게 눈이 온 적도 있다고 한다. 동계피복을 입고 핫팩을 챙겨도 춥기는 마찬가지다.

늠름한 체구로 군 생활 잘할 것처럼 보인 김준혁 일병도 “눈이 많이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가장 현실적인 바람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가족들 자주 볼 수 있도록 포상휴가도 많이 타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준혁 일병만이 아닐 것이다. 좋은 날씨와 잦은 휴가는 모든 병사들의 소원 중에 소원이다.

내년 6월 제대를 앞둔 박광규 상병은 동반 입대한 친구와 무탈하게 전역하는 것과 제대 후 재활승마자격증을 꼭 취득하고 싶다고 했다. 또 박광규 상병은 “후임병들이 하나님 말씀 안에서 지내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군종병인 오영범 일병과 전요한 일병도 부대 안에 충성된 일꾼들이 많이 생겨나고 서로 연합하여 하나님나라를 이루어가길 소망하며 기도한다고 말했다.

힘들수록 기도는 간절해지듯, 최전방을 지키는 기독장병들의 기도제목은 남달랐다. 무엇보다 이들은 통일전망대교회를 찾을 때마다 안보를 위한 기도는 물론이고,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를 드린다고 했다.

“이 땅에 참된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전군에서 적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우리 장병들이 나라를 굳건히 지킬 뿐 아니라, 하나님의 평화의 도구로 쓰임 받기를 원합니다.” 이주안 군목과 부대원들이 한 목소리로 드린 기도소리는 간절했다.

통일전망대교회 종탑은 건립 당시 환한 빛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북측의 발포 위험이 있어 현재는 점등을 못하는 상태다. 다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어 금강산으로 향하는 도로가 열리고, 최북단 종탑에도 불이 켜지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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