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기독교 조롱이 흥행 열쇠?
영화 <파괴된 사나이>
기독교를 조롱하는 내용의 영화가 낯선 것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기독교인을 광적(狂的) 존재로 표현한 <불신지옥>과 <독> 등이 나왔었고, 앞서 <밀양>은 ‘용서’와 ‘사랑’이라는 기독교의 주요 관념을 송두리째 의심하고 나섰다. 진지한 종교적 성찰 끝에 기독교를 다뤘다면 차라리 낫다. 그러나 <파괴된 사나이>의 경우 목사는 극적효과를 높이기 위한 한낱 도구에 불과했고, 때문에 불쾌하고 불편하다. 반기독교적 영화가 아니었다고 영화사 측은 변명하지만,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서 결과가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
신인감독이라는 한계도 있겠지만, 영화는 곳곳에 종전 영화의 답습 내지는 모방의 연속이다. 싸이코패스인 납치범은 <추격자>의 살인범과 닮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살인을 일삼는 모습은 <공공의 적>과 유사하다. 주인공을 목사로 등장시킨 것 또한 <박쥐> 속 신부의 차용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목사를 등장시켜 기독교가 표리부동하다는 조롱을 가하는 것 역시 <밀양>과 닮았다. 이 같은 모방들 때문에 <파괴된 사나이>는 섹스, 살인, 스릴러, 가학 등 나름 영화 흥행공식을 다 포함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롤이 올라갈 때까지 아쉬움이 남는다.
쉽게 접근할 수는 있지만, 쉽게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사람들의 가슴속 신념과 가치관을 아우르는 종교가 대표적이다. 목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영화 속 목사의 모습과 행동은 현실 속 목사의 보편적인 모습이나 추측을 훨씬 뛰어넘는다. 한 마디로 잘 모르고 기독교를 다룬 셈이다. 영화는 지난주에 개봉됐다. 이미 극장에 내걸렸으니 되돌릴 수는 없는 일, 기독교인으로서는 괜한 호기심 대신 서슴없이 외면하는 선택이 적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