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연합기관’ 합동·통합 역할 크다

‘한기총·한교연 합동’ 엇갈린 전망 속 ‘교단장회의’ 역할 주목 … 양 교단이 선택 키 쥐어
교단 경쟁력 강화 차원 여성 관련 결의 늘어 … 다음세대 살리기 방안 실질 논의는 미흡

연합운동

▲ 교계 연합단체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명분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여러 교단들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한기총과 한교연이 합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적다. 또 총회에서는 여성, 부교역자, 다음세대의 마음을 잡는 것이 새로운 교단 경쟁력이 될 것임을 예상케 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계 없음.

교회가 하나 되어야 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다. 더구나 연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약화되고 교회에 대한 이미지도 추락한다는 염려의 목소리들이 많다. 이런 명분 아래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통합은 계속 거론되어 왔다. 과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보수교회의 대표기관으로 존재했을 때부터 한기총과 진보교회를 대표하는 교회협(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 연합해서 하나의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과 노력이 있었다.

지금 이같이 한기총과 교회협의 통합을 논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기총에서 탈퇴해서 만들어진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한기총이 하나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2016년 교단 총회에서도 한기총과 한교연이 합해져야 한다는 결의가 적지 않았다.

통합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인 교단은 예장합동, 예장대신, 기침 등이었다. 긍정적으로 여기고 통합을 추진한다고 결의한 곳은 예장통합, 예장합신 등이었다. 사실상 기구 합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교단들이 한기총과 한교연의 합동을 결정한 것이다.

예장대신은 9월 24일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교회의 계속된 분열과 갈등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한국교회를 대표할 ‘하나의 연합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면서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을 준엄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국론이 분열하고 동성애와 이슬람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 등 반기독교적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는 것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한국교회가 단합해 외부의 공격에 저항하고 복음의 본질을 지키고 성경을 수호하여 하나님 나라 확장에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침은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 찬성 헌의를 허락했다. 기침 임원회는 “한국교회 대표기관이 분열되어 있는 것을 한 기관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안건을 상정했다.

예장통합은 “제101회기 총회 임원회와 교회연합사업위원회가 전권을 위임받아 한국교회연합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통합 문제를 교단 입장과 방향을 숙고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예장합신도 한교연과 한기총 연합을 위한 전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허락했으며 이를 치리위원회에 위임해 진행하기로 했다.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각 교단 총회에 인사를 다니면서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 문제에 교단들이 찬성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영훈 목사나 한기총 한교연 통합을 지지하는 교계 인사들은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1월 말 전에 한국교회의 연합을 완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교연도 이단 선결이라는 원칙이 지켜진다면 통합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원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은 것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에 비관적인 전망 역시 적지 않다.

당장 한기총은 10월 19일 임원회를 열고 한교연 대표회장이 예장대신 총회에 가서 인사하던 중 “한기총 안에 이단들이 너무 뿌리내리고 있다”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내용증명을 보내기로 했다.

교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봐도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은 거의 없다. 이미 자리 잡은 한기총과 한교연 내부의 역학구도를 재편해야 하고, 한기총을 반대하는 명분으로 계속 거론되고 있는 이단시비 교단 정리 문제 등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기총과 한교연 연합 논의의 이면에 제3의 연합단체 탄생이라는 카드가 숨어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또한 한기총 한교연 통합 논의보다 현재 가동 중인 ‘한국교회교단장회의’가 연합사업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바람이 높아졌다. 교단장회의는 2001년 한국교회연합을위한교단장협의회로 탄생한 이래 2007년 한기총과 교회협 통합을 추진했으며 부활절 연합예배 주도, 이슬람 자본 유입과 동성애 법안 반대 등에 공동대처를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무엇보다도 현직 교단장들이 공동지도체제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17년에도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 논의는 계속될 것이고, 교단장회의의 활동 역시 연속될 것이다. 교단장회의 중심이냐 한기총 한교연 통합이냐를 두고, 과연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릴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가는 가운데 교계 지도자들은 그 키를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이 쥐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양 교단이 어떻게 협력해서 일하느냐에 따라 그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양 교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여성과 다음세대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한국교회 총회에서 여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진보적인 교단조차 여성과 관련된 결의는 인색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여성 지도자들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타교단에서는 점차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장통합은 “총회 특별위원회인 총회여성위원회를 총회 상설위원회로 변경해 달라는 건에 대해 정책기획기구개혁위원회에서 연구함이 가하다”는 결의를 했다. 통합은 이미 여성위원회를 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반면 여성 총대 할당제는 제대로 토론해보지도 못하고 부결됐다. 예장통합은 여성총대를 허락하고는 있지만 총대 수는 24명으로 전체의 1%를 겨우 넘는다.

예장고신도 ‘신학대학원 졸업 후 고시를 통과한 여성 지도자의 명칭을 권도사라고 칭하고 관련 법규를 신설 및 개정’하는 안건을 부결시켰다. 여성 안수와 직결되는 만큼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다수가 동의했다.

기장은 가장 많은 여성 관련 안건을 논의했다. 기장은 예장통합보다 한발 앞서 상임위원회인 양성평등위원회를 두고 있다. 기장이 논의한 내용은 첫째 여성총대 참여비율 증대의 건이었다. 현재 7.9%인 여성 총대를 10%대까지 끌어올려 달라고 헌의했으나 이 안은 “기각하고 현행대로”하기로 했다.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 여성 2인 이상 공천을 할당해 달라는 안건 역시 “기각, 현행대로”로 처리됐다. 개교회에서 여성 장로가 30% 선출되도록 의무화해달라는 안건도 마찬가지였다.

고무적인 것은 여성 교역자 출산과 양육 보장을 위한 헌의의 건은 “허락”했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서 여성 교역자가 출산 전후로 90일간의 법정 휴가를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또 기장은 여성 교역자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의 제도를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여성교역자라고 하면 여성 목회자뿐만 아니라 전도사를 포함한다. 최근 한국교회 가운데는 부교역자들에 대한 안정적인 처우가 교회부흥과 연관이 있다는 판단 아래, 부교역자들과 근무 계약서를 작성하고, 부교역자들의 복지를 구축해 주는 교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성 목회자와 전도사들을 포함한 부교역자들의 처우 개선과 복지 확보 노력은 향후 교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성 문제와 더불어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도 매우 미흡했다. 다음세대를 살리는 문제가 교육부서에 국한된다는 인식이 있고 교단 총회의 짧은 일정 가운데 자세히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예장통합은 기초적인 통계를 꾸준히 낸다는 점에서 모델이 됐다. 더구나 예장통합은 이번 총회에서 ‘교세와 현황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다음세대 부흥을 위한다고 하면서 기초적인 통계를 정확히 산출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예장통합 청년회전국연합회가 제101회 총회에 보고한 ‘2016년 청년 보고서’에 따르면 교단 산하에 청년부가 조직된 교회는 2156곳(24.5%)이었으며 전체 출석 인원은 6만 1183명(전체 교인의 2.19%)이었다. 복음화율이 5% 미만이면 미전도족속이라고 부른다. 이미 대학생선교단체들은 캠퍼스의 기독대학생 숫자는 전체의 5% 미만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예장통합의 보고를 통해 전체 교인 가운데 청년은 불과 2%인 것이 확인돼, 다음세대 복음화와 교회 존립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예장고신은 서부산노회가 13년간의 총회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다음세대 출석 감소원인 분석과 성장 대안 마련의 건을 헌의했다. 통계에 따르면 예장고신 유치부는 40%, 초등부는 44.2%가 감소했다. 이와 관련 예장고신은 대안 마련을 총회교육원에 1년간 맡기기로 했다.

이밖에 다음세대와 관련해서 총회적 결의를 한 교단은 기장으로, 청년회 활성화를 위한 지도자 워크숍 개최, 청년 신앙교재 계속 연구, 노회 차원 청년회 지역연합회 의무 구성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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