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지겨운 일이라 회피말고 함께 하자” 호소…총선 이후 특별법 개정 등 처리 ‘주목’

다시 쓰라린 4월이 돌아왔다. 또 1년이 지났지만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2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몸부림쳤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 부모들이 왜 그렇게 죽어갔는지 알려달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은 진실을 은폐하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막기만 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들 곁에서 위로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섰던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국민들은 지난 2년 동안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외면했던 정부와 여당을 심판했다. 이제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절망 속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 피어오르고 있다.

▲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2주기 범국민대회 중 같이 참여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잊지 않겠습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 범국민대회.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하늘에서 내내 비가 쏟아졌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1만 2000여명의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빗물 가득한 광장 바닥에 앉아 희생자들을 그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었다. 온 몸을 적신 비는 별이 된 희생자들이 인사라고 생각했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이들에게 빗물은 희생자들의 눈물과 같았다.

정확히 2년 전이다. 1년이 지나면 또 1년이 지나면 달라진 사회에 살고 있을 줄 알았지만, 그 어떤 달라진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모두가 잊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지난 2년이다.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의 속을 타들어갔다. 진실을 알려달라고 목 놓아 외쳐도 정부는 들어주지 않았다. 정부는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기 바랐던 걸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는 것.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것이 가장 두려웠다. 범국민대회에 앞서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주기 전국대학생대회’에서 희생자 단원고 성빈 양의 언니 박가을 씨는 세월호를 잊지 말라고 호소했다.

박가을 씨는 “지난 2년 동안 아파했고 그리워만 했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 하지만 이제 알아야겠다. 무엇이 내 동생을 앗아갔는지, 어떻게 해야 동생의 희생이 헛되지 않는지를 알아야겠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세월호가 지겨운 일이라며 회피하지 않도록,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세월호 유가족들, 그리고 유가족과 동행하는 국민들은 2주기를 맞아 기억의 끈을 다시금 놓는 행보를 이어갔다. 4월 둘째 날 10만개의 노란리본으로 광화문광장을 물들였고, 약속콘서트 사진전 시화전 낭독회 특별강연회를 연이어 진행하며 국민들을 망각에서 돌아오게 했다.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4월 16일 범국민대회에서 국민들 앞에 섰다. 유가족들은 시련이 그들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시 시련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대변인은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함께 버티며 이겨낼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밝혀낼 것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모든 분들과 세월호의 진실을 밝힐 것입니다”라고 힘차게 외쳤다.

아울러 세월호 유가족들은 여소야대로 꾸러진 20대 국회에 큰 기대를 품었다. 120명의 당선자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범국민대회에는 박주민 당선자와 표창원 당선자 등 20대 국회의원들도 함께 자리했다.

 진실을 향한 첫 걸음 뗀다
희망의 불씨는 4·13총선 결과로 솟아났다. 국민들은 서민경제를 붕괴시키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한일위안부 졸속 협상을 벌인 정부와 여당을 심판했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를 외면한 정부와 여당을 심판했다. 벌써부터 야당은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드디어 진실이 밝혀지는 것일까.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현안이 있다. 다름 아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기간 연장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을 1년 6개월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토대로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기간을 오는 6월 말까지로 한정했다. 정부와 여당의 기준은 세월호 특조위가 지난해 1월 1일 출범했기 때문에 올해 6월 말에 조사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계산이다. 세월호 특조위가 지난해 1월 1일 출범을 하긴 했지만, 공간 마련과 설립 준비하는 데만 2달 넘게 걸렸다. 또 특조위 위원들이 임명장을 받은 날은 지난해 3월 9일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이 되어서야 인력과 예산이 갖춰져 사실상 9월부터 조사가 시작됐다.

따라서 최소한 6개월 더 조사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세월호 특조위의 주장이다. 아울러 7월에 세월호 인양이 계획돼 있다. 세월호 특조위가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 세월호 선체를 조사하지 못한다면 진실규명에 다가서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금 당장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기간을 연장하고,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특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힘이 되어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20대 총선에서 당선자가 되어 유가족들 품으로 돌아온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당선자는 국민들을 향해 이런 말을 남겼다. “세월호 참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보편적인 일이다. 또한 안전한 사회가 건설되지 않는다면 세월호 참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 될 것이다. 특별법을 개정하는 등 수많은 일을 해나가야 한다. 총선에서 보여줬던 국민들의 강력한 힘을 다시 한 번 더 보여 달라.”

그렇다. 세월호 참사는 보편적인 일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는다면 세월호 참사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지 않는다면,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방기한다면 당신이 혹은 당신의 가족이 두 번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언제까지 우리의 봄은 세월호의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어야 하나. 다시 돌아오는 봄은 절망 대신, 희망 가득한 봄날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 박종운 변호사는 우는 자와 함께 우는 것이 기독인이 할 일이고,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에도 기독인들이 힘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렵게 구성한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우리 정부와 여당이 막고 있다. 예산을 3분의 1로 줄이고, 조사기간 또한 반토막 냈다.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은 모조리 특조위를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세월호 특조위를 두고 반쪽짜리라고 비난을 한다. 이렇듯 박종운 변호사가 지친 까닭은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을 못하게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추천 위원들이 나간 것은 세월호 특조위의 잘못이 아닌데, 여론을 호도해 우리에게 비난을 한다. 오히려 특검 등 여러 가지 사안을 정부여당이 받아주지 않아 활동에 어려움이 많고, 여전히 비협조적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특조위는 커다란 성과를 냈다. 지난 3월 말 진행한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에서였다. 지난해 12월 열린 1차 청문회에서 그동안의 수사내용과 재판결과를 검토했다면, 2차 청문회는 세월호 특조위가 자체 조사한 결과가 축적되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갔다. 그 자리에서 박종운 변호사는 탐욕이 낳은 과적, 그리고 해경 및 국정원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민관유착이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많은 화물과 승객을 태워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했던 청해진해운의 탐욕이 참사의 원인이 됐다. 당시 해경 실무자들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수차례 향응을 받는 등 민관유착이 심각했고, 유독 세월호만 해상사고 시 국정원에 보고하게 돼 있는 것도 의심스럽다. 추후 이를 살펴볼 것이다.”

하지만 이제야 정상적인 활동을 시작한 세월호 특조위가 진실의 끝에 다다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여당이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을 오는 6월말까지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가속도가 붙어 조사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6월 말까지만 조사하라고 한다. 정확하게 따져도 특조위는 8개월만 조사활동을 진행했다.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된 시점에서 종료된다면, 세월호 선체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진다.”

다행히 한 줄기 희망을 봤다. 4·13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 당시 박종운 변호사와 팽목항에서 동고동락한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당선자도 국회에 입성한다.

“20대 국회가 6월 1일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긴급하게 처리해야 조사기간이 보장될 수 있고,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청사진이 나올 수 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야당 국회의원들과 박주민 당선자가 상당한 힘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종운 변호사는 세월호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장인 동시에, 하나님나라 운동을 하는 사회선교사이다. 이 세상에 구현되어야 할 하나님나라의 가치관 중 핵심이 사랑과 공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기독인들이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유가족의 아픔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사랑과 공의의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본다면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치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진실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하나님나라의 가치인 사랑과 공의에 합치된다. 정치적 관점과 관계없이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진실규명과 재발방지에 나서는 것이 우리 기독인들이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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