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서 ‘집중행동의 날’, 안산서 추모예배…진실 요구하며 우는 자들과 함께 울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는 양 극단에 나눠 섰다.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 했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던 기독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만하자. 지겹다”며 손가락질한 이들도 존재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에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정치적 논리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했던 이들의 목소리는 오래가지 않아 사라졌다는 점이다.

반면 우는 자와 함께 울었던 기독인들의 발걸음은 멈출 줄 몰랐다. 이제 그들이 말한다.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겠다고.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행동할 것이라고.

2014년 8월에 구성돼 희생자 가족과 동행했던 기독교 세월호 원탁회의는 4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기독인 집중 행동의 날’을 진행했다. 이어 예배와 기도로 희생자 가족을 위로했던 안산분향소 주일예배와 목요기도회는 4월 13일 경기도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예배’를 드렸다.

▲ 세월호 참사 2주기 예배 모습. 예배에 참석한 500여명의 기독인들은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유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억하고 행동하자

세월호 참사는 유독 숫자와 많이 얽혀 있다. 희생자 304명, 생존자 172명, 구조 0명,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무엇 하나 바뀌지 않은 2년, 그리고 잊을 수 없는 4월 16일.

기독인 세월호 원탁회의는 세월호 참사와 연관된 숫자를 바탕으로 추모 행사를 마련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7시간에 걸쳐 진행된 ‘세월호 기독인 집중 행동의 날’이 그것이다. 기독인 세월호 원탁회의는 기자회견으로 추모 행사의 막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독인들은 “세월호의 진실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여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세월호 유가족의 요구가 이 시대의 생명의 요구이고, 하나님의 요구라는 것이 기독인들의 주장이다. 광화문광장을 꽉 채운 기독인들은 “생명을 존중받는 안전한 대한민국,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행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기독교 세월호 원탁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제기된 모든 의혹을 밝히고 진상을 규명하라 △정부와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하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기한을 연장하고 충분한 진상조사 활동을 보장하라 △정부는 세월호 선체를 조속히 인양하고 철저히 조사하여 9명의 미수습자를 찾는 일에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304인 추모 침묵묵상과 304인 추모 기도회가 진행됐다. 기도회에서 ‘기억하고 공감하라’를 주제로 말씀을 전한 박철 목사(좁은길교회)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의 참상이 국민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2년 전 이 땅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 기독인들이 먼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우리 기독인들이 이웃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여, 억울한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상달되는 그날까지 함께 행동하자”고 권면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서명운동을 벌인 조미선 집사, 광화문 천막카페 금요지기 차경주 선생, 세월호 피켓을 몸에 걸치고 다니며 피켓팅을 하고 있는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 세월호 유가족 다영이 아빠 김현동 씨 등 7인은 7인 7분 진실발언대에 섰다. 이들 7인은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은 무엇인지, 조작된 기록과 언론의 왜곡은 어떠했는지, 기독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서 다영이 아빠 김현동 씨는 이런 말을 남겼다.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행동하는 기독인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이 하나님나라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반드시 진실의 땅을 밟아야 한다. 끝까지 손을 잡고 나아가 우리 함께 진실의 땅을 밟자.”
 
 

▲ 세월호 기독인 집중 행동의 날’에 참석한 기독교 세월호 원탁회의 관계자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함께 우는 사람, 그들이 기독인이다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주기 예배는 추모라는 단어를 뺐다. 아직 9명의 미수습자가 세월호 속에 있고, 어떠한 진실도 밝혀진 게 없기 때문에 추모하기 아직 이르다는 까닭에서다.

총신대 김산희 씨도 같은 이야기를 하며 예배의 문을 열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모하기는 이릅니다. 잊지 않고 기도하며 기억하기를 원하는 우리가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갈망하는 우리 모두를 이 예배의 자리로 초대합니다.”

예배에 참석한 500여 명의 기독인들도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미수습자 다윤이 언니 허서윤 씨와 희생자 창현이 엄마 최순화 집사의 증언을 들으며 함께 울었다. 그리고 잊지 않겠다며 함께 노래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라며.

‘누가 사람인가?’라는 제하의 설교를 전한 김기석 목사(청파교회)는 “많은 교회가 고통 받는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많은 신앙인들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의 쓰라림을 은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목사는 “이러한 교회와 성도의 모습은 기독인들의 모습이 아니다. 304명의 희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 기독인의 할 일이다. 희생자들을 품 안에 안고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그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기석 목사의 말처럼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난하고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하는 기독인은 더 이상 기독인이라고 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면 그 사람의 신앙을 평가할 수 있다. 기독인은 우는 자와 함께 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다.

304명의 희생자들은 이 시대에 우리 기독인들의 신앙을 묻는 물음표다.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진실의 문을 열 책임이 기독인에게 있다. 이제 기독인들이 앞장서 세월호의 진실을 밝힐 때다.

▲ 동생과 아들이 그리워서 한 없이 울었던 세월호 희생자 가족 허서윤 씨(왼쪽)와 최순화 집사.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서윤 씨는 한참을 울었다. 어렵게 꺼낸 한마디 “제 동생 다윤이는 아직 세월호 속에 있어요.”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 양은 9명의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중 한 명이다. 참사 2년이 지났지만 다윤이는 친구 조은화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여섯 살 혁규와 아빠 권재근 씨, 이영숙 씨와 함께 아직 차디찬 세월호 속에 남겨져 있다. 언니 서윤이는 동생를 향해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2주기가 될 때까지 아직 꺼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할 수가 없어요. 보고 싶어도 분향소에 갈 수 없고, 학교도 갈 수가 없어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어요. 제 동생 다윤이가 너무 보고 싶어요(울음).”

서윤 씨는 함께 자리한 기독인들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하나님께 기도해 달라고.

“미수습자 9명 중 단 한 명도 유실 없이 세월호에서 나올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기도해주세요. 온전한 인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기독인들이 다 함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이어 세월호 참사 유가족 최순화 집사를 마주했다. 최순화 집사는 세월호에서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온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군의 엄마다. 최순화 집사는 이제 별이 되어있을 창현이를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창현이 덕에 버티고 있다고 했다.

“별이 되어 있을 창현이 엄마입니다. 지난 2년 너무 힘들었지만, 창현이와 우리 아이들이 유가족과 미수습자가족들을 버티게 하고 있어요. 돌아올 아이들을 그리며,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바라며 오늘도 버티고 있어요.”

무엇보다 9명의 미수습자에 대한 걱정이 컸다. 최순화 집사는 미수습자들이 돌아와야만 고통의 시간이 끌날 것이라고 했다. 삶의 낭떠러지 끝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붙잡고 있는 것은 9명의 미수습자들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과 다윗의 시와 노래였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9명의 미수습자들이 이 시대를 이끌고 있고, 우리를 이끌어주고 있어요. 다윗이 하나님을 향해 울부짖었던 시와 노래가 부모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위로가 됩니다. 기독인들이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께 이 노래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최순화 집사와 4·16합창단이 들려준 노래는‘인간의 노래’였다. 1987년 일본 국철의 분할 민영화 당시 노조원 200여명이 자살을 한다. 노조원들은 일자리를 빼앗기고, 차별과 인권침해를 당하며 쓰러져 갔다. 이 파국을 본 야마노키 다케시는 제발 죽지 말고 살아서 싸우자며 ‘인간의 노래’를 작곡했다. 최순화 집사와 4·16합창단은 간절한 목소리로 이렇게 노래했다.

“깊은 상처 안고 사는 지친 어깨에/ 작은 눈길 건네는 친구가 있는가/ 고통 속에 누워 서러웁게 식어가는/ 차가운 손 잡아 줄 동지는 있는가/ 희망의 날개 아래 어둔 슬픔 가두고/ 잊혀진 우리의 기쁨을 노래하리/ 나는 부르리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인간의 노래”

이제 우리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친구가, 동지가 되어줄 차례다. 그들이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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