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아픔 공감 기독예술인 소명 커져야”
“타인 아픔 공감 기독예술인 소명 커져야”
기독미술인단체 아트미션, ‘이미지와 비전’ 주제 아트포럼·정기전
  • 송상원 기자
  • 승인 2015.08.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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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미학적 담론·아픔 나누는 치유의 작품 전시에 큰 호응
“기독인 예술은 사랑과 창조성에 기초, 하나님 영광 위해 사용돼야”

승강기가 비좁았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도 여럿. 계단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4층에 위치한 행사장까지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한껏 즐기는 공연이나 콘서트가 아니라,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학술행사임에도 매년 이곳만 오면 같은 광경을 보곤 한다.

기독미술계의 고민 중 하나는 손님 걱정이다. 전시회나 세미나를 정성껏 준비해도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애가 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아트미션은 달랐다. 순수 등록인원만 240여명. 아트미션 회원까지 합하면 300여명의 가까운 기독미술인들이 이날 아트포럼에 참석했다. 기독미술계를 넘어 교계 모든 학술행사를 놓고 봐도 이와 같은 관심과 참여는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로 14회째. 줄곧 기독미술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며 기독미술인들의 필요를 채워온 크리스천 아트포럼의 명성은 여전했다.


크리스천 아트포럼

기독미술인단체 아트미션(회장:김미옥)이 8월 22일 서울 양재동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하용조홀에서 ‘2015 크리스천 아트포럼’을 개최했다.

포럼 주제는 ‘이미지와 비전’. 기독미술과 미학에 정통한 신국원 교수(총신대) 서성록 교수(안동대) 라영환 교수(총신대) 오의석 교수(대구가톨릭대)가 강단에 올라,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올바른 이미지 사용법을 제시하고 기독미술인들이 지향해야 할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몄다.

첫 번째 발제자 서성록 교수는 ‘예술, 공감의 코드’라는 주제로 예술 속 공감의 역사, 현대미술의 공감결핍, 기독미술인의 역할에 대해 순차적으로 강의했다. 서성록 교수는 “예술작품의 위대함은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후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요세프 이스라엘스, 빈센트 반 고흐, 조르주 루오의 작품을 그 예로 들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잔혹성과 파괴성 짙은 작품들이 주류로 등장하는 공감결핍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시대에 우러러봐야 할 공감의 롤모델로 예수 그리스도를 제시했다. 서성록 교수는 “예수님은 자신의 목숨을 타자를 위해 내놓으시며 우리에게 위대한 사랑을 가르친 공감의 완벽한 롤모델”이라면서, “기독미술인들도 예수님의 공감에 기초하여 타인의 기쁨과 애환을 함께 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그것을 삶으로까지 확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의석 교수가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대지예술에 관해 발제한 이후 다시 한 번 빈센트 반 고흐의 이름이 언급됐다. 고갱과 고흐가 작품 속에서 기독교적 이미지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살펴 본 라영환 교수의 발제였다.

라영환 교수는 두 거장의 주요 작품을 분석하면서, 고갱은 작품 속에 기독교적 이미지를 사용했지만 기독교적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반면 고흐 작품에는 기독교적 이미지가 드물게 나타나지만, 전통적인 기독교적 도상을 현대적 회화 언어로 재해석됐을 뿐 아니라 복음마저 담겨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칼빈주의의 영향을 받아 일상까지 거룩한 눈으로 바라봤던 고흐의 삶도 높이 평가했다.

라영환 교수는 “고흐처럼 기독예술은 기독교적 이미지나 주제를 다루는 것을 넘어, 일상적인 주제나 이미지를 통해 기독교적 가치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포럼의 마무리는 신국원 교수의 몫이었다. ‘예술과 기독교세계관’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신국원 교수는 로크마커의 말을 인용하여 “구별된 예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인의 예술은 시대를 지배하는 관행이나 전통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반드시 사랑과 창조성을 기초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기독예술인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는 소명을 지녀야 한다”고 당부하며 포럼의 끝을 맺었다.

장장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포럼이었지만 기독미술인들이 미학적 담론을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일 뿐 아니라, 수준 높은 강의가 이어진 덕에 참석자들의 관심과 호응도 매우 뜨거웠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아트포럼을 찾은 서양화가 김민영 씨는 “타인과 공감하고 타인을 아픔을 어루만져야 한다는 기독예술인의 역할이 마음 깊이 다가왔다”면서, “앞으로 일상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오늘의 메시지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 아트미션 정기전을 찾은 관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아트미션 정기전은 8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아트미션 정기전

크리스천 아트포럼이 한창 열기를 뿜던 그 시각, 1층 횃불기념홀에서 아트미션 정기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1부와 2부로 나눠 총 45명의 아트미션 회원들이 ‘이미지와 비전’을 주제로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그중에서도 심정아 작가의 ‘헐벗은 얼굴’(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은 주제와 꼭 빼닮은 작품이었다. 한쪽 볼에는 상처의 흔적이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얼굴 옆에,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 밑의 소리가 들릴만한 소라를 상징적으로 설치돼 있었다. 심정아 작가는 “헐벗은 얼굴은 상처받은 우리 이웃의 얼굴이다. 이 작품을 통해 세월호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며, “헐벗은 얼굴이 부를 때 외면하지 않고 응답하는 예술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경재 작가는 가로등 밑에서 누군가를 다소곳이 기다리는 서정적인 조각 작품을 선보였다. 이경재 작가는 “기다림의 대상은 바로 주님”이라며, “세상을 밝게 빛낼 수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내놓겠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암호와 같은 문자를 낙서하듯 그리며 그 안에서 말씀의 소중함을 일깨운 방효성 작가의 ‘그날이 오면’과 화목한 가족을 모습을 표현한 김덕기 작가의 ‘가족-사과나무 아래서’ 등, 기독교 가치가 은은히 흘러나오고 마음이 편해지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100일 간의 준비과정을 이끌었고, 이날 행사까지 성황리에 마무리한 아트미션 김미옥 회장은 “긴 준비과정 동안 회원들이 너무 고생이 했고, 좋은 글을 발표해주신 교수님들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의 도움으로 뜻 깊은 성과를 얻은 것 같다”면서, “이번 아트포럼과 정기전을 통해 기독미술인의 소명을 재다짐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 시대를 사는 예술인들에게 올바른 이미지와 비전을 제시하는 아트미션이 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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