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130여점 출품 열띤 경쟁
주제·기법 외연 확장, 현대미술 장르로 자리매김 위상 높여

 

무려 23년이다. 오로지 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혼탁한 현대미술의 틈을 비집고 나와 빛과 진리를 수놓았다. 세속적인 자유주의 가치관에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창조주를 찬양하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투영했다. 그 결과 매년 기독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갔고, 참신한 인재를 등용했다. 그래서 그들의 여정이 더욱 아름다웠다.

한국미술인선교회(회장:천예숙)가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기독미술 공모전 ‘제23회 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이 7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일원동 밀알미술관에서 진행됐다.

올해 미술대전 출품작은 총 130여점. 예년보다 더욱 많은 작가들이 도전했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또 열띤 경쟁을 펼친 만큼 한층 수준 높은 수상작을 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주제와 기법, 장르의 다양성이 돋보였다. 단순히 십자가, 어린양 등 종교적 도상만 표현해서는 2차 본심에 오르기조차 어려웠다. 일반미술에 견줄 만 한 작품성을 갖추면서 기발한 방법으로 기독교적 가치를 가미한 작품들이 입상의 기쁨을 누렸다. 여기에 한국화 서양화 판화 공예 조각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잔치가 벌어졌다. 아울러 신인작가뿐만 아니라,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작가들이 소신을 갖고 참가한 점도 올해 미술대전 위상을 높이는 결과를 냈다.

준비위원장 방효성 작가는 “수상작들을 보면 하나같이 현대미술 화단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면서, “이번 미술대전은 기독미술 외연 확장의 장이자,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대상 수상한 이차영 작가(왼쪽)가 천예숙 회장에게 상패를 받고 있다.
 

영예의 대상은 이차영 작가(안양제일교회)가 수상했다. 이차영 작가는 10만개의 큐빅을 일정하게 조합하여 십자가를 표현한 ‘Shema(쉐마)’를 선보였다. 화폭 바깥부분에서부터 큐빅조각이 이어지다, 중앙에서 십자가 형태로 뭉쳐져 빛을 발하는 형상에 눈을 떨 수가 없었다. 작품을 한동안 감상하노라면 1년간 공들였다는 그의 오랜 작업 과정이 서서히 드러나는 듯 했다. 심사위원들도 “재료의 물성과 절제된 색상 그리고 작업 과정이 보여주는 노동의 신성성이 조화를 이루며 작품의 조형적 완성도를 높였고, 작가의 심원한 신앙세계가 묵시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며 호평했다.

이차영 작가는 “연초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좋은 일이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작업에 매진했는데 하나님이 그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다”면서, “프랑스 협력문화선교사로 나갈 예정인데, 떠나기 전에 너무 감사할 일이 생겼다”며 소감을 전했다.

최은정 작가(온누리교회)는 판화 ‘생명이식’으로 우수상을 차지했다. 최은정 작가는 인공적 이미지와 자연적 이미지를 사진과 콜라주 등으로 반복하면서 색감의 조화마저 이뤘다. 여기에 성경말씀을 자연스럽게 수놓으며 작품에 방점을 찍었다. 최은정 작가는 “긴 공백기 이후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때에 너무 큰 상을 받게 됐다”면서, “앞으로 기독미술에 더욱 매진하라는 격려로 알고,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하나의 우수상은 김정미 작가(서울교회)의 몫이었다. 김정미 작가는 최후의 만찬을 현대인의 만찬으로 재해석한 작품 ‘만찬’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물감을 직접 제조할 뿐 아니라, 기법 연구에도 몰두한다는 김정미 작가는 “세상미술을 능가하는 기독미술 작가로 입지를 굳히고 싶다”며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올해 미술대전은 전노마 작가의 ‘목자의 기다림’ 등 특선 16점과 문하경 작가의 ‘나그네’ 등 입선 46점도 선정했다.

제23회 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은 한국 기독미술의 성장세를 보여준 자리였다. 50년 전 기틀을 다졌던 기독미술이 일반미술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까지 다다랐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안타까운 점은 교회의 관심과 후원 없이 여전히 작가들만 고군분투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한국미술인선교회만 해도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미술대전 상금을 마련하고 행사를 치른다. 기독작가들은 기독미술이 하나의 장르로 온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 한국 교회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방효성 작가는 “모든 기독미술인들이 교회를 섬기며 활동을 하지만, 그들의 작품 하나도 교회에 전시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 교회는 기독미술에 관심이 적다”면서, “이제라도 한국 교회가 기독미술을 보는 시선을 바꿔, 기독미술인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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