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을 받아든 본회퍼, 자유를 채우다
잔을 받아든 본회퍼, 자유를 채우다
본회퍼 순교 70주년 기념 최종률 연출의 연극 <전율의 잔>
  • 송상원 기자
  • 승인 2015.06.30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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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신앙’ 고뇌와 결단 밀도있게 그려…중견배우들 열연 ‘인상적’


나치 타도를 외치며 불의와 광기에 저항했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 그를 조명한 무대 또한 강렬했다. 하얗게 불태운 삶의 소원은 자유였다. 억압과 고난으로부터 자유, 죄와 거짓으로부터 자유를 고함쳤던 천재 신학자는 끝끝내 진정한 자유를 움켜쥔다.

CTS아트홀이 디트리히 본회퍼 순교 70주년 및 CTS기독교TV 창사 2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올린 <전율의 잔>이다.

<빈방 있습니까>의 최종률 연출이 이 작품의 지휘봉을 잡았다. 최종률 연출은 2시간 40분 분량의 원작을 1시간 40분으로 각색했지만, 본회퍼의 치열했던 일대기를 제대로 압축해놓았다. 본회퍼가 옥중에서 쓴 시 ‘자유를 찾는 길 위의 정거장’에 등장하는 훈련 행동 고난 죽음으로 이어지는 네 개의 정거장이 극의 바탕의 된다. 최종률 연출은 히틀러 암살계획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본회퍼의 고뇌와 결단에 초점을 맞췄다.

극의 초반부, 본회퍼의 내적갈등을 잘 보여준다. 히틀러를 우상 숭배하는 국민들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목회자를 목격하지만, 본회퍼는 경고하기를 주저한다. 동생과 매부가 히틀러 암살계획에 참여하자고 권할 때도 “폭력에 동의할 수 없다”며 거부한다. 오히려 고뇌의 시간이 흘러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그였다.

하지만 나날이 악랄해지는 나치의 광기와 살육 앞에서 결단을 내린다. 본회퍼는 “어떤 미친 자가 운전을 하며 사람들을 치고 다닌다면, 그 미친 자를 차에게 끌어내야 한다”고 말하며 그에게 다가온 전율의 잔을 받아들인다.

종반부로 갈수록 행동하는 신앙인 본회퍼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고난과 죽음을 두려워하기는커녕, 고난 속에서 구원을 노래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자유를 부르짖는다. 결국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시작”이라는 유언을 남긴 본회퍼는 죽음을 통과하며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사실 본회퍼를 급진적인 신학자 정도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율의 잔>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 작품은 본회퍼의 삶을 밀도 있게 접근하여, 끊임없이 고뇌했던 신학자이자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 내던졌던 순교자의 모습을 자세히 그려낸다. 본회퍼를 향한 단편적인 오해와 편견을 사그라뜨린다는 점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 수준 높은 정통 연극 <전율의 잔>은 광기어린 나치정권과 대척점에 선 디트리히 본회퍼의 생애를 그린 전기극이자 순교극이다. 본회퍼 역을 맡은 정선일을 비롯해 기독신우회 소속 배우들의 명연기가 빛을 발한다.

배우들의 열연도 진한 인상을 남긴다. 본회퍼 역을 완벽히 소화하는 정선일을 비롯해 최선자 김민경 우상민 이경영 등 연기 내공이 탄탄한 중견배우들이 출연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또한 속도감 있는 전개 가운데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영상을 가미한 점도 적절한 선택이다. 한마디로 수준 높은 정통 연극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 교회와 성도들을 향해 경종을 울린다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특별한 가치이다. 나치에 협조했던 독일 교회처럼 오늘의 한국 교회도 불의와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지. 또는 이웃을 섬기기보단 성장제일주의에 빠져 예배당 건물을 올리는데 급급하지 않았는지. 크리스천들 역시 자기 배를 채우는데 급급하지 않았는지. 정곡을 찌르는 메시지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아직도 세상 낮은 곳으로 향하길 망설이는 교회와 성도가 있다면, 본회퍼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한 사람이 사랑으로 타인을 감당하는 곳, 한 사람이 타인을 위해 살아가며 하나님 안에서 사귐이 있는 곳이 바로 교회이다.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자!”

<전율의 잔>은 7월 5일까지 서울 노량진동 CTS아트홀에서 공연한다.(문의:02-786-0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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