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나라사랑’ 신앙뚝심으로 이어가다

추모일 맞춰 한중작가 105명 작품 모아 하얼빈서 문화예술제 ‘큰 호응’
개인 주관 서울 추모전시회는 사명감 인정 받아 공식행사 채택 ‘눈앞’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 기리는 과정마다 하나님의 큰 축복 확인, 감사”



형제 3명과 매제 등 4명이 동시에 안수집사로 장립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태원 자택을 방문하여 즐거운 만남을 가진 뒤, 딱 11년 만에 그를 만났다. 그리고 남산자락에 꽃이 흐드러지게 핀 지난 달 오후, 안중근 동상 앞에서 우리는 ‘재회’했다. 겉보기에 변한 건 전혀 없었으나 그는 10년 사이 문화계에서 꽤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한국화가 하정민 장로(52·대성교회)와 해후는 그렇게 이뤄졌다.

요즘 그는 안중근 의사에 꽂혀 산다. 지난 2월과 3월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안중근 문화예술전’을 여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2월 14일 하면 요즘 세대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발렌타인데이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105년 전, 중국 뤼순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청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사형선고 받은 날로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후 안 의사는 한 달 뒤인 3월 26일 풀꽃 같은 인생을 등지고 세상을 떠났다.

“안중근 의사의 애국혼은 한국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여전히 숨쉬고 있습니다. 중국인들도 비록 한국인이지만, 안 의사를 정말 사랑합니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의 나라사랑을 기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안 의사의 얘기가 나오자 거침이 없었다. 국적 여부를 떠나 항일영웅으로서 추앙받는 그를 더 깊이 알 수 있도록 2년 전부터 한국과 중국 예술인들을 모아 작품전을 준비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 중 최고는 예술로서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표현하는 것 뿐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신앙인이자, 한국화가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 한국인들이 잊고 지내는 안 의사의 한결같은 겨레사랑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속된 말로 애가 탔다. 더군다나 올해는 한중 합작뮤지컬 ‘영웅’이 중국의 무대에 올려져 안중근을 추모하는 열기가 확산되고 있었다. 그래서 야심차게 예술전을 기획하고 준비했다.

그는 중국작가들은 물론 한국작가 105명의 작품을 모아 하얼빈 123 전시장에서 ‘안중근, 하얼빈의 꽃으로 피다’는 문화예술전을 펼쳤다. 이례적으로 외국인을 추모하는 전시회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대호황이 펼쳐졌다. 중국 정부에서조차 의아하게 생각할 지경이었다.

“지난해 하얼빈역에 ‘안중근기념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네티즌 사이에서 발렌타인데이를 안중근 의사 사형일로 기억하자는 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출발은 초라할 지 모르지만, 문화예술전을 통해 안 의사의 숭고한 뜻이 후손들에게 전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하정민은 안중근 의사 추모일에 맞춰 하얼빈에서 예술전을 열고, 서울에서 다시 대한민국 최초로 안중근 추모 미술전을 개최했다. 안 의사를 추모하는 공식적인 예술전이 펼쳐진 것이다. 그는 안중근 의사의 가묘가 있는 서울특별시 용산구청에서 3월 17일 전시회를 열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지 않고 개인이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며 전시회를 가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안 의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현 세대에 반드시 알리고 싶은 사명감으로 일을 추진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뜻 밖의 일이 벌어졌다.

“전시회가 열리는 기간에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예기치 않고 방문했습니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개인이 하고 있다며 가능하면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전혀 예상도 못했습니다.”

그가 한국과 중국을 오고가며 진행하던 문화예술전이 ‘각광’을 받은 것이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그가 추진했던 전시회를 앞다퉈 보도했다. 정부에서도 예산을 편성해서 지원하겠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거기다가 서울특별시와 용산구청에서도 자치단체 차원에서 안중근 의사 문화예술전을 공식 채택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시작은 미비했지만, 그가 하고자 했던 안 의사의 숭고한 얼은 이제 기념사업으로 확산 일로에 있다. 아마도 내년 이 맘 때면 안중근 의사 기념추모제를 정부나 서울특별시에서 열지도 모른다.

▲ 하정민은 안중근의 나라사랑을 국민들에게 고취시키는 ‘작업’뿐 만 아니라 문화학교 그림그리기를 통해 주일학생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 생각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축복을 주십니다. 안중근 의사 문화예술전을 열면서도 늘 감사한 일만 경험했습니다. 선한 뜻을 갖고 준비하다 보니까 결국 예기치도 않게 지금은 정부사업으로 확정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그의 이와 같은 ‘추진력’은 물론 신앙에서 비롯됐다. 그가 약관의 나이에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회색도시의 기억들’이란 제목으로 한국화 대상을 받을 때도 아버님이 새벽기도회를 가시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형상화했다. 이번 안중근 의사 문화예술전도 마찬가지로 의를 도모하는 신앙인의 ‘기본자세’에서 출발했다. 그가 생각하는 국가관은 ROTC 1기 출신이자, 평생 공직생활을 하면서 나보다 나라가 우선해야 한다는 아버님 하태초 장로의 영향이 컸다. 올해는 특히 민족해방 70주년 되는 해이다. 여기저기서 통일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는 것이 젊은 그의 눈에는 늘 안타까움으로 찾아왔다. 그래서 그는 우선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가 가진 달란트를 활용하여 미술인 중심으로 문화예술전을 개최했다. 그것도 중국에서 먼저 시작했다.

그는 교회에서 또다른 꿈을 꾸고 있다. 매주 토요일 문화학교를 열어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데 정열을 쏟고 있다. 그 시간만큼은 대학교수의 자리보다 더 소중하다. 그는 그림을 통해 생명미 넘치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풍경화와 정물화의 덧칠의 기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사는 방법’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래서 그림은 그에게 세상을 향한 통로인 셈이다. 영혼을 살리는 도구인 셈이다. 축복의 지름길인 셈이다. 토요 문화학교는 이미 지역의 ‘문화마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교인은 물론 믿지 않는 학부모나 학생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저는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확실히 믿습니다. 안중근 의사 문화예술전을 계기로 누구든지 한번 쯤은 안 의사의 정신을 통해 소중한 나라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강석근 기자  사진=권남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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