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순교신앙 숨결과 정신 가까이서 익히며 배워 갑니다


순교는 점점 잊혀져갈 과거의 사건일 뿐일까? 빠르게 진행되었던 한국교회의 성장기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순교자들의 존재가, 역설적으로 오랜 침체와 사회적 비난 속에서 맞이한 한국교회의 위기 속에서 새롭게 주목되고 있다. 위대한 순교자들의 생애와 정신을 전하는 방식도 영화, 뮤지컬, 전시회, 무용극 등으로 다양해지는 중이다. 하지만 순교신앙을 전수하는데 가장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은 역시 현장체험이다. 순교자들의 유산을 잘 보존하고 간직한 전국의 유적지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논산 병촌성결교회  전쟁참상 알릴 새 기념관 마련, 순교신앙 전수

충남 논산의 병촌성결교회(임용한 목사)를 상징하는 것은 커다란 기념탑이었다. 6·25 당시 숨진 성도들을 추모하는 이 순교기념탑은 1989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교단과 병촌교회가 힘을 합쳐 건립했으며, 독특한 형태를 선보이며 지역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1950년 9월에 벌어진 인민군과 좌익세력의 학살행위로 병촌성결교회는 한꺼번에 66명의 교우를 잃었다. 특히 일가족 10명이 몰살당한 정수일 집사의 사례처럼 수많은 이들이 가족 단위로 희생당했다. 끈질긴 회유와 고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앙을 지키며 의연히 죽음을 맞은 순교자들의 기사는 극적으로 생존한 김주옥 장로 등의 증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바로 이들을 기리는 순교기념탑 앞에는 당시의 순교자들 중 다섯 명의 묘소가 마련되어, 순교신앙을 증언하는 교육현장으로 활용되어왔다. 하지만 한 해 평균 3000여명에 이르는 순례객들을 맞을만한 공간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역사자료 등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 아쉬움을 덜 수 있게 됐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총 13억여 원의 사업비를 들여 1만 3000㎡에 이르는 기념공원 부지가 조성되고, 지상 2층 규모의 순교기념관이 새로 건립된 것이다. 오는 5월 7일에는 교단 관계자와 지역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열릴 예정이다.

순교기념관 천장에는 순교자 66명을 상징하는 66개의 등이 설치되고, 각종 공연과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무대와 카페공간이 마련되는 등 전체적인 골격은 이미 갖춰진 상태이다. 앞으로 순교자들에 대한 각종 기록 및 유품들과 6·25 당시 상황을 소개하는 역사자료들을 보강해 순교신앙 전수 및 안보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임용한 목사는 “어려운 농촌교회 형편이지만 앞서간 순교자들이 보여준 신앙을 계승하자는 각오로 많은 이들이 헌신한 결과, 대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서 “순교신앙과 국가안보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장으로 잘 활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041)732-6251.

Tip 강경 기독교 유적들도 함께 둘러보세요
병촌성결교회가 위치한 논산시 성동면 개척리에서 강경읍까지는 자동차로 5~6분 거리,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이다. 강경은 한국 개신교 역사의 한 부문을 장식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중요한 지역이다.
한국 최초의 침례교회인 강경침례교회, 일제 치하 신사참배 거부운동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강경성결교회,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 성결교회 한옥예배당, 이 지역 근대교육에 선구적 역할을 한 강경제일감리교회 등 꼭 둘러 보야야 할 명소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영암 구림교회  빨치산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순교정신 전해

전남 영암군 군서면 소재지에서 왕인박사유적지로 향하는 길목에는 커다란 합장묘와 두 개의 비석이 세워져있다. 이곳은 6·25 당시 희생된 구림교회(김경원 목사) 교인 18명과 우익인사 10명을 기리는 묘역이다.

이들은 인천상륙작전 후 무안에서 월출산으로 이동하던 빨치산들에 의해 1950년 10월 7일 한날 한 시에 목숨을 잃었다. 빨치산들은 구림교회당을 불태운 후, 사로잡은 교인들을 주막집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주막집 주위에 섭나무를 둘러서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구림교회 최진호 장로는 “화염과 아우성 속에서도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을 부르는 찬송소리가 더 크게 들려, 주막 곁을 포위하고 있던 빨치산들이 두려움에 떨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설명한다.
희생자들 중에는 노형식 김정님 장성례 집사 등 신원이 확인된 성도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성명조차 확인되지 못한 이들도 4명이나 된다. 영암지역에서는 24명이 희생당한 영암읍교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순교의 기록이다.

사건이 벌어진지 사흘 후 화재가 난 자리에서 유골들이 수습됐고, 이를 한 데 모아 합장묘가 조성됐다. 이후 26년이 흘러 1976년에 현재 자리로 묘소를 이장하며 순절비가 세워졌고, 2000년에는 영암군교회협의회 주도로 묘역 정비와 함께 순교기념비가 건립됐다.

순교기념비에는 구림교회 18명 순교자들을 포함해, 영암읍교회 상월교회 천해교회 삼호교회 독천교회 매월교회 서호교회 등 여덟 교회 89명의 순교자 명단이 기록되어있다. 이 중 삼호교회는 순교자 김상규 성도를 추모하며 아버지인 김제환 장로가 기념교회로 설립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2006년에는 영암지역 순교자들의 사적을 보존하기 위해 영암군 군서면 소재지에 기독교순교자기념관이 영암군 건립되고, 영암군기독교순교자기념사업회(이사장:김덕중 목사)가 조직되어 순교자신앙을 계승하는 사역들을 펼쳐오고 있다.

Tip 함께 살펴볼 영암의 순교유적지
영암군기독교순교자기념관은 순교 당시의 장면들을 묘사한 회화 작품들과 순교자들의 유물들을 간직한 전시공간과 100여명의 방문객이 입장 가능한 교육공간을 갖추고 있다. (061)471-6291.
영암읍교회와 상월교회에도 각각 순교기념비가 세워져있다. 영암읍교회는 김동흠 장로를 비롯한 24명의 성도들이 4차례에 걸쳐 월출산 아래에서 순교했다.
1992년 건립된 상월교회 순교기념비에는 당시까지 밝혀진 25명의 순교자 이름이 기록되어있다. 이후 추가로 발굴된 명단까지 포함해 상월교회에서는 모두 40명의 성도들이 순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  문준경 전도사의 서해 섬 복음사역 생애 담아

서해의 수많은 섬들에 고무신을 신은 발길로 복음을 심고, 마침내 순교의 길을 걸으며 생을 마감한 문준경 전도사. 그녀의 아름다웠던 생애와 신앙을 우리는 ‘천국의 섬’ 증도에 건립된 문준경전도사 순교기념관에서 배울 수 있다.

순교기념관은 문 전도사의 순교지 부근에 2007년 부지를 매입하여 4년 만에 기본공사를 마감한 후, 콘텐츠 작업을 거쳐 2013년 5월 정식 개관했다.

전시관에는 신앙에 입문하게 된 배경에서부터 열정을 다한 복음사역과 순교에 이르기까지 문 전도사의 전 생애를 시대별로 정리해놓았다. 고인이 아홉 개의 고무신이 닳도록 걸어 다니며 복음을 전했다는 노두길 모습을 재현한 코너나, 고난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유품 코너를 지날 때면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평일에는 하루 평균 200명, 토요일이나 휴일에는 500~1000명의 많은 순례객들이 다녀간다는 순교기념관에는 200명까지 수용가능한 집회공간과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고, 정기적으로 세미나와 각종 신앙훈련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남도의 백합화’ 등 문 전도사를 소재로 제작된 영화들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문 전도사의 순교 65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3월 10일 추모세미나가 열린데 이어, 4월 7일에는 ‘순교정신 이어가기’를 주제로 황은연 목사(청학교회) 이재정 목사(익산삼광교회) 임병진 목사(디바인교회) 등이 발표하는 세미나가 개최된다. 또한 5월 7일에는 ‘순교자 문준경의 멘토들과 사중복음’을 주제로 중생 성결 신유 재림에 대한 교훈과 사역들에 대해 소개한다.

초대관장을 맡아 사역 중인 김헌곤 목사는 “문준경 전도사는 삶과 죽음이 모두 아름다웠던 인물”이었다면서 “믿는 사람들 속에서 뿐 아니라 술판이나 도박판에 빠져있던 사람들에게까지 영적 도덕적 권위를 인정받았던 분”이라고 설명한다. (061)271-3455.

Tip 증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순교자의 자취
시루섬, 보물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갯벌습지와 슬로시티, 염전 등으로 유명한 증도의 곳곳에는 문준경 전도사들이 남긴 자취들이 서려있다.
문 전도사가 목숨을 바친 바닷가 순교지에는 묘지와 사적비 등이 설치된 기념공원 등이 조성되었고, 현재의 순교기념관이 건립되기 전 그 기능을 감당해온 증동리교회에는 문 전도사의 순교기념비가 우뚝 서있다.
증동리교회 외에도 대초리교회 방축리교회 화도교회 등 고인의 영향으로 세워진 증도 내 11개 교회와 또 다른 순교유적지인 임자진리교회 등을 차례로 돌아보는 것도 그녀의 ‘고무신 행전’을 체험하는 좋은 방법이다.


한국교회 대표 순교유적지  전국 곳곳에 자랑스러운 순교 역사 확인하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
서울 마포구 합정동 소재 양화진 묘역은 언더우드 헐버트 레이놀즈 등 한국 땅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일생을 바치고, 결국 이 땅에 묻힌 선교사들의 자취를 확인하는 자리이다. 선교사들과 그 가족의 무덤 145기를 하나하나 돌아보며, 우리에게 전해진 생명의 복음이 어떤 헌신과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사전에 방문신청을 하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양화진을 소개하는 영상물도 감상할 수 있다.(02)332-9174.

제암리교회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에 위치한 제암리교회는 삼일만세운동 당시 구국동지회를 통한 항일운동과 발안장터에서 벌어진 만세시위를 주도했으며, 일제의 만행으로 23명의 성도들과 주민들이 예배당에 갇힌 채 방화와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역사를 간직했다. 그리하여 한국교회 순교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 현장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이 사적을 기리고자 교회당 옆에는 삼일운동순국기념관이 건립되고, 합동묘역이 조성되었다.(031)369-1663.

매봉교회
충남 천안시 병천면 소재 매봉교회의 전신인 지령리교회는 1905년 을사늑약 체결과 1907년 국채보상운동 전개 당시 항일운동을 주도하다 일본군대에 의해 두 차례나 예배당이 불에 타는 탄압을 겪었다. 삼일만세운동 당시에도 아우내장터의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결국 폐쇄되고 말았고, 이화여고에 재학 중이던 유관순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해방 후 매봉교회는 유관순 기념교회로 재건되었고, 바로 곁에는 유관순 생가도 복원되어 있다.(041)521-2821.

군산 구암교회와 아펜젤러순교기념관
전북 군산시 구암동의 구암교회 옛 예배당은 일제의 탄압에 맞서 만세운동을 벌이다 목숨을 바친 기독인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군산시삼일운동기념관으로 활용되는 중이다.(063)442-1892. 군산 아펜젤러순교기념교회는 한국 선교 초창기 감리교의 대표적인 선교사로, 성경번역 차 배를 타고 목포로 향하다 군산 앞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아펜젤러선교사를 기리는 전시관을 마련하고 추모자료들과 성경번역 관련 유물 등을 전시해놓았다.(063)467-0397.

여수 애양원
손양원 목사와 두 아들 동인 동신의 묘소가 있는 전남 여수시 율촌면 소재 애양원은 ‘사랑의 원자탄’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한국교회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즈음하여 애양원 일대에는 손양원 목사를 비롯한 순교자들의 기념공원이 조성되고, 기념탑과 조형물들이 건립되며, 순교기념관의 리모델링 작업 등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최고의 순교교육 현장으로 손색이 없다.(061)682-9534.


항일독립운동가 주기철 목사 기념관  주기철 목사 ‘항일독립’ 생애 다양한 자료 만나

한국교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순교자가 바로 주기철 목사다. 잘 알려진 바대로 주기철 목사는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1944년 4월 옥중에서 순교했다. 그의 공적을 기려 정부는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고, 국가보훈처는 2007년 ‘1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일제에 항거하며 민족의 독립과 신앙을 굳게 지킨 주기철 목사를 기리기 위한 기념관이 지난 3월 24일 개관했다. 말 그대로 가장 최근에 세워진 순교유적지인 셈이다.‘항일독립운동가 주기철 목사 기념관’은 주기철 목사의 고향인 경남 창원시 진해구 남문동에 세워졌다.

주기철 목사 기념관은 전시실과 영상실(1층), 기획전시실(2층)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주기철 목사가 목회사역할 때 기록했던 당회록, 편지, 평양신학교 졸업사진, 가족·교회 신도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 부산 초량교회와 마산문창교회,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던 100여 점의 그의 유품을 만나볼 수 있다. 기념관에서는 또한 주기철 목사의 항일운동 내역을 전시, 그의 신앙절개와 항일운동을 입체적으로 배울 수 있다.

Tip 손양원 목사 생가복원 및 기념관도 건립 중
주기철 목사와 함께 또 하나의 대표적인 순교자로 손꼽히는 손양원 목사의 생가 복원과 기념관이 조만간 세워질 예정이다. 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는 손양원 목사의 고향이었던 경남 함안군 칠원면 구성리에 생가복원과 함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손양원 목사 생가와 기념관이 건립된다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주기철 목사 기념관과 연계해 기독교 관광 코스로 손색없을 것 같다.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과 호주선교사 순직묘원  경남지역 활동 선교사 다양한 활동 기려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창원공원묘원. 그 중앙에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과 ‘호주선교사순직묘원’이 있다. 지난 2010년 10월에 개관한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은 경남 출생인 주기철 목사와 손양원 목사 외에도 조셉 헨리데이비슨, 아더 윌리엄 알렌, 아이다 맥피, 사라 맥케이 등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펼쳤던 호주선교사들의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제임스 게일 선교사가 편찬한 ‘한영대사전’과 ‘츌애굽쥬일셩경공과’, ‘포켓용 신약성경’을 직접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전시관에는 호주선교사 유족들로부터 기증받은 유품 등 총 1000여 점의 도서와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 바로 뒤편에는 호주선교사순직묘원이 있다. 이 묘원에는 1889년 인천을 거쳐 부산에 첫발을 내디딘 조셉 헨리 데이비스 초대 선교사, 아더 윌리엄 앨런, 윌리엄 테일러, 여선교사인 아이다 맥피, 엘리스 고던 라이트, 거트루드 네피어, 엘라이사 애니 애덤슨, 사라 멕케이 등 부산과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펼쳤던 8명의 순직선교사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또한 주기철 목사와 손양원 목사,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해방 직전 평양형무소에서 순교한 최상림 목사와 이현속 전도사의 순교기념비도 이들과 함께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한국교회 100년 순교사 감사의 마음 담다

찾기 쉽게 큰 길 가에 있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팔복을 시작으로 성경구절이 적힌 팻말이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고, 이름 모를 나무와 꽃, 새소리가 어우러진 한적한 산길을 오르면서 외롭고 고단했을 신앙 선배들의 발걸음을 생각했다. 우리에게도 구름같이 허다한 믿음의 증인들이 있다는 감격이 두세 겹 쌓일 때쯤, 산중턱 봄볕 가득한 너른 마당 위로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이 보였다.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 있는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은 1989년 개관했다. 영락교회 정이숙 권사가 기증한 땅에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재단을 중심으로 초교파적으로 힘을 모아 아름다운 3층 건물을 세웠다. 기독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세워졌듯, 한국교회 100년 역사 역시 순교자들의 피로 굳건해졌다는 고백이자 감사의 마음이었다.

기념관 1층 정면에는 대동강변에서 순교한 토마스 목사를 그린 대형 그림이 방문객을 맞는다. 혜촌 김학수 화백이 기념관에 기증한 40점의 역사화 중 하나로, 그림 속 토마스 선교사는 칼과 창을 든 군관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1866년 선교를 위해 제너럴셔먼호를 타고 조선땅을 찾은 첫 선교사 토마스 목사는 그렇게 대동강변에서 순교의 피를 뿌렸다.

2층 복도와 예배당에는 1884년부터 1920년까지의 한국교회 초기와 해방 이전의 선교현장을 담은 사진 패널 120여 점이 전시돼있다. 자료들 중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몬트리트 역사자료센터 소장 자료 등 희귀한 자료도 다수 있어 눈길을 끈다. 예배당은 단체 방문객들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자, 개인들도 잠시 눈을 감고 묵상과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걸맞다.

양쪽으로 구분된 3층 전시실에는 시대별 순교자들의 존영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토마스 선교사와 한국 기독교 최초의 세례자로 사교를 퍼뜨렸다는 죄목으로 순교당한 백홍준 장로를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한 순교자들, 북한 공산정권에 의해 박해당하고, 한국전쟁 중 순교당한 믿음의 선배들 등 253명의 순교자들의 존영이 간략한 설명과 함께 전시돼 있다. 전시실 가운데에는 순교자들의 유품, 관련 서적들도 전시돼 있어 감회를 새롭게 한다. 전시된 존영들 가장 끝에는 2007년 아프카니스탄에서 순교한 배형규 목사가 자리 잡고 있다. 순교는 먼 옛날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곱씹어야 할 주제이자 각오인 것이다.

기념관 주위로 난 작은 산책로는 덤이다. 하얀 십자가 아래 오붓하게 산책을 하노라면 진입로에서 본 교부 터툴리안의 경구가 떠오를 수도 있다.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니라’. 너도나도 높아지고 부해지려는 세대에 한국교회가 되새겨야 할 죽음과 부활의 깨우침이다.
 

정재영 기자  김병국 기자  조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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