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 찬반 입장 보면 목회현실 보인다

‘성도 100명 이하’ 목회자 반대 46.7%, ‘1000명 이상’ 목회자는 찬성 80.8%
부교역자·기관목회자 긍정비율 월등, 담임목사는 납세찬성 평균 밑돌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 교회에 ‘종교인 과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예장합동 교단 소속 목회자들의 절반 이상이 “납세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젊은 목회자일수록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납세에 찬성한다는 목회자들은 “한국 교회가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납세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목회자가 납세를 하면 교회의 자유와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찬성 60% vs 반대 40%

<기독신문>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2년 내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종교인 납세에 대한 교단 목회자들의 의식’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 목회자 500명 중 납세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285명(57%)으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납세 반대 응답자는 198명(39.6%)에 불과했다.

설문 결과를 좀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젊은 목회자일수록 △담임목회자보다 부교역자나 기관 목회자들이 △성도 수가 1000명 이상 출석하는 큰 교회의 목회자가 납세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 이하 목회자가 납세에 찬성(67.0%)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9.4%였다. 40대 이하 목회자들은 전체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찬성 비율을 보였다. 50대 목회자들은 54.8%가 찬성, 42.0%가 반대했다. 60대 이상 목회자는 찬성(43.5%)보다 반대(53.0%) 비율이 높았다.

직분별로 납세에 가장 찬성하는 목회자들은 부교역자와 선교단체 등에서 사역하는 기관 목회자들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부교역자는 총 96명이었는데, 이중 70명(72.9%)이 목회자 납세에 긍정적이었다. 기관 목회자는 10명 중 8명이 납세에 찬성했다. 담임 목회자들(380명)은 납세 찬성이 52.1%, 반대가 44.5%였다.

일반적인 예상과 가장 달랐던 결과는 작은 교회보다 큰 교회 목회자들이 납세에 찬성했다는 점이다. 미자립 교회를 비롯해 성도수 100명 이하 교회에 시무하는 목회자들은 납세 찬성(50.2%)과 반대(46.7%) 비율이 비슷했다. 그러나 1000명 이상 교회의 목회자들은 납세 찬성이 무려 80.8%에 이르렀다. 반대는 20%도 안됐다. 500명 이상 교회의 목회자들도 78.3%가 “납세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납세로 교회 신뢰 회복시키자”

전체 500명 응답자 중 납세에 찬성하는 목회자는 285명이었다. 이 목회자들은 “한국 교회의 공공성이 높아지고 사회 신뢰도의 회복을 위해서”(43.9%) 납세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 “목회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납세의무를 감당해야 하기에”(40.0%)라고 답했다.

목회자 개인이나 교회가 이익을 얻기 위해서 납세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매우 적었다.

‘세금을 납부해서 국민연금 등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라는 응답은 9.8%에 불과했고, ‘교회 재정 투명성을 위해서’ 납세에 찬성한다는 응답도 6.0%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는 예장합동 교단 목회자들이 납세 문제를 ‘공공의식’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부적으로 보면, 담임 목회자들은 ‘교회의 공공성과 사회 신뢰 회복을 위해서’(45.5%) 납세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부교역자들은 ‘국민으로서 납세의무에 동참하기 위해서’(42.9%)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납세는 이중과세, 자유 침해될 것”

예장합동 소속 목회자들은 ‘이중 과세’와 ‘종교의 자유 침해’를 우려해서 납세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500명 중 납세에 반대하는 목회자는 198명이었다. 이중 34.8%(69명)가 ‘교인 헌금의 이중과세가 우려돼서’ 목회자 납세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종교의 자유와 독립성이 침해될 것 같아서’ 반대한다는 응답도 비슷한 31.3%(62명)로 나타났다.

납세에 반대하는 응답자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60대 이상 목회자와 담임 목회자는 이중 과세 문제를 첫 번째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이에 비해 40대 이하 목회자와 부교역자들은 ‘종교의 자유와 독립성 침해’를 가장 우려하고 있었다.
 
찬성은 강원, 반대는 호남이 높아

목회자 납세를 가장 찬성하는 지역은 강원도 목회자들이었다. 가장 반대하는 지역은 호남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강원 지역 목회자는 12명에 불과했지만, 무려 75.0%가 목회자 납세를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대전·충청(63.7%)과 서울(63.6%) 지역이 근소한 차이로 그 뒤를 이었다. 대구·경북 지역의 목회자도 평균보다 높은 62.8%의 찬성률을 보였다.

목회자 납세에 가장 부정적인 응답자는 광주·전라도 지역 목회자였다. 이 지역 목회자는 유일하게 찬성 보다 반대가 높았다. 응답자 92명 중 납세에 찬성한다는 목회자는 43.5%, 반대는 52.1%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부산·울산·경남 지역 목회자들은 찬성 52.4%로 전체 찬성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반대는 45.3%였다. 인천·경기 지역 목회자는 전체 평균과 유사한 찬성 57.0%, 반대 39.2% 응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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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목회자 납세 여론 이끌어간다
‘공공성 회복’ 관점 늘어… ‘성직자 자존감’ 인식도 문제


정부는 애초 2015년 1월부터 ‘종교인 소득 원천징수 소득세법 시행령’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정치권의 연기 요구를 받아들여 일단 시행령을 1년 유예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반 언론들은 “개신교 특히 일부 대형교회의 발발을 의식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기간에 종교인 납세를 추진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종교인 납세에 ‘개신교의 목회자들’이 가장 반대하고 있지만, 향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의 핵심은 젊은 목회자. 향후 변화를 주도할 목회자들은 40대 이하 젊은 목회자들이다. 40대 이하 목회자들의 66%가 납세에 찬성하고 있다. 신학교를 막 졸업한 30대 목회자는 무려 71.4%(반대 22.9%)가 납세에 찬성하고 있다.

=대형교회 반대 않는다. 이번 조사에서 기존 인식과 가장 큰 결과를 보인 것은 ‘성도 1000명 이상 대형 교회의 목회자들이 납세에 적극 찬성한다’는 점이다. 일반 언론은 종교인 납세 반대의 주도세력으로 대형 교회를 꼽았지만, 오히려 100명 이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납세에 가장 부정적이었다.

=돈보다 성직자로서 자존감. 100명 이하 작은 교회에서 어렵게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가장 납세에 반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종교인 과세 법안이 통과되면 4대 보험을 비롯해 각종 지원정책을 주겠다는 정부의 제안을 물리친 것이다. 이런 결과는 납세 문제에 대한 목회자들의 시각을 보여준다. 납세를 돈과 연결시키지 않고 성직자로서 자존감에 대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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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기독인 찬성률 70% 넘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종교인 납세’가 추진되면서 여러 단체와 언론사들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본지의 설문조사는 목회자만을 대상으로 해서, 종교인 납세에 대해 전체 국민과 기독교인 그리고 목회자, 이 세 그룹의 의식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종교인 과세 문제가 한창 이슈가 됐던 2014년 12월 리얼미터 여론 조사결과에 따르면,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71.3%로 나타났다. ‘성직자인 만큼 납세를 면하게 해야 한다’는 응답은 13.5%에 불과했다.

이에 앞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는 2013년 12월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1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기독교인의 의식을 물었다. 그 결과 기독교인들도 찬성 71.8% 반대 25.2%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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