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사진기를 듭니다!” 이규왕 목사에게 사진작업은 단순한 여과활동이 아니라, 자연계시를 체험하는 과정이며 목회의 연장선이자 창조주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한 사역이다.
 

남미 최남단서 발견한 경이로운 창조 섭리, 사진으로 영광 돌려
자연 통해 주시는 말씀의 감동, 성도와 나누며 ‘소통하는 목회’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오감을 일깨우는 자연의 기운이 걸음을 재촉한다. 인적 닿은 적 없는 태고의 숲을 지나 오르고 또 오르고. 세월의 무게를 견딘 노송이 길을 안내한다. 개울은 모여 계곡을 이루고, 그 끝에 켜켜이 쌓인 빙하가 기다린다. 다시 구름 따라 발길을 옮기다보면, 어느덧 토레스 델 파이네의 만년설과 마주한다. 이렇듯 창조주가 선사하는 경이로움에 이끌려 도전을 계속했다.

세상의 끝, 여행의 종지부라 불리는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 이규왕 목사(수원제일교회)는 지난해 안식월에 생전 꼭 가봐야 한다는 그곳을 다녀왔다. 동반자는 DSLR카메라 두 대. 사진에 조예가 깊기로 유명한 이 목사는 어느 여행지를 가던지 사진장비를 두고 가는 일이 없다.

사진입문 30년이 넘었다. 통영 개척교회 시절, 미항의 매력에 반해 사진기를 들었다. 이후 틈틈이 실력을 갈고 닦아 여러 단체의 초대작가로 나서는 재야의 고수가 됐다. 그런데 말이다. 이 목사의 작품은 하나같이 풍경사진이다. 왜일까. 그의 사진철학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저의 사진철학은 아름답게 찍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지금도 살아계셔서 진행 중인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를 담아 영광을 돌리는 일을 하는 겁니다. 제가 풍경사진을 고수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 목사는 그동안 하나님의 손길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을 두루 다니며 촬영을 했다. 그렇다고 번듯한 개인전 한번 열어 본 적 없다. 사회관계망(SNS)에 게재하며 친한 이들과 나누는 정도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 대중들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전 ‘파타고니아-도전’을 현재 수원제일교회 노을빛전망대갤러리에서 진행하고 있다. 구색을 갖춘 그의 첫 번째 개인전인 셈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창조의 현장, 파타고니아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을 출발 전으로 돌리면, 힘겨운 여정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 목사는 5년 전 수술로 콩팥 하나를 잃었다. 적지 않은 나이도 부담이 됐다. 수개월 전부터 여러 준비를 더했던 까닭이다.

“새벽기도회 마치고 등산을 했어요. 같은 무게의 사진장비를 넣은 배낭을 메고, 트렉킹화를 신고서요. 헬스도 꾸준히 하며 몸을 만들었습니다.”

3일 밤낮을 비행기와 차로 이동해 파타고니아에 당도했다. 다시 수십 킬로를 걸었지만, 처음 만나는 세계를 향한 설렘과 기대감에 벅차 힘든 것도 잊었다. 눈은 또렷했고 렌즈는 결정적 장면을 놓칠 리 없었다, 그의 시야에 포착되는 순간, 파타고니아는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 토레스 델 파이네의 삼형제봉을 촬영한 <三峰>(위)과 한 폭의 그림 같은 작품 <산장>.

사진 같은 그림은 경험했을 것이다. 허나 그림 같은 사진을 본 적 있는가. 이 목사의 사진에서 그것을 보았다. 적절한 시간과 포인트, 천혜의 날씨와 오색 빛깔, 공간이해가 어우러져 절묘한 작품을 낳았다. 이 목사의 말대로 “하늘은 캔버스가 되고 빛은 물감이 되어” 자연이 그린 한 폭의 수채화가 탄생했다.

아울러 그의 작품은 한 편의 말씀이 된다. ‘어두움이기에 빛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임재>, ‘구름 빙하 산 숲과 들의 어울림’ <하모니>, ‘나무의 일생을 통해 본 생명의 실체’ <생명>. 이렇게 저마다 간직한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관객들은 발길을 멈춰 명상에 잠긴다.

나아가 목회의 연장선이다. 이 목사는 렌즈 안에 하나님의 자연계시를 담아 성도들과 고루 나누는 사역을 즐긴다. 작품은 매년 교회달력에 실린다. “올해는 어떤 작품이 담겨있을까?” 성도들의 궁금증도 커져가기 마련이다. 1년 365일 사진과 말씀으로 소통하는 또 다른 방식의 목회인 셈이다.

사진작업만으로 빚어낸 다양한 순기능과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실력의 비결을 묻고 물어도, 이 목사는 한사코 공을 하나님께 돌렸다.

“저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뿐입니다. 또 하늘이 열려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데 그것도 하나님이 하십니다. 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예술가입니다.”

이규왕 목사의 개인전 ‘파타고니아-도전’은 2월 말까지 진행한다. 전시회가 열리는 수원제일교회 노을빛전망대갤러리는 수원의 명소로 통한다. 수원 화성과 월드컵경기장 등 수원 시가지와 멀리 오산과 안양까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때 묻지 않은 파타고니아의 절경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수원시의 풍경, 두 개의 다른 색을 지닌 창조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꼭 방문하길 권한다.(문의:031-24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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