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

▲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쿼바디스>는 ‘예수님을 팔아 장사하는 사람들의 자판을 엎는 이야기’라는 부제 아래 세속화 대형화로 점철된 한국 대형교회의 현실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12월 10일 개봉한다.

 
사회적 반향 컸던 대형교회 민낯 드러내
“비판보다 회복, 진짜 예수 만날 수 있기를”


솔직히 불편하고 창피했다. 한국 대형교회의 낡고 짙은 얼룩이 여지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생채기는 아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꽤나 심각하다. 이대로 둘 것인가. 왜 침묵하는가. 어디로 숨었는가. 그리고 쿼바디스(quo vadis)? 2000년 전 예수에게 건넸던 베드로의 질문이 이제 한국 교회를 향한다. “어디로 가는가, 한국 교회여?”

전작 <트루맛 쇼>에서 TV 맛집 프로그램의 허와 실을 파헤쳤던 김재환 감독이 이번에는 한국 대형교회의 불편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 <쿼바디스>다.

<쿼바디스>는 한국 대형교회와 기독교지도자들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다고 무작정 공격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제작노트는 비판보다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김재환 감독은 크리스천이다. 교회만 남고 예수는 작아지는 현실에 몸서리치고, 걱정거리로 전락한 교회를 향해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다.

김재환 감독은 “예수님이 성전에서 좌판을 엎고 분노를 표현하지 않았다면 나도 이 영화를 만들 일이 없었을 것이다”면서 “교회 안에 있는 안티 기독교 장사치들의 좌판을 엎고, 오늘의 교회와 나와 우리의 탐욕을 정면으로 막아서자. 그래서 <쿼바디스>를 만들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김재환 감독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분신으로 마이클 모어를 등장시킨다. 미국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를 패러디한 마이클 모어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로마로 가서 제도가 되었고,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되었고, 마침내 미국으로 가서 기업이 되었다. 덧붙이자면 한국으로 와서 대기업이 되었다”라며 한국 대형교회를 방문하는 동시에 기독교지도자들과 접견을 시도한다.

영화는 먼저 사랑의교회 새 성전을 조명한다. 새 성전 건축비용 약 3000억 원. 아프리카 국가의 1년 예산과 맞먹는 자금이 들었다고 꼬집는다. 다음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일가다. 마이클 모어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음란한 신문을 만든 이유와 교회재산을 빼돌린 경위를 추궁한다.

카메라는 아수라장이 된 지난해 11월 조용기 목사 퇴진 촉구 기자회견 현장도 놓치지 않는다. 기자회견장에 난입한 조 목사 지지파들은 이렇게 외친다. “무슨 짓이냐? 세계적인 목사를 왜 음해하느냐! 얼마나 세계적인데…”

한국 교회 폐단의 결정판으로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을 꼽는다. 전 목사의 성추행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지만 징계도 없고 사과도 없다. 심지어 전 목사는 홍대새교회에서 멀쩡하게 목회를 진행 중이다. 그의 변명이 가관이다. “누구든지 털면 먼지가 나온다. 깨지고 금가야 동병상련이 생긴다. 심판은 하나님의 고유권한이다. 심판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급기야 용역을 동원했고 가스총마저 등장했던 예장합동총회 현장을 담아내고, 목회세습을 단행했던 감리교 삼형제 김선도 김홍도 김국도 목사와 길자연 목사에게도 <쿼바디스>의 화살은 비켜가지 않는다. 아울러 교회성장과 성전건축에 매몰돼 무리한 은행대출로 예배당 경매로 넘어가는 현장을 고발한다. “한국 교회는 반석이 아니라 은행의 빚 위에 세워졌다. 복음은 상실하고 건물만 남았다”며.

이렇게 90분의 러닝타임이 흘러간다. 내용이나 구성을 볼 때 <쿼바디스>는 한국 교회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제 <쿼바디스>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 특히 한국 교회와 성도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비판하며 맞대응할 것인가. 보통 한국 교회는 교회를 향한 날선 비판에 반격을 가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그렇지 않다면 탐욕에 물들고 세속화에 기댄 오늘의 우리를 반성하고 거듭날 것인가. 여러분의 몫이다. 김재환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의 마음에도 바람이 불어오기를, 우리가 왜곡해 온 예수 말고 진짜 예수를 만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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