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문화행동아트리 1.1.1.프로젝트 <회심>

▲ 회심한 게네시우스(왼쪽 아래)가 로마황제 앞에서 마지막 연기를 펼치고 있다. 게네시우스역을 맡은 박계환 선교사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하며 명연기를 선보인다.

 
진정한 회심 곱씹게하는 강력한 메시지 거부감 없이 관객에 녹아들어
박계환 종신선교사 혼신의 연기 돋보여…11일까지 ‘진심의 공연’ 계속


1.1.1.프로젝트를 4년째 봐왔다. 2011년 <가스펠>부터 <아바> <더북>, 그리고 지난 주말에 관람한 올해 <회심>까지. 꽤 오랜 기간 정을 붙이고 지켜보니 이들 작품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했다.

하나는 문화전도전략 차원에서 제작된 작품인 만큼 모두 진한 복음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메시지만 들이댄다면 통할 리가 없다. 1.1.1.프로젝트가 매회 공연 때마다 만석의 기쁨을 누린 까닭은 뛰어난 작품성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복음의 메시지와 뛰어난 작품성이 4개 작품의 공통분모 안에 있다.

간발의 차로 공통분모에 포함되지 못한 특징도 있다. 이번 <회심> 덕분이다. 앞서 <가스펠>과 <아바> <더북>은 뮤지컬이 주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코믹스러운 장면과 대사가 극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반면 올해 <회심>은 이전 작품과 다르다. 뮤지컬에 흔하게 등장하는 재기발랄한 노래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극중 노래 대부분이 성가에 가깝다. 연기도 대사도 마찬가지다. 9번째 1.1.1.프로젝트는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관객들을 대한다. 웃음기를 싹 뺀 변화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스토리라인을 살펴보자. 로마황제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기배우 게네시우스가 주인공이다. 그의 공연은 기독교인의 성찬과 세례 등을 조롱거리 삼고, 심지어 공연 중 기독교인을 등장시켜 죽이는 만행까지 벌인다. 보다 섬세한 연기를 위해 기독교를 연구하던 게네시우스가 부인할 수 없는 진리와 마주하며 회심한다는 내용이 극의 줄기를 이룬다.

스토리만 보면 매우 일반적이고 간단하고, 상투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잊지 말자. 문화행동아트리 작품이다. 상투적으로 전개되게끔 놔둘 리가 없다. 평이한 내용으로도 명작을 선보이는 문화행동아트리의 첫 번째 무기는 강력한 메시지다.

우선 배합이 적절했다. 작가의 생각에 성경구절이 조화를 이뤄 불신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없게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어 메시지를 장전한다. 회심의 동기가 되는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비롯해 극중 대사와 노랫말은 하나같이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그리스도인조차도 “내가 진정한 회심을 한 걸까?” “하나님의 자녀로서 부족함이 없는 걸까?”라며 곱씹는 자신을 볼 것이다.

숙련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은 몰입의 촉매제가 된다. <회심>은 카타콤으로 시작해 카타콤에서 마무리하는 과정동안 단 한 번도 속도제한을 받지 않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전개가 시선을 무대 밖으로 돌리지 못하게 하는 셈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장면인 회심 과정을 매우 깊이 있고 실감나게 묘사해, 신파적인 요소의 출입을 미연에 차단한다.

배우들에게는 곱절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제나 기대 이상의 연기를 선보여왔지만, 올해 <회심>은 그 방점을 찍는다. 대표선수는 게네시우스역의 박계환 종신선교사이다. 회심의 과정에서 20분여 가까이 홀로 펼치는 그의 연기는 글로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혼신의 연기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그 이상이다.

종신선교사가 되기 전, 뮤지컬 <그리스> <명성황후> <밴디트> 등 대작의 주역으로 활동한 유명배우이기도 했지만, 지금의 박계환은 당시보다 더욱 뜨거운 연기를 선보인다. 마치 휘황찬란한 무대를 등지고 문화행동아트리로 향했던 자신의 회심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1.1.1.프로젝트 역사상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명연기가 현재 진행 중이다.

정리해보면, 뮤지컬 <회심>은 강력한 메시지와 뛰어난 작품성 외에 탄탄한 연출력,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애초에 웃음기를 뺀 것이 아니라, 웃음이 들어올 자리조차 없던 셈이다. 혹시 웃음코드가 없어 지루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걱정은 금물. 2시간의 공연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기립박수를 치고 있는 당신을 볼 것이다.

단 12일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다. 이 시기에 관람하지 못한다면 언제 다시 <회심>을 만날 수 있을지, 언제 다시 박계환 종신선교사의 명연기를 목격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빠른 예매가 필요한 때다. 문화행동아트리의 2014년 1.1.1.프로젝트 <회심>은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서초동 충신감리교회에서 공연한다.(문의:070-4412-4365, 010-7369-8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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