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나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응급실에 중환자가 한 명 왔는데요. 상태가 썩 좋지가 않습니다.”

전공의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매스컴에서 사스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을 때에 마티나는 꼭 사스와 같은 증상을 가지고 응급실로 실려 왔다. 사스라는 말 그대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마티나는 거의 죽은 거나 다름이 없는 상태였다. 의식은 물론 없었고, 호흡도 없었으며, 겨우 심장만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말하자면 식물인간의 상태였다. 아무리 약물을 투여해도 반응은 없었고, 게다가 고농도의 산소를 이용한 인공호흡을 시도해도 마티나는 시퍼랬다. 마치 시신을 보는 것과 같았다. 가슴 사진을 보니 폐가 엉망진창이었다.

“마티나 할머니, 마티나는 1시간 이내에 심장조차도 멎을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현대의학으로는 전혀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군요. 그렇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갑자기 마티나의 할머니는 응급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내 손을 잡았다.

“선생님, 이렇게 빌게요. 우리 마티나를 살려주세요. 우리 마티나를 살려주시면 제가 가지고 있는 아파트 한 채 선생님께 드릴게요.” 마티나의 할머니는 몸부림치며 울면서 내 손을 놓을 생각을 안했다.

“선생님, 저 아이 불쌍한 아이입니다. 살려주세요.” 이번에는 마티나의 할아버지가 내 앞을 막았다.

“저 아이 아버지는 미국 군인입니다. 그리고 내 딸아이는 농아입니다. 게다가 저 아이의 엄마는 남편과 헤어져 현재 미국에 체류 중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데리고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가 없는 상태에서 저 아이를 죽게 할 수는 없습니다. 불쌍한 저 아이 제발 살려주십시오.”

나는 난감했다. 의학적으로는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태인데 아이를 살려달라고 조르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은 내 마음을 주님의 긍휼로 가득 차게 했다. 나는 하나님께서 저들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기도했다.

정말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마티나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지, 적극적이면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의 치료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리 의료진들, 중환자실의 간호사들, 원목실의 전도사님들과 목사님, 심지어는 우리 의료진의 가족들까지도 마티나를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의인의 간구는 역사하는 힘이 큼이니라’(약 5:16)는 말씀이 마티나를 통해 그대로 실현되고 있었다.
 
▲ 김동수 장로는 환자를 치료하는 중에 하나님의 기적적인 역사를 체험했다. 김 장로는 의료를 통해 복음을 전달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마침내 마티나는 호흡기를 떼도 좋을 만큼 안정된 상태가 됐다. 그럴 무렵 마티나의 할아버지가 가벼운 뇌출혈로 입원을 하게 됐다. 나는 회진을 마치고 문병을 갔다. 마티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의 방문에 너무나 놀라하셨다. 할머니에게 교회에 나가시는지 묻자 옛날에는 나갔지만 요즘은 절에 다닌다고 했다.

“마티나 할머니, 이번에는 제가 좀 부탁을 드릴게요.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는 분이 누구인지 아세요? 부처가 그런다고 합니까? 아닙니다. 이 세상을 만드시고 사람을 창조하신 그분, 그분은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나 인간은 타락했습니다. 예수님이 타락한 인간을 위하여 오셨습니다.”

나는 잠시 복음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성령님의 강권이었다.

“선생님, 제가 처음에 제 아파트를 드리겠다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제가 아파트 한 채 밖에 없는데 어떻게 그걸 드릴 수 있겠어요. 없었던 걸로 하고 다른 것으로 하면 안 될까요.”

“마티나 할머니, 저는 제 아파트가 있어요. 아파트 두 채씩 뭘 하겠어요? 그건 없었던 일로 하시구요. 제가 아파트 안 받을테니 그 대신 교회에 나가실 수 있겠어요? 약속하시겠어요?”

며칠 후 할머니는 “선생님, 저 이제부터 교회 나갈 거예요. 남편도 그러기로 했어요. 어제 처음으로 남편과 병원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어요.”

아파트보다도 귀한 구원, 아파트가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그것으로 살 수 없는 천국, 그 하나님 나라가 한 아이를 통해서 그 가정에 임하는 영광을 나는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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