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수 장로(두번째 줄 오른쪽에서 네번째)는 해외의료선교 때마다 동역자들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0년 아이티 의료봉사 발대식 장면.


아프간 진료 앞두고 뜻밖에 얻은 감격의 선물


2002년 막상 아프가니스탄으로 단기진료를 떠난다고 하니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다. 이미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아프간에도 근본 회교 정신에서 자유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알카에다들이 산악 지역에 남아 있고 종족 간의 갈등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하였다.

아침마다 회진이 끝난 후, 아프간으로 같이 들어갈 내과 교수 한 명, 간호사 한 명과 같이 기도회를 하였다. 그리고 매일 선교단체에서 오는 그곳 정보를 가지고 우리가 준비해 가지고 가야 할 것과 기도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였다. 두 번째 날 메일이 도착했다. “여성들은 그곳 사정에 맞추어 머플러와 긴치마를 입을 것과 그곳에 갈 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작은 선물, 예를 들어 열쇠고리 같은 것을 준비해 가세요”라고 했다.

우리는 기도회를 마치고 어떤 열쇠고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들 병원 일이 바쁘기 때문에 열쇠고리를 사러 나가는 것도 문제였다. 같이 가는 내과 교수가 말했다.

“작년에 우즈베키스탄에 가보니 그곳 사람들은 목에 거는 볼펜을 몹시 좋아하더라구요. 공항에서 어떤 인터넷 회사가 선전용으로 나누어주기에 몇 개 정도 집어서 목에 걸고 갔더니, 우즈벡 사람들이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것과 바꾸자고 그러더라구요.”
“목에 거는 볼펜? 그것도 괜찮은 생각인데 어디서 그런 걸 사지?”
“글쎄요.”

그러다가 화제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면서 우리는 볼펜에 대한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다음 날, 외래에서 환자를 보고 있는데 한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는 박선옥 설계사가 전화를 했다. 나의 자동차 보험을 상담해주시는 분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OO화재 박선옥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웬일이세요? 아직 자동차 보험 만기가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이참 선생님도, 그런 일로 전화를 드린 것이 아니고요. 며칠 전 제가 우연히 들었는데 선생님 이번에 아프간으로 진료를 떠나신다고요.”
“네, 어떻게 거기까지 소식이 갔나요?”
“다 아는 방법이 있어요. 그래서 가시는 편에 뭘 좀 전하고 싶어서요. 제가 목에 거는 볼펜을 200자루 정도 준비했거든요. 가서 나누어 주세요.”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더 이상 할 말을 잊었다. 하나님께서는 어제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계셨다. 우리는 볼펜 이야기를 하다가 중단하고 잊어버렸는데,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필요를 아시고 자상하게 공급해 주시는 것을 느꼈다.

다음날 기도회에서 이 이야기를 하자 다른 두 명도 나에게 “선생님이 그분에게 부탁하지 않았다는 말씀이지요?”라고 확인 질문을 하면서 너무 감격스러워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주님의 신실하시고 자상하신 섭리로 인하여 내과 교수는 울고 있었다. 아프간에 가자고 했을 때,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 거기에 있는 것을 알고 그저 순종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길을 축복해주시며 자상하게 보살펴주시며 우리들의 모든 필요를 채우고 계신다는 것을 느꼈다.

집에 돌아와 저녁 식탁에서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하나님께서 당신이 가시는 길을 매우 기뻐하고 계신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분의 기뻐하시는 길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하나님께서는 기적을 연출하고 계셨다. 우리들이 가는 길에 당신께서 살아서 역사하고 계심을, 그리고 당신의 영광을 선포하고 계심을 깨닫게 하시고 담대하게 발걸음을 진행하게 하셨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