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바세코의 아이들>

 

세계 3대 빈민지역 바꿔놓은 한국선교사 헌신적 사역 담아
‘WMC피딩센터’ 자원봉사 중심, 삶 속에 스며든 ‘일상적 복음’ 감동 ‘호평’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해변마을 바세코. 과거 바세코는 황혼의 저녁노을 아래 하얀 모래사장을 거닐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하지만 70년대 후반, 조개껍데기를 모아 생계를 유지하려는 빈민들이 모여들면서 낭만적인 마을의 모습은 사라졌다. 하얀 모래사장은 쓰레기 해변으로 변해갔고, 수도와 전기도 지원되지 않는 무허가 판자촌이 생겼다.

바세코의 남자들은 생계를 위해 장기를 팔고, 여자들은 대부분 10대 때 임신을 한다. 아이들은 쓰레기더미에서 폐품과 철근을 찾아 판다. 가난이라는 절망의 늪에 빠진 사람들, 그들에게 손을 내민 선교사들의 사역을 조명한 영화 <바세코의 아이들>이다.

오후 3시 WMC피딩센터, 한 끼도 못 먹은 바세코 아이들이 이곳에서 첫 숟가락을 뜬다. 하루 중 아이들이 가장 허기를 느끼는 오후 3시에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굶주린 배를 채운 아이들의 얼굴에는 티 없이 맑은 웃음꽃이 피어난다.

신승철 선교사는 2004년부터 바세코에서 선교사역을 시작했다. 2004년은 연이은 화재로 주민들이 가장 절망하던 시기였다. 신승철 선교사는 굶주린 사람들의 아버지가 되어 먹을 것을 지원하며 9년간 동고동락했다. 첫 사역 때 만난 아이는 이제 아기엄마가 되었다. 도밍고도 그중 한 명이다. 마약에 빠져 살던 그녀는 현재 식품점 주인이 되었다.

도밍고는 “나는 기도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 WMC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다”며 울먹였다.

이경욱 선교사는 바세코의 작은 엄마로 불린다.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의 친구가 되고, 아픈 이들과 함께 눈물을 흘린다. 영양실조에 걸린 편모 오가와의 막내 산티노도 이경욱 선교사에게 발견돼 병원치료를 받았다.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김광철 선교사와 WMC피딩센터 자원봉사자 젬마도 든든한 동역자이다.

새벽 6시부터 장을 보며 아이들의 도시락을 준비하는 젬마는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있어 행복할 뿐이다”고 말한다. 선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은 쓰레기마을에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새겨 넣고 있었다.

2년 후, 다시 찾은 바세코는 변화의 물결이 일렁였다. 악취가 진동했던 마을에 청소차와 소독차가 등장했다. 더러운 물웅덩이가 가득했던 거리는 말끔하게 정돈됐다. 카메라와 시선이 마주친 마을주민이 한 마디 던진다. “Thank you very much.”

WMC피딩센터는 더욱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후 3시 식사시간, 낯익은 여성이 눈에 띈다. 2년 전 아픈 아들을 두고도 어쩔 줄 모르던 오가와다. 오가와는 WMC피딩센터의 새 식구가 되었다. 건강해진 산티노가 센터 안에서 뛰어놀고 있다.

오가와는 “하나님을 몰랐던 예전에는 마음이 텅 비어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님을 알고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오가와만이 아니다. 비로소 하나님을 알게 된 바세코 주민들은 ‘예수 우리 왕이여’를 함께 부르고 있었다.

그들을 변화시킨 것은 복음이었다. 먹거리는 배를 채우게 했지만, 복음은 사람을 변화시켰다. 복음은 사랑을 낳았다. 주민들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른 이들과 나눴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복음의 역사가 쓰레기마을에 스며들고 있었다.

▲ 오후 3시, WMC피딩센터에서 무료급식을 받은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바세코의 아이들>은 전형적인 다큐멘터리영화이다. 최근 다큐영화들이 스토리나 약간의 연기를 담는 등 영화적 기법을 차용하는 데 반해, 이 영화는 TV 다큐프로그램처럼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했다.

김경식 감독은 “주인공이 없는 영화이다.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했다면 여러 사연을 다양한 방법으로 담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바세코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전통적인 다큐영화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바세코의 실상과 복음을 통해 변화되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린다. 감독의 주관을 배제하고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덕에 몰입을 돕는다. 여기에 조화롭게 흐르는 음악이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영화의 내용과 절묘하게 들어맞는 타이틀곡 ‘주 품에 품으소서’의 선택은 적절했다.

또한 전형적인 선교영화이기도 하다. 주 관객층이 기독교인일 터, 오늘을 사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진한 교훈을 선사한다. 기복신앙에 빠져 있는 성도, 부와 명예에 매몰된 목회자, 복음을 가볍게 여기는 교회가 봐야 될 영화다.

영화 속에서 신승철 선교사는 “복음은 이벤트가 아니다. 복음은 누룩같이 소리 없이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복음을 화려하게 치장하여 값싸게 만드는 한국 교회에게 반성의 여백을 남긴다.

<바세코의 아이들>은 8월 14일부터 전국 9개관에서 개봉했다. 서울에서는 단 한 곳 기독교영화전용관 필름포럼에서 개봉한 상태다. <바세코의 아이들>이 <울지마 톤즈>처럼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 상영관 수를 늘려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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