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각인
[데스크칼럼] 각인
이길환 편집국장
  • 이길환 기자
  • 승인 2014.02.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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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를 지나 내리막 인생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추억을 되밟으며 살아간다. 삶에 쫓겨 깊숙이 감춰져있던 그때 그 시절의 기억들이 선한 영상으로 다가온다. 급격한 변화 속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고리타분한 추억들이기에 더 생생하고 정겹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 콘라드 로렌츠는 비교행동학의 선구자로 동물의 고유한 행동을 연구해 노벨상까지 받은 동물학자다. 그는 1930년대 후반 알에서 막 깨어 난 회색기러기가 처음 본 사물을 어미로 인식하고 따라다니는 것을 알아내고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각인(imprinting)이론을 발표했다. 본능 또는 어떤 계기를 통해 기억 속에 깊이 새겨지는 현상이다.

1990년대 후반 캐럴 발라드 감독의 ‘아름다운 비행’은 로렌츠의 각인이론을 실감나게 재현시킨 영화다. 엄마를 잃은 13살 소녀 에이미가 늪에서 발견한 거위 알을 부화시키자 거위들이 에이미를 엄마로 알고 따라다닌다. 다른 철새들은 남으로 가고 인간과 접하면서 날지 못하는 거위들을 남쪽으로 보내기 위해 연습을 시키는 데 그것이 곧 아름다운 비행이다.

각인은 도장을 새기듯이 깊이 새겨져 뚜렷하게 남은 기억이다. 어떤 현상이나 반응의 발생 여부를 결정하는 임계기간 중 이뤄지는 학습, 또는 보이는 것 뿐 아니라 생명체가 처음으로 접하는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경험을 추종하는 현상을 말한다.

철새의 이동이나 연어의 회귀 본능이 그렇고 동물의 귀소 본능, 인간의 추억과 향수 같은 것도 각인의 범주로 보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국가에 대한 애국심도 역시 각인현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이를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나라가 북한이다.

신앙도 역시 각인되는 것이다. 처음 선택한 종교가 평생을 좌우하고 죽음의 순간까지 뇌리에 새겨져 끝까지 함께 갈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종교의 대상과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근래 몇 년간 나온 통계자료들을 보면 가톨릭이나 불교 신자는 늘어나는 반면 개신교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신교에 대한 각인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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