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설
[데스크 칼럼] 설
  • 이길환 국장
  • 승인 2014.01.21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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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풍경을 떠올리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강산이 변하고 세상인심도 변했는데 고향 설의 향수는 그대로다. 집집마다 굴뚝에서는 종일 연기가 피어오르고 오랜만에 전 부치는 기름 냄새가 겨울골목에 가득했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부엌에서는 떡시루가 훈김을 쏟아내고 어머니가 힘들게 저어대는 조청 솥에서는 단내가 풍겼다. 가난했던 시절 섣달그믐 밤은 이래저래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설날은 설날대로 흥겨웠다. 그 옛날 세뱃돈은 꿈도 못 꾸었다. 세배 값으로 과자 몇 조각, 떡 몇 덩이를 받아도 즐거웠다.

가난하지만 소박했던 그 풍경이 불과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자가용으로 고향을 찾고 어떤 가족들은 콘도나 펜션을 빌려 타지에서 명절을 쇤다고 한다. 편리하고 가족 간의 불화도 줄일 수 있어 그 수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애들 사이에는 명절을 쇠고 나면 한동안 세뱃돈 얘기가 무용담처럼 퍼진다. 급속한 삶의 변화가 가져다 준 세태의 일면이다.

설날의 의미와 풍속은 단순하지 않다. 요즘이야 가족모임과 어린아이들이 세뱃돈이나 챙기는 의례적인 명절이 되었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마을 공동체의 전통과 예의를 익히고 존경의 가치와 더불어 사는 화목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현장이었다. 설날의 풍속이 공동체에서 가족중심으로 옮겨지면서 사회는 더 척박해졌다.

설은 음력으로 한해가 시작되는 첫날을 의미하는 말인데 몸을 사리고 삼간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한해의 시작을 조심스럽게 추스르며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에게 명절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국의 전통문화와 기독교 신앙은 이질적인 면이 있다. 성경은 성도의 삶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제한하기도 한다. 허용과 제한의 관계를 조화롭게 이해하지 못하면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한 교계단체가 설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는 사람들에게 고향교회를 방문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문명의 이기 속에 침체된 고향교회에 작은 활력이나마 불어 넣어주자는 것이다. 애잔하게 들리는 얘기지만 소박한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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