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난 열하루 만에 서울 경기 일원에 첫눈이 내렸다. 멀건 대낮에 내리는 첫눈을 본 것은 그제 오후 2시경, 잠시 눈보라가 몰아쳤다.

며칠 전 밤에 살짝 눈발이 비쳤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너무 미미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올해 첫눈은 지난해보다는 5일 늦고 평년보다는 3일 빠른 것이라고 한다. 하루 이틀 빠르고 느린 게 대수는 아니지만 이처럼 첫눈에 대한 기다림은 사람들의 감성 속에 유전자처럼 녹아 있다.

11월의 겨울은 단풍과 낙엽, 찬비와 잔설이 뒤섞이며 스산스럽게 다가온다. 그러나 실상 겨울은 차가워지는 날씨보다 첫눈으로 시작되는 백설 덮인 대지에서 실감한다. 무엇보다 겨울의 상징은 눈이기 때문이다.

첫눈이란 게 전국적으로 오는 것도 아니고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첫눈이란 개념 속에는 많은 의미들이 들어 있기에 사람들은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맞이한다.

첫눈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한두 가지 있게 마련이다. 오래전 잊혀졌던 사람이 떠오르고 외로운 사람은 무작정 길을 나서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은 눈 쌓인 스키장이나 온기가 묻어나는 난롯가에서 달콤한 만남을 생각하고, 늙은 사람들은 차가운 한기를 시린 무릎으로 느끼며 세월의 무상함에 숙연해진다.

군밤장수의 모닥불이 정겹게 느껴지고, 도심의 한밤에 차갑게 들려오는 찹쌀떡 장수의 외침이 시작되는 것도 이때쯤이다. 산골마을 사람들은 인적 드문 고립의 시작이고, 하루 종일 길을 가야하는 운전기사나 눈을 치워야 하는 사람들의 긴장이 시작되는 것도 첫눈을 마주하면서부터다.

눈은 산짐승들이게도 위협의 대상이며,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는 길고 지루한 공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처럼 첫눈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양하게 흔들어 놓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눈을 맞으며 순수해진다.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이 내렸다. 겨울의 한기는 사람들의 옷깃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움츠러들게 한다는데 첫눈을 기다리는 그 마음으로 신앙인들이 앞장서 이번 겨울을 포근하게 만들어보자.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