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같은 영성 마음에 가득 담아가세요”

전남 동부권 교회들 교파 초월 연합, 박람회 성공 돕고 복음전파 기회로 활용

 

‘아기가 꽃밭에서/넘어졌습니다./정강이에 정강이에/새빨간 피./아기는 으아 울었습니다./한참 울다 자세 보니/그건 그건 피가 아니고/새빨간 새빨간 꽃잎이었습니다.’(윤석중 시 <꽃밭> 중에서)


정원은 창조주 하나님과 그분의 형상을 부여받은 인간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세계 곳곳의 정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멋진 하모니를 연출한 축제의 장이다.

교회당의 종소리가 들릴 것 같은 소망언덕, ‘에덴동산’을 떠올리게 하는 원시적 아름다움을 갖춘 세이셸정원, 교도소와 소년원 재소자들이 정성스레 가꾼 화초로 꾸몄다는 ‘꽃들에게 희망을 환경정원’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83개의 정원이 수십만 평의 대지를 장식하며 관람객들을 맞는다.

4월 20일에 시작돼 반 년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발걸음이 어느새 반환점을 돌았다. 약 250만 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갔고, 박람회장을 장식하던 꽃들도 세 차례나 교체되는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도 폐막까지는 세 번의 대대적인 변신이 남아있다는 소식이다.

느긋하게 혹은 잰 걸음으로 저마다의 속도를 유지하며 박람회장을 오가는 직원들, 자원봉사자들, 관람객들의 풍경을 관찰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그런데 이 박람회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함께 거들고, 섬기는 또 다른 손길들이 있다.

관람객들이 비용을 아끼면서 편안히 박람회를 즐길 수 있도록 처치스테이를 제공하고, 또 다른 볼거리들을 제공하기 위해 거리공연을 마련하고, 온갖 자원봉사를 맡아 구경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이들이다.

복음엑스포네트워크(대표:임화식 목사·이하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 손길들은 지역교회들의 힘과 정성을 한 데 모은 조직이다. 개최도시 순천을 비롯해 여수 광양 등 전남 동부권 일대의 교회들이 협력하고 있고, 예장합동 순천노회를 비롯한 여러 교계 단체들이 교파를 초월해 협력 중이다.

머무르는(stay) 축제, 즐기는(play) 축제, 다시 찾는(relay) 축제 등 트리플레이(triplay)를 슬로건으로 걸고 네트워크는 박람회를 성실히 지원해왔다. 한편으로는 매일처럼 교회 단위의 전도팀을 가동해 박람회를 복음 전파의 기회로 활용하는 중이다.

▲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는 하나님의 창조 손길과 인간의 솜씨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박람회장내 호수정원과 어린이놀이공원 전경.
현재 처치스테이에는 순천중앙교회 대대교회 염광교회 등 12개 주축 교회를 비롯한 40여 교회가 참여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쾌적한 숙박공간과 아침식사를 제공하며, 박람회장 입장권 할인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하는 중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순천 문화의거리 한옥글방마당에서 열리는 거리공연도 네트워크가 시민들과 관람객들을 위해 준비한 야심작이다. 총 20여 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 공연에는 지역교회와 선교단체의 문화사역팀과 외부에서 초청된 기독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해, 감동과 즐거움을 함께 선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사역들 외에도 네트워크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박람회 관람과 순천 일대의 기독교 유적 견학을 연계하는 것이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전남동부권은 순천 매산뜰, 여수 애양원, 광양 100주년기념관, 고흥 소록도 등이 자리 잡은 한국기독교역사의 보물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네트워크의 책임자들은 정원박람회장을 찾는 이들이 시각적인 풍요를 얻는데 그치지 말고, 영성의 풍요까지 함께 경험하고 돌아가라고 권유한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은 교회 주일학교 학생들이 순천을 방문해 비전트립 일정을 진행한다면, 박람회와 역사탐방을 병행한 패키지 일정으로 기대 이상의 큰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귀띔한다.

금요일 밤이면 박람회장 인근의 동천에서 화려한 조명쇼가 펼쳐진다. 그렇지 않아도 싱그럽고 어여쁜 수목과 화초들이 한층 더 화려한 옷을 입는다.

꽃밭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사람들은 꽃밭 주인의 안목이나 정원사의 손길에 찬사를 보내곤 한다. 하지만 그건 빨간 꽃잎의 아름다움을 정강이의 아픈 상처로 오해하고, 섣불리 자신의 감정을 선택한 아이처럼 미숙한 사고일 뿐이다. 정말 찬사와 주목을 받아야 할 존재는 지구라는 거대한 정원의 주인이자, 그 꽃밭을 관리하는 위대한 정원사이신 하나님이시기에.

  

▲ 순천만정원박람회 기간 복음엑스포 사역을 펼치는 임화식 목사(가운데)와 하금식 목사(왼쪽) 박형운 목사(오른쪽).
복음엑스포를 섬기는 사람들

“순천만정원박람회는 섬김의 기회, 선교의 기회를 지역 교회들에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복음엑스포네트워크 대표회장으로 섬기는 임화식 목사(순천중앙교회)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하금식 목사, 실무책임자로 활약하는 박형운 목사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복음엑스포 사역을 감당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들은 이번 박람회가 순천의 교회들이 지켜온 순전한 신앙을 배우는 계기가 되길 소망했다.

“순천은 일제 치하 교단 총회에서 조차 굴복하고 만 신사참배를 끝까지 반대한 불굴의 신앙이 숨쉬는 고장입니다. 유명한 원탁회 사건, 손양원 목사님의 두 아들 동인과 동신을 비롯한 수많은 순교자들도 순천의 교회들이 소중하게 품고 있는 믿음의 유산들이지요.”

임화식 목사는 순천 일대의 기독교 유적들을 돌아보는 여정만으로도 신앙회복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더불어 이를 위해 순천을 찾는 전국 교회들을 위해 숙소제공을 비롯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세 사람은 정원박람회를 관람할 교회들에게 몇 가지 유익한 팁을 소개한다. 행사장에 들어서면 먼저 탑승차량을 타고 전체를 둘러볼 것, 그리고 반드시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탐방할 것, 복음엑스포네트워크 홈페이지(http://scexpo.co.kr)를 방문해 할인혜택을 확인할 것.

끝으로 이들이 추천하는 정원박람회의 명소들은 어디일까.

“호수공원과 봉화언덕을 최고의 명소로 꼽으렵니다. 봉화산을 비롯한 순천 시내 전경을 절묘하게 형상화한 작품이지요. 순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곳을 들를 때마다 큰 긍지를 느낍니다.”

“흑두루미 미로정원과 야수의 장미공원을 추천합니다. 미로공원에서는 길찾기 모험을 즐기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고, 장미공원에는 35종류나 되는 장미들이 꾸미는 화려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선교 요람 ‘매산뜰’도 둘러보세요


▲ 전남 동부권 선교의 요람인 순천시 매곡동에 자리 잡은 순천기독교박물관.
순천만정원박람회 관람을 마치면 어디를 더 둘러볼까.

순천시 매곡동 일대는 과거 ‘매산뜰’이라 불리며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 문화를 활짝 꽃피운 동네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면 1907년 설립되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순천중앙교회를 비롯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순천기독진료소, 매산학교 매산관, 선교사 주택 등을 두루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순천시기독교박물관이 매산학교 옆에 문을 열어 한국선교 초창기 미국남장로교 선교사들의 행적과, 순천 일대의 교회사 등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어 훌륭한 신앙교육의 요람으로서 역할을 하고 잇다.

복음엑스포네트워크는 처치스테이를 이용하는 교회들을 대상으로 매산뜰 일대를 시작으로 손양원 목사의 두 아들 순교지, 여수 애양원,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 등을 견학하는 순례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061)811-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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